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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호텔 바람女의 정체는?

유쾌한 City Life : 男2 女2 시트콤

by 시sy

사소한 킬러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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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얘기했었죠?

맞다. 조안나가 바람피우는 캘러한의 현장을 잡기 위해 호텔까지 따라붙었다가 8층 복도에서 딱 걸렸죠?

의외의 장소에서 조안나를 마주한 캘러한은 태연하게 물었어요.

“뭐 해? 너도 여기서 약속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넌 뭐 하는데?”


“나야 비즈니스차.”

“거짓말 마! 바람피우는 거 다 봤어.”


“내가 바람 폈다고? 바람이 뭔데? 새로 나온 담배인가?”

“이게 언제 적 개그를.. 내가 다 봤거든. 좀 전에 쭉쭉빵빵이랑 호텔에 들어오는 걸.”


“아, 내 의뢰인?”

“내참. 이제는 아무나 다 의뢰인이라고 구라를 치네. 하긴 옷도 사주고 하니까, 너 혹시 제비야? 아니면 그 나이에 원조교제라도 하는 거야?"

조안나는 점점 더 흥분했습니다. 이제 불륜(?) 현장을 급습하는 건 물 건너갔고, 자백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심정이었죠. 어쨌거나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으니까요.


이때 캘러한을 제 것처럼 팔짱 끼고 돌아다니던 글래머러스한 아줌마가 호텔방에서 나오더니 캘러한을 찾아 다가왔습니다.

“캘러한, 여기서 뭐 해? 어서 들어오지 않고.”

“들어오래잖아. 어서 들어가!”

조안나는 캘러한에게 턱으로 문을 가리키며 방으로 따라 들어가라고 재촉했습니다. 빨리 호텔방에 들어가서 할 거(?) 하라는 것이었죠. 그래야 증거를 잡든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캘러한은 씩씩대는 조안나와 의뢰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조안나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같이 갈래?”

“미쳤어? 쓰리썸을 하자고? 욕심도 과하시지. 기가 막혀서. 꼴에 어디서 본 건 있나 보지?”

그러면서 조안나는 캘러한과 쭉쭉빵빵, 그녀 자신까지 한 침대에 다 벗고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쓰리썸, 나쁘지 않은데? 스탑! 상상은 여기까지! 이 머리를 떼버리든가 해야지. 쓸데없는 상상이나 해대고.’

“쓰리썸이라니 지금 무슨 말이지? 그리고 이 아가씨는 누구?”

의뢰인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습니다. 캘러한과 조안나의 대화가 이상했던 거죠.

“내가 오늘은 더 험한 꼴 보기 싫어서 여기서 물러나지만, 나중에 우리 서우한테 변명할 준비나 잘하고 있어!! 너 서우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진짜 살인 날 수도 있으니까, 쫄았으면 이참에 아예 나타나지 말든가.... 그것도 방법이네. 이번 기회에 썩 꺼져버리는 게 좋겠다.”

조안나는 기분 나빠서 훽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캘러한이 조안나의 팔을 꽉 잡았습니다.

“가긴 어딜 가? 올 때는 맘대로 와도 갈 때는 그렇게 안되지. 따라 들어와!”

그러면서 조안나를 억지로 방에 끌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어코 쓰리썸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처럼. 조안나의 눈에는요.


의뢰인은 조금 당황했지만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먼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조안나는 거칠게 반항했지만 일단 캘러한이 작정하고 잡아당기자 손쉽게 끌려갔죠.

“너 이거 안 놔? 싫다는데 왜 이래? 내가 뭐 섹스에 미쳐서 환장한 줄 알아? 너랑은 절대 안 한다니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조안나의 외침이 다른 투숙객에게 들릴 새도 없이 그녀는 방으로 쑥 끌려들어 갔습니다.


드디어, 짜잔~

방안에는…? 은밀한 조명과 침대가…? 어딨 지…?

다 아니고요. 그냥 사무실이었습니다. 호텔이라 해서 전부 객실만 있다는 건 선입관이죠.

특히 이 호텔 8층에는 VIP를 위한 비즈니스센터와 라운지, 그리고 객실운영을 위한 여러 사무공간들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캘러한은 당황해하는 조안나의 얼굴을 보다가,

“뭘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은 ◈◈호텔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자영 변호사야. 언더스탠?”

그리고 의뢰인을 향해,

“지금 소리를 꽥꽥 지르고 있는 이 막돼 먹은 녀석은 조안나, 그리고 뭐냐 하면.. 야, 널 뭐라고 소개해?”

“이거 놔!”

