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City Life : 男2 女2 시트콤
사소한 킬러 24화
조안나와 박서우의 오피스텔
조안나는 일부러 늦게 들어왔습니다.
박서우가 말은 그렇게 해도 나름 초조하게 '캘러한 바람피운 사건'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존심 있으니 연락도 못하고 조안나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을 테니 더 늑장을 핀 것이었죠.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박서우가 평소와는 다르게 '특별한' 관심으로 조안나를 맞이했습니다.
“늦었네. 밥은?” ⇐ 평상시라면 안 물어보는 질문 1
“먹었어.”
“별일 없었고?” ⇐ 평상시라면 안 물어보는 질문 2
“뭐, 별로.”
“호텔에서는 어떻게 됐어?”
“뭐가?”
"이뇬이 꼭 내 입으로 말하게 하네. 캘러한 바람피우는 현장 잡았냐고?”
박서우 기분이 몹시 언짢습니다. 조안나는 그것을 즐기고 있었죠.
박서우가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좀체 없었거든요.
“잡았지.”
“그랬구나.”
박서우가 돌아섭니다.
“ ‘그랬구나' 그게 끝이야? 더 안 물어봐?”
“뭘 더 물어봐? 어떤 체위로 하고 있었는지, 뭐 이런 거까지 알아야 해?”
“으.. 저질.. 너 진짜 저질이야! 알지? 그리고 그 인간, 안 했어.”
그러자 박서우가 다시 관심을 보였습니다.
“뭘 안 해? 아, 네가 들어가는 바람에 결정적인 건 못 했다는 거지? 그게 꼭 해야 되는 건가? 거기까지 갔으면 이미 한 거나 다름없지.”
“야, 말은 바로 하자. 한 거랑 안 한 거는 완전히 달라. 남녀가 호텔에 들어갈 때마다 한 거로 치면 호텔 직원은 하루에 수십 번 하는 거 게?”
“말 같지도 않은 비유를.. 좋아. 그 여자가 호텔 직원은 아니었을 거 아니야?”
“호텔 직원 맞아. 정확히는 자문 변호사지만.”
"???"
조안나는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나름대로 상세하게 전했습니다. 이해력이 빠른 박서우는 조안나의 횡설수설에대 불구하고 단번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두 알아냈죠.
“캘러한과 그 검사였던 변호사와 오랜 전부터 아는 사이 같았다는 거지? 네 직감이야? 아니면 근거가 있어?”
“이 시점에서 하나 묻자. 내 직감하고 근거 중에 어느 걸 믿을래?”
“둘 다 의심스럽지만,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니 직감이 그나마… 넥 제시하는 근거는 훨씬 더 형편없으니까..”
“거봐. 너도 내 직감이 낫다는 걸 알잖아!”
“자랑이다. 하긴, 캘러한이 그 변호사에게 의뢰를 받고 조폭 행동대장을 반신불수 만들었다면 최소한 2가지는 사실이네.”
“뭐가 사실인데?”
“최소한 그 여자가 검사였을 때부터 캘러한과 아는 사이였고, 캘러한은 생각보다 훨씬 막 나가는 인간이라는 것.”
“강하다, 무섭다, 이런 게 아니라 막 나가?”
“캘러한 강한 건, 너도 겪어봐서 알잖아. 네가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면서? 세상에서 내가 알고 있는 인간여자 중에 네가 제일 강한데 말이야.”
“한 주먹은 아니다. 나보다 좀 셀 것 같다는 거지. 최소한 세 주먹은 돼, 내가.”
무시.
“조폭 행동대장을 건드리고도 무사하다면, 캘러한 뒤에 그보다 큰 조직이 있거나, 아니면 조폭 정도는 신경 안 쓴다는 것인데, 캘러한이 어떤 조직에 있을 거 같지는 않잖아? 외로운 늑대 필도 좀 나고."
“외로운 늑대? 네가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구나. 하이에나라면 모를까."
"그 입 안 닥쳐? 그럼 캘러한이 조직에 있다는 거야?"
"모르지. 그래, 국정원. 국정원 요원일수도 있지."
“국정원 활동비가 얼마인데? 국정원 요원이 맨날 거지니?”
“하긴 나보다 거지는 첨 봤어!”
“넌 단순히 낭비벽이 심한 거고. 그런데 캘러한도 의뢰비 수입이 꽤 되지 않나? 그 돈은 다 어디 가는 거지?”
둘 다 말문이 막혔습니다. 캘러한은 의뢰비를 받는 족족 어디에 쓰기에 옷은 맨날 같은 옷, 밥은 전부 얻어먹고 김동훈 씨에게 줘야 할 집세도 떼먹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 이 인간 어디서 몰래 애 키우고 있는 거 아니야? 다달이 양육비를 부친다든가.”
그러나 박서우는 조안나의 추측을 들은 체도 안 했습니다. 캘러한이 어딜 봐서 애를 키울 것 같나요?
