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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Jun 17. 2024

네게 고맙다


새벽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선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빼꼼히 고개를 들어 너는 나를 본다. 너의 웃음과 너의 환대에, 피곤함과 찌뿌둥함이 녹아내린다.



분명 너는 나를 보자마자 웃었다. 너를 보는 내가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 얼굴을 확인하고 네 눈꼬리와 입꼬리를 활짝 늘어뜨렸다는 것. 그렇게 환히 웃었다는 것.



피곤을 머금은 아침에 너를 보며 미소 짓는 내가 낯설다. 얼굴 근육도 왜 이 시간에 입꼬리를 올리느냐고 의문을 품는다. 그래, 나도 낯설고 어색하다. 그치만 어쩔 수 없다. 나를 보며 반기는 너의 얼굴이 경직된 나를 일순간에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걸.



너는 불과 태어난 지 이백여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너 없이 산 세월이 내 생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네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네가 우리 집에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는 생각을 종종 한다.



새벽에 집으로 가는 길. 오늘도 네가 깨어 있을까. 아직 자고 있는 너의 엄마와 누나 사이에서, 빼꼼히 얼굴을 들고 나를 반겨줄까 하며 너를 생각한다. 너의 미소가, 너의 웃음이, 너의 환대가 하루를 살아낼 동력이 된다.



지금 다시 너를 생각하며 내 마음은 촉촉해진다. 작은 온기가 퍼진다. 네가 나에게 주는 활력이고 생기다. 너를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행복감이 나를 감싼다. 네 덕분이다.



고맙다. 오랜만에 다시 꾸밈없는, 순수한 환대를 느끼게 해줘서. 나를 보고 웃어주어서.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반겨주어서. 오래도록 이 느낌을 간직할 것이다. 네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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