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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무 Jul 09. 2022

[Lv.24]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다.

 힘든 순간을 이겨낼  있게     가지는 사람들의 응원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응원이었다. 창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블로그에 창업 일지를 적었다. 초보 사장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 올리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내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힘든 일을 올리면 함께 화내 주고 기뻤던 일을 올리면 함께 축하해 주었다.


 스터디 카페 개업을 했을 때는 직접 찾아오신 분들도 있었다. 평소에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직접 이용해 보고 정성스러운 후기를 올려주었다. 취준생 이웃님은 정기권을 구매해 취업할 때까지 이용하기도 했다. 창업일지 덕분에  도움을 받았다며 박카스를 슬쩍 놓고  분도 있었다. 다들 바쁜 일상이 있을 텐데 나를 위해 시간을 쓴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웃님이 있었다. 언제나 올리는 모든 글을 꼼꼼히 읽고 장문의 응원과 공감을 남겨주시는 분이었다. 개업을  후에는 직접 오셔서 쪽지와 작은 선물을 두고 갔는데,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웃님이 남긴 쪽지라며 사진을 찍어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아는  닉네임뿐인 블로그 이웃님들이었지만 깊은 진심이 느껴지는 위로와 응원이었다. 마음으로 맺은 우정이었다.


 하루는 스터디 카페에 진상이 등장한 날이었다. 아무리 신나는 음악을 듣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기분이 나아지지가 않았다. 책상 앞에 자리 잡고 앉아 블로그에 '창업 일지-스터디 카페 진상 편'을 쓰기 시작했다. 손이 떨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라 그런지 글을 쓰는 동안 기계식 키보드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다 적어놓고 보니 힘들어 죽겠다고 푸념만 잔뜩 늘어놓은 글이었다. 글 발행을 완료하고 한숨을 푹 쉬며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누울 힘조차 없는 그런 날이었다. 잠시 후 띠링띠링 댓글 알림들이 울렸다.


[댓글]


 “진상 한 번 만나면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괜히 심장 떨리고, 머리 아프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가게가 잘못될까 봐 함부로 대처하기도 어렵고 속상하죠. 진상보다는 좋은 사람이 주위에 많아서 다행이지만, 삶의 의욕은 그 사람들이 깎아내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늘 힘내세요.”


 “올려주신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글만 봐도 머리가 아프네요. 콜센터에서 일을 해봐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저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면서 실제로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속상했어요. 제가 더 속상하고 화가 나네요. 다시 돌아온다면 봐주지 말고 꼭 같이 싸워주세요!”


 “들을수록 너무 화가 나네요.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말이 있는데, 딱 그 정도의 품격만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힘든 시간만큼 꽃길만 걸으시길 응원할게요.”


 “말이라는 게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어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 참 많죠. 함부로 상처를 주는 사람도 참 많고요. 저 또한 그런 사람이었던 적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참 친절한 분도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 거 같아요. 저는 유치원에서 근무하는데 학부모님들도 온도 차가 정말 심해서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저는 집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이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힘내세요.”


 "글만 봐도 줘 패고 싶어요. 제가 대신해서 욕 한 바가지 하고 와도 될까요? 정말 화나서 못 참겠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장문의 응원들을 보고 한참을 댓글창에 머물러있었다. 몇 번이나 처음부터 읽고 또다시 읽었던 거 같다. 모든 사람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직접 찾아가서 고마움을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린 적은 많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알림 설정을 해놓고 글이 올라올 때마다 챙겨보고 있다는 댓글부터, 자신의 일처럼 화내 주는 글, 따뜻하게 응원해 주는 글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바짝 뾰족하게 날 서있던 마음이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그렇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위로로 치유되었다. 지금까지도 힘든 날이면 남겨진 댓글을 다시 읽곤 한다.


 왜 나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잘 알지도 못하는 한 명 때문에 하루의 기분을 망치곤 했을까?


 아무리 머리 아픈 상황을 마주해도 함께 머리를 맞대 주는 친구들이 있고, 상처받은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항상 내 편이 되어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업자 겸 남자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가끔 휘청이긴 해도 부러지진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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