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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Oct 20. 2020

왜 나는 우울하고 무기력한가?

'엄마의 사춘기'를 대처하는 자세

우울감과 무기력감, 그 원인은 크게 외부적인 요소와 내부적인 요소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외부적인 요소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법적, 기술적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해당된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쉽게 바꿀 수 없는 요소들인 것이다. 


미세먼지,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으로 외출조차 꺼려지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뿐만인가, 입시와 경쟁 위주의 교육 환경, 일-가정 양립, 주택 구매 및 대출금 상환, 남성 중심의 사회 환경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엄마들의 피로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다. 해도 해도 티도 나지 않고, 끝이 없는 육아와 살림을 담당하며 자녀들의 학습매니저, 놀이선생님, 삼시 세끼 요리사 등의 다양한 역할을 쉴 틈 없이 소화하고 있다 보니, 그야말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인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나날에, 감당해야 할 역할들은 또 한 둘 이던가. 나만의 시간을 보내며 충전을 받았던 시절은 까마득하게만 느껴지고, 점점 방전되어 간다. ‘나’는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게 되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감정일 것이다.


물리적으로 엄마 혼자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외출이 자유롭지 않고, 독립적인 삶이 불가능한 구조인 현 상황은 누구라도 버티기 힘든 환경이다. 백신의 개발로 코로나 19가 언젠가는 종식될 테고, 미세먼지도 또한 외교적/법률적/정책적인 방법으로 점차 완화될 거라 기대해볼 수 있지만, 이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소요되는 시간은 또 어떤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절망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이런 외부적인 요소들은 나만 힘든 것이 아닌, 모두 다 같이 버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체감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결국은 마음을 다스리며 버티는 수밖에 없는 문제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외부적인 요소는 어차피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일단 패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내부적인 요소 즉, 나와 가족과 관련된 환경 문제는 그나마 내 힘과 노력으로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먼저 남편과의 관계, 그리고 자녀와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개선한다면 한결 나아진 삶의 질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말은 쉽다, 실천하기 힘들다는 걸 잘 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핵심적인 것은 바로 나 자신의 변화이다. 우리 세대의 대부분은 비교적 남녀가 평등한 사회 환경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 여성들이다. 하지만 이놈의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며 상당수가 경력단절 여성이 된다. 이에 따른 좌절감과 굴욕감을 경험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 물론 현직에 있더라도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오는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괴감과 죄책감에 마음 앓이를 한다. 몸 건강에도 하나둘씩 적신호가 켜진다. 육아와 자녀교육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미운 남편은 자식 때문에 참고 버티는 게 대부분 엄마들의 현실이다.


예전에 느꼈던 성취감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매사 자녀들에게 맞추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내가 무얼 좋아했고 어떤 걸 좋아했는지 나만의 취향 따윈 없어진 지 오래다. 관심사도, 삶의 여유도, 취미생활도, 운동도 점점 남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을 바꿔나가야 한다.

'엄마의 사춘기'
그렇다. 생애 두 번째 사춘기인 것이다.

성장과정에 반드시 거쳐 지나가야 할
그리고 누구나 겪는 사춘기처럼,

엄마로서 성장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엄마의 사춘기’를 잘 극복한다면
분명 더 멋진 엄마로 성숙될 것이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제대로 잘 통과한다면
분명 이 시기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축복된 시간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나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이에 딱 맞는 처방전을 제시하려 한다. 지금 겪는 우울함과 무기력감이 너무 크게 느껴져 손 쓸 힘도 없고, 엄두도 안 나겠지만 분명 끝은 있다. 그리고 당신은 완벽하게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 믿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훌훌 털어내고 일어날 수 있다. 우울감도, 무기력감도,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수 없다고 선포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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