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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 Nov 16. 2019

<8화. “메이즈 러너”>

독박육아 프로젝트 '아내에게 휴가를!'


2019-10-26, 토요일


독박 육아 프로젝트 여덟째 날의 기록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마지막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우도 유민이도 어제 너무 늦게 잠들어서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나도 어제 마신 고 카페인 커피의 영향으로 2시가 넘어서 잠들어 심히 피곤했다. 아침 7시쯤 은우가 비몽사몽 한 상태로 나에게 왔다.



은우 : 아빠.. 따뜻한 우유 한잔 줘.


아빠 : 지금? 지금 몇 시지..?

은우야 너 좀 더자야 될 거 같아.


은우 : 따뜻한 우유 주라고!! 엉엉엉ㅜ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은우.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다.


아빠 : 응. 알았어. 

금방 갖다 줄 테니깐 좀 누워있어.


우유를 데워서 가지고 왔는데 은우는 자고 있었다. 은우를 작은 소리로 불렀다.


아빠 : 은우야~ 자니?

우유 거기로 갖다 줄까? 의자 위에 둘까?


대답이 없길래 우유를 두고 나가려는데 은우가 서럽게 운다.


은우 : 엉엉엉...

아빠.. 배 아파ㅜㅜ


아빠 : 또? 요새 자꾸 배 아프네;;

어제 뭐 먹었지? 어제 너무 안 먹고 자서 속 쓰린 건가?

아침을 좀 먹어볼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은우 : 집에 김 있어?


아빠 : 사 와야 될 거 같은데.


은우 : 당장 사다 줘 그럼.


아빠 : 그래. 알았어. 





컨디션이 안좋은 아이들.





집 근처 하나로마트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을 시간이라 편의점에 가서 김을 사 왔다. 집에 와보니 유민이가 일어나서 자기도 먹겠다며 난리다. 김을 두 개 사 오길 천만다행이다. 밥을 데워서 김에 싸서 각자의 접시에 나눠주는데 유민이가 갑자기 화를 낸다.


유민 : 왜 오빠만 두 번 줘!! ㅡ.ㅡ+


아빠 : 똑같이 준 건데.. 한번 세어 봐. 

유민아, 똑같잖아.


유민 : 오빠한테 두 번 줬잖아!! 


아빠 : 유민아, 밥도 많이 있고 김도 많아. 

더 먹고 싶으면 더 줄게.


유민 : 아빠 나빠!! 엉엉엉 ㅜㅜ


결국 드러누워서 대성통곡을 하는 유민이. 유민이도 오늘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아내의 빈자리가 오늘따라 더 크게 느껴진다. 정말 쉽지 않다. 유민이는 그나마 식욕이라도 있어서 김밥을 하나씩 먹는데 은우는 아예 소파에 기대 눈을 감은체로 말이 없다.





참 쉽지 않구나.





아빠 : 은우야, 이거 좀 먹어봐.

은우가 먹고 싶어 했잖아.


은우 : 먹여줘.


아빠 :.... 응 알았어. 


은우는 열심히 먹다가 결국 두세 개 정도를 남겼다. 


아빠 :  더 못 먹겠어? 이거는 어떻게 할까?


은우 : 유민이 줘.


평소 같았으면 유민이 한테 줄 바에 억지로 라도 먹을 텐데 선뜻 양보하는 걸 보니 진짜 못 먹겠나 보다. 덕분에 유민이의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유민 : 오빠~ 유민이한테 양보해줘서 고마워~^^





김밥 세 개에 마음이 풀렸다.





아침을 먹고 나서도 계속 배가 아프다며 칭얼대는 은우. 눕혀놓고 진찰해봐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뭐가 문제지.. 스트레스 때문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 약을 먹이는데 은우가 묻는다.


은우 : 아빠, 왜 약을 먹어도 배가 계속 아파? ㅜ


아빠 : 아, 맞다!! 약!!


항생제를 계속 먹다 보니 항생제 장염이 생긴 거였나 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아빠 : 은우야, 생각해보니까 약 때문에 배 아픈 거 같아.

항생제가 세균을 죽이면서 배 속에 좋은 세균도 같이 죽거든.

그러다 보면 배 아프고 설사하고 그럴 수 있어.

나중에 항생제 끊으면 좋아질 거야.

이제 이틀만 더 먹으면 되니 힘들어도 좀만 참자.



침대에 누워서 배를 쓸어줬다. 원래 오늘 어린이집에서 공동체 부모교육이 있는 날이라 오전에 도시락을 싸서 소풍 갔다가 어린이집으로 바로 가려했는데.. 셋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일단 좀 쉬기로 했다. 침대에 셋이 누워서 동화도 듣고 장난도 치면서 뒹굴거렸다. 




