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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Jan 16. 2020

하나, 둘, 셋.

그댈 만나러


하나, 둘, 셋.


                                                         곰곰


행복한 꿈을 꿨어요.

그대가 나왔어요.

우린 잔잔한 왈츠에 춤을 췄어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그대 손을 잡고

그대가 움직이는대로

천천히 발을 움직였어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서투른 나의 발짓에

서투른 나의 눈짓에

그대는 따스한 눈빛으로 날 이끌었어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음악이 멈추고

우리의 춤도 멈추고

천천히 같은 숨을 쉬었어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한마디 말이 없어도

우린 알 수 있어요.

안녕의 순간인가 봐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그대와 춤추던 숲은 보이지 않아요.

손을 조금만 뻗으면 다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꿈속으로 갈래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그날은 유달리 싸늘한 가을밤이었다.

차가운 두 손을 잡은 채 버스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선잠이 들었는지 꿈을 꿨다.

얼굴도 모르는 “그대”가 나왔다.

우리는 흘러나오는 왈츠에 맞춰 춤을 췄다.

나는 왈츠를 어떻게 추는지도 모른다.

그저 그대가 이끄는 대로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였을 뿐.

천천히, 하나씩.

하나, 둘, 셋. 또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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