ocho 3
"사랑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죠.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가, 그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겠죠? 아진 님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이라… 그거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랑은 자신을 다 내어주는 거 아닐까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대답이 가식처럼 느껴졌다. 말과 실제 감정 사이의 괴리가 컸다. ‘사랑은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그 말을 되새길수록 자신이 그걸 실천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과거를 떠올렸다. 얼마나 많은 것을 기대했고, 그 기대가 얼마나 큰 실망으로 돌아왔던가. 사랑을 말하면서도 사랑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굉장히 로맨틱하시네요. 아진 님에게 사랑은 그런 것이군요. 하지만 사랑에 대한 경험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겁니다. 그래서 사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랑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죠. 하지만 대부분은 그 본질을 고민하기보다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다가 길을 잃게 됩니다."
정율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정율의 말은 맞는 듯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누구나 복잡한 사랑의 본질을 고민하기보다는 빠르게 해결할 방법만 찾으려 하잖아요."
정율에게 매너있어 보일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정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많은 걸 간단하고 빠르게 해결하려고 하죠. 그래서 이런 주제를 깊이 논하는 것이 때로는 사치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제의 근본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죠."
그것으로 정율의 답변은 끝이났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말씀을 들으니, 벌써 토크 콘서트가 기대됩니다. 정율 목사님께서 사랑에 대한 고민에 어떤 답을 주실지 궁금하네요."
"별말씀을요. 저도 대중분들을 만날 생각에 설렙니다."
그 뒤로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편이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나의 시선은 계속해서 자윤에게 향했. 그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럼 같은 여성 성직자이신 자윤 교무님의 의견도 궁금하네요. 자윤 교무님은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문제에 어떤 답변을 해주실 건가요?"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던 걸까.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마침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함을 참으며 조용히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