오늘은 좀 쉬자.





열 시쯤 프랑크 소시지를 데쳐서 젓가락에 꽂아 간식으로 줬다. 고기를 좋아하는 유민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소시지를 반겼지만 은우는 반도 못 먹고 남겼다. 





소시지 간식.





유민이 그림.





딱히 잠을 더 자거나 한건 아니지만 누워서 서로 체온을 나누며 쉬다 보니 셋다 어느 정도 컨디션이 올라왔다. 컨디션이 좀 회복되자 다시 의욕이 생겼다. 그래도 마지막 날인데 점심을 얼른 먹고 뭐라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으로 또띠야 피자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양파를 썰고 그저께 먹다 남은 족발과 아까 간식으로 먹다 남은 소시지를 잘라서 토핑으로 준비했다. 부지런히 손을 놀려 치즈를 잘게 잘라 올리고 주위로 동그랗게 토핑을 올리는 유민이. 





유민 : 아빠, 이거 눈알피자야~






은우는 또띠야 포장지에 조리 예로 나온 브리또 사진을 보더니 브리또가 먹고 싶다고 한다. 또띠야를 살짝 구워서 위에 볶은 토핑들과 녹인 모차렐라 치즈를 올려줬다.


아빠 : 자, 요렇게 해서 싸 먹으면 될 거 같아.

뜨거우니깐 조심해서 잘 싸서 먹어.


최근 은우가 먹는 게 영 시원찮아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먹고 싶다는 걸 해줘서 그런지 꽤 잘 먹었다. 







은우의 브리또.





아빠 : 오늘 뭐할까? 교육이 세시부터라 시간이 많지는 않아.

도서관이나 놀이터에 잠깐 갔다 올까?

근데 오늘 좀 추워서 따뜻하게 입고 가야겠다.


은우 : 워터파크 갈래!


아빠 : 제주도에 워터파크가 어딨냐.. ^^;;

은우야, 근데 워터파크 뭔 줄 알아? 

아빤 한 번도 안 가봤는데 물놀이할 날씨는 아닌 거 같아.


은우 : 그럼 방방? (키즈카페)


아빠 : 키즈카페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

아빠가 같이 못 놀잖아.


은우 : 같이 방방 못 타?


아빠 : 당연하지. 아빠가 타면 다 찢어지고 난리 날걸.

그런 거 말고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데나 그런 거 없어?



스마트폰으로 갈만한 곳을 이곳저곳 찾아보다가 은우의 취향을 100프로 저격하는 곳을 발견했다. 바로 미로 랜드. 미로와 퍼즐을 좋아하는 은우(와 나)에게 딱이다. 아니나 다를까 은우에게 보여주니 갑자기 눈빛이 살아

났다.



은우 : 나 갈래!! 갈래!! 갈래!!


아빠 : 근데 찾아보니 여기 엄청 멀다. 

한 시간 걸리네..

지금 가면 두시가 될 텐데, 교육이 세시라서 가자마자 와야 될 거 같은데.


은우 : 가고 싶은데..


아빠 : 그럼 지금 먹는 거 중단하고 도시락으로 싸가자. 

가면서 먹으면 30분은 절약할 수 있을 테고, 

은우가 미로 잘하니깐 30분 만에 미로 찾기 끝내서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자! 시간 없다! 움직여! 고고고!!



늦을까 봐 정신없이 옷을 입는 은우와 시큰둥하게 누워서 뒹구는 유민이. 미로 랜드에 대해 극명한 온도 차이를 보여주는 둘이다. 미로에 별 관심 없는 유민이는 마냥 귀찮은 듯했고 은우는 혹시라도 늦을까 봐 유민이의 옷을 챙겨 와서는 열심히 갈아입히고 신발까지 신겨서 끌고 나왔다. 오빠 덕에 빠른 준비를 마쳤지만 현관에서 나오지 않고 뭉그적거리는 유민이. 은우에게 유민이를 부탁하고 차에 시동을 걸어두려고 먼저 뛰어 나갔더니 유민이가 난리가 났다.



유민 : 아빠!! 왜 이렇게 빨리나 가!

유민이랑 같이 가자고!!


아빠 : 아.. 미안 ^^;;

아빠가 지금 마음이 급해서..

근데 유민아 좀 이쁘게 말해주면 안 될까?

“사랑하는 아버지~ 유민이도 같이 가요~” 이렇게.



평소 같으면 이렇게 말하면 곧잘 따라 하는데.. 오늘은 여전히 도끼눈을 뜨고 나를 흘겨보고 있다. 유민이의 마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내는 은우랑 잘 지내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유민이가 더 어렵다. 여자애라 그런지 아니면 지금이 그럴 시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기분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잠옷을 입고 그대로 나가는 은우.