“서사가 어째 점점 흥미로워네. 궁금하고. 자꾸 궁금하면 사랑이라고 하던데, 이러다 정말 나 사랑에 빠질 것 같아.”
이상한 결론이네요. 위험하게 미소 짓는 박서우 앞에서 조안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이년이 미친년이야.'
그러면 이자영 변호사의 남편대행으로 학교에 간 캘러한은 어떻게 됐을까요? 이자영의 바람대로, 캘러한의 성깔대로 책상 까뒤집고, 소리 지르고, 깽판 쳤을까요?
학교에 간 그들의 모습을 하이라이트만 보시겠습니다.
::학교 상담실::
이자영: 이런 일로 꼭 학폭위를 열어야 하나요?
선생님 1: 우리로서는 피해 학부모가 요구하면 학폭위를 열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자영: 이 일에 피해 학부모가 있어요? 누구인데요?
선생님 1: 그건 지금 말씀드릴 수 없고, 학폭위에 출석하면 거기서 만날 수 있습니다. 사과도 그때 하시고.
이자영: 사과라뇨? 뭐가 문제인지도 파악하지 않았는데 사과부터 하라니.. 정확히 우리 애가 뭘 잘못했나요?
선생님 1: 그것도 모르고 학교에 오신 겁니까? 이거 안 되겠네.(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헛기침한다)
선생님 2: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끼어든다) 지성 군은 아무래도 우리 학교의 교육이념과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죠. ‘귀하는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자영: 이 학교의 교육이념이 뭔데요? ‘사람을 살리는 공부를 하자’ 아닌가요?
선생님 2: 맞습니다. 잘 아시는 분이.. 왜..
이자영: 그러니까 그 교육이념하고 우리 애 학폭위랑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선생님 2: 그걸 남사스럽게 꼭 제 입으로 말해야겠습니까? 지성 군은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해 학업분위기를 해치고 있습니다.
이자영: (어이없다) 이 학교에서는 애들끼리 썸도 안 타요? 요즘은 중학생들도 연애하고 하잖아요. 충분히 그럴 나이고.
선생님 1: 그거 하고 이거 하고 같습니까? 진짜 알만한 분이 왜 자꾸 억지를 부리는 겁니까?
이자영: 억지라뇨? 학폭위를 열 때는 심각한 폭력행위가 있었거나, 그에 상응하는 규정을 어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 애가 어떤 규정을 어겼는지 말해 보세요.
선생님 1: 지성 군 때문에 다른 학부모들의 불만이 넘치게 접수되고 있습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이자영: 진정서 말이죠? 진정서 쓴 학부모들의 진정성은 의심해 봤어요? 사실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애가 다른 애들을 어떤 식으로 쳐다봤는지, 또 좀 쳐다봤다고 해서 그런 게 왜 문제가 되나요? 지성이가 눈을 야리기라도 했대요? (이자영 말이 막 나오기 시작합니다)
선생님 2: (버럭 화를 내며) 그럼 우리 학생들이 없는 일을 거짓말한다는 말입니까?
이자영: (성질나지만 참는다) 지성이는 여기 학생 아닌가요? 왜 지성이만 잘못됐고,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선생님 2: 아, 진짜. 거기 진정서에 적혀 있지 않습니까? 안 보셨어요? 한글 몰라요?
이자영: 그러니까 이 진정서를 믿을 수 없다니까요. 우리 애가 다른 애들의 학업분위기를 해쳤다는 증거를 내놔 보세요.
선생님 2: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더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겠군요. 제 입으로 남자애가 좋다고 말한 마당에 무슨 증거를 찾는지. 원. 엄마라는 사람이 이러니까..
이자영: (목소리가 커진다) 남자애가 남자애를 좋다는 게 문제라는 건가요? 그게 정말 학폭위 감이라고 생각하세요? 요즘 세상에 이런 일로 문제를 삼다니,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해서 머뭇거리다가) 이 학교 정말.. 후지네요.
선생님 1: 뭐요? 후져요? 후지다니. 말 다 했습니까?
이자영: 아뇨! 이제 시작입니다. 여기는 학교 아닌가요? 학생들이 뭔가 서로 어긋난 게 있으면 알아듣게 설명하고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해 줘야지 겨우 중학생인데, 남들과 좀 다르다고 해서, 이런 일로 학폭위 운운하면, 우리 애가 받게 될 상처는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
선생님 2: 책임이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잘못을 한 게 누구인데 학교에다가 책임지라는 겁니까? 감히.
이자영: 그럼 우리 애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요? 싫다는데 누구 다른 애를 만지고 따라다니고 못살게 굴기라도 했나요?
선생님 1: (벌떡 일어나며)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인데 학교에서 이렇게 무례하게. 이거 말이 통해야 말을 하지. 도무지 상식이 없어! 상식이!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끝입니다.
어떻게들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