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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명 Apr 10. 2021

성스럽지 못한

 나는 용산역 근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점장은 몇몇 단골손님들에 대한 정보를 줬다. 거의 매일 노래방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오니까 친절하게 대해주라는 것이었다.


 밤이 되었고 아아주머니들이 하나 둘 모였다. 아주머니들은 편의점에 들어와 소주와 안주를 샀다. 그리고 바깥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며칠 동안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풍경에 어느덧 익숙해졌닺

 

 나는 유통 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빼놓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전자레인지에 제품들을 따뜻하게 데웠다. 이건 내가 먹을 것, 이건 아주머니들한테 나눠드릴 것. 나는 아주머니들한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방금 유통 기한이 지난 건데 괜찮으시면 안주하시라고요.” 아주머니들은 아주 흔쾌히 내 성의를 받아줬다. “아이구, 고마워요!”

  

 그러니까 아주머니들이 일을 하는 방식은 이랬다. 아저씨가 승합차를 운전해서 아주머니들을 바로 데리러 오거나, 아니면 아저씨가 아주머니들과 같이 대기를 하다가 노래방에서 호출을 받고 출발하거나. 한번은 아저씨가 편의점 안에서 통화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아, 그럼. 예쁘지, 예뻐! 그럼 지금 가요!”


 나는 가끔 외국인 손님이 와서 영어를 몇 번 쓴 적이 있었다. Do you need a plasticbag?,  그래봤자 비닐봉지가 필요하냐는 질문이었다. 아주머니들은 나를 무척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가씨가 영어를 참 잘해!”, “참 착해. 음식도 나눠주고.” 나는 금세 아주머니들과 친해졌다. 서로에게 호의적이었으므로.


 하지만 아주머니들이 항상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밤을 새고 첫차 시간에 맞춰 지하철을 타러 가고는 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나는 이따 밤에 다시 만나요, 라고 속으로 인사했다. 그리고 나와 아주머니들의 그 고단한 삶들을 지켜보면서 울컥했다. 저는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만.     



 (이 시간을 떠올리는데 왜 이연주 시인의 ‘속죄양 유다’가 생각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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