드디어 조안나는 캘러한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이자영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전문 해결사 조안나입니다. 이 자식 이웃사촌이고, 또 뭐냐, 아 이 인간 여자 친구 있어요. 내가 그 여친이라는 말은 아니고요. 이 인간 여친이 내 여친, 아니고 그런 여친이 아니라 아, 자꾸 말이 이상하네. 그냥 친구예요. 절치, 베스트프렌드. 그러니까 내 말은... 그쪽도 조심하라고요.”


잠시 후,

부티끄 호텔 8층에 있는 이자영 변호사의 사무실,

조안나는 구석에 얌전히 찌그러져 있었어요. 모든 게 그녀의 오해였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죠.

“내가 캘러한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죠? 어머, 이거 우쭐해도 되는 건가? 꽤나 영광인데. 이렇게 젊고 멋진 남자와.”

이자영이 조금은 음흉한 눈으로 캘러한을 봤습니다.

“그러게 왜 호텔 같은데 같이 들어와서는.. 팔짱까지 끼고.. 어울리지도 않는 이 옷은 또 뭐예요?”

조안나는 캘러한이 입고 있는 슈트를 가리키며 물었어요. 아직 완전히 의심이 사라지지는 않은 거죠.

그녀의 의심이 맞았다는 마지막 기대와 함께.

“아, 이건 내 의뢰와 관계있는 건데.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참, 내가 한참 언니인 것 같은데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캘러한이 끄덕입니다. 의뢰에 대해 말해도 좋다는 뜻이었습니다.

조안나도 끄덕입니다. 반말로 말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실수한 게 있으니.

“내가 남편대행을 의뢰했거든. 그런데 양복이 없다고 하잖아. 우리 애, 학교에 같이 가야 하는데 저런 거적때기 같은 옷을 입고 갈 수는 없잖아.”

이자영은 쇼핑백에 넣어둔 캘러한의 옷을 가리켰습니다.

“거적때기는 아니야. 다 필요해서 저렇게 입는 거라고.”

“아무튼, 무슨 남자가 양복 한 벌이 없어. 반성해야 해. 킬러 하면 블랙슈트 아닌가? 소음기 달린 총하고.”

“영화에서나 그렇지.”

이자영은 캘러한이 직업킬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조안나는 놀랐죠.

그렇다는 것은 캘러한과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라는 것인데, 게다가 둘 사이는 꽤 친근해 보였거든요.

그러니까 바람피운다는 오해도 했던 것이고요.

“학교는 왜…? 더구나 이 인간이 아빠라고? ”

조안나는 일단 상황을 좀 더 알아보기로 했어요. 박서우한테 사실 대로 다 꼰지르더라도 정보가 더 있어야 했으니까요.

‘이 여자 진짜 정체가 뭐지?’

“이거 뭐, 동네방네 떠들기 쪽팔리긴 한데. 우리 애가 학폭위에 갈 거 같아서 말이야. 학부모가 학교에 오라고 하는데 여자 혼자 가기 그렇더라고. 알잖아. 우리나라, 일단 여자면 무시하는 거. 그래서 바람잡이 남편이라도 하나 있으면 편할 것 같고 해서 내가 캘러한한테 의뢰했지. 남편 대행 좀 하라고. 우리 그럴 듯 해 보이나?”

말을 편하게 한다고 하더니 그냥 반말 정도가 아니라 지나치게 편해졌습니다.

더구나 외모만 섹시하지, 입구멍은 조폭 마누라라고 해도 믿을 만큼 거칠었거든요. 사실 터프하기로 하면 조안나도 빠지지 않는데 말이죠.

“진짜 남편은 어쩌고요? 왜 하필 캘러한이랑. 이 인간이 어딜 봐서 학부모처럼 보이기나 하는지... 혹시 이혼… 하신 건가.. 요?”

“맞다. 나 이혼해야 하는데, 바빠서 잊었다. 에이 그 XX 때문에 인생 졸라 꼬이네!”

‘뭐지? 진짜 이 여자? 조폭 마누라야? 애가 학폭위 갔다고 하던데. 그 엄마에 그 아들?’


조안나의 의구심이 점점 커져갑니다.

“그 새끼, 빵에 있어.”

“빵? 브래드?”

‘빵에 있다니 남편이 팥앙금 같은 것인가?’


“호호, 얼굴도 예쁜 아가씨가 농담도 신선하게 하네. 감옥에 있다고. 내 손으로 집어넣었거든.”

아, 갑자기 쎈 멘트가 훅 나왔습니다.

‘내 손으로 감옥에 넣었다'

이게 무슨 말이겠어요.

조안나의 머리가 급하게 회전합니다.

“혹시 경찰이세요?”

경찰, 조안나와는 참으로 친근하면서도 안 친한 직종입니다.

캘러한도 마찬가지고요. 도무지 이 남자 진짜 뭐하자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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