나름 서두른다고 서둘렀건만 차에 타니 이미 한시가 다돼가고 있었다. 



아빠 : 안 되겠다. 

은우야, 오늘 둘 다는 못하고 하나는 포기해야 될 것 같아.

아침에 좀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쉰다고 너무 늘어져 있었네.


은우 : 그러니까..

그냥 새벽 한 시에 나올걸.


아빠 :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

아빠가 오늘 교육이 전체 교육이라 가야 되기도 하고 수업도 듣고 싶긴 한데,

그래도 마지막 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

일단 너희들의 생각을 존중할게. 

어디로 갈까?


(물어보나 마나 한 질문이다.)


은우 : 미로!


유민 : 유민이도!


아빠 : 그래. 

그럼 오늘 교육 신청해놓고 참석 못하는 거 미안하니까 새봄한테 전화를 먼저 해주자.


은우 : 나도 말할래.


아빠 : 응. 아빠가 먼저 상황 설명해주고 바꿔줄게.


새봄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은우를 바꿔줬다.


은우 : 새봄~ 나 오늘 아빠랑 미로공원 가기로 해서 못 갈 거 같아. 미안해.


전화를 끊고 텐션을 한껏 올렸다.


아빠 : 자, 이렇게 된 거 가서 신나게 놀아보자!


은우 : 예이~!


유민이는 잠이 부족해서 차에 타자마자 감기는 눈을 주체 못 하고 있다. 


아빠 : 유민아. 가려면 한 시간 걸리니까 잠 안 자더라도 눈 좀 감고 있어.


유민 : 눈 좀 붙여?


아빠 : 응. 


가끔씩 아이들의 말에 깜짝 놀란다. 저런 표현은 어디서 배운 거지?






날씨가 좋았다.




유민이는 얼마 안 가 잠이 들었고 가는 내내 깨지 않고 제법 잘 잤는데 하필이면 도착하기 직전에 깨서는 잠투정을 시작했다.


유민 : 아~ 왜 이렇게 어지러워~ 엉엉ㅜㅜ

벨트 불편하다고!! 엉엉 ㅜㅜ


차에서 자서 그런지 몸이 불편하다며 울어대는 유민이. 옆에서 은우가 나섰다.


은우 : 똘똘이~ (은우가 부르는 유민이 애칭) 잘 잤어~?


유민 : 응~ 오빠 ^^


신기하게도 울다가 갑자기 뚝 그치고 애교를 부리는 유민이. 유민이의 안에서 ‘똘똘이’라고 하는 애칭이 어떠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은우가 똘똘이라고 부르면 어지간해서는 다 통한다. 어찌 보면 우리 중에 유민이를 제일 잘 아는 건 은우일지도 모르겠다. 




'똘똘이' 애칭 이야기를 하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최근 나는 유민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유민이에게 공격당한다. 멀리서 내가 보이면 달려와서는 “에잇! 나쁜 초코!” ('초코'는 어린이 집에서 나의 별칭이다.)하면서 때리는 척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유민이의 친한 친구 몇 명이 따라 하며 좋아하는데 아마도 공통의 적을 설정해놓고 같이 공격하면서 우애를 다지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루는 나를 공격하는 유민이에게 “아빠한테 왜 그래.. 집에서는 안 그러면서.. 응? 똘똘아.” 하고 말했다. 그러자 유민이는 갑자기 당황하면서 친구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유민이 똘똘이 아니야!!” 하면서 강하게 부정하는 유민이. 속으로 아차 싶었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던 5살 아이도 집에서의 모습과 사회에서의 모습을 구분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유민이의 사회적 체면을 위해 어린이 집에서는 똘똘이의 ‘똘’자도 꺼내지 않기로 했다.





메이즈랜드





드디어 도착한 메이즈랜드.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겉옷을 챙겨가길 잘했다. 아이들 겉옷을 입히고 모자도 씌우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는데 정작 내 옷은 안 챙겼다. 아내가 있었으면 내 옷을 먼저 챙겼을 텐데.. 결국 오늘 나는 반팔티를 입은 채로 벌벌 떨면서 미로를 헤맸다.





3개의 미로.





미로 랜드에는 ‘삼다도’를 상징하는 ‘바람 미로’, ‘여자 미로’, ‘돌미로’의 총 3코스가 있었다. 



미로 안에서의 길잡이는 은우에게 일임하고 유민이랑 나는 뒤따라 가기로 했다. 첫 번째 코스는 바람 미로. 첫 갈림길에 ‘쉬운 길’과 ‘재미난 길’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당연히 은우는 재미난 길로.. 첫 코스는 그래도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금방 돌파할 수 있었다. 





바람미로.






두 번째 미로인 '여자 미로'부터는 난이도가 좀 있었다. 평소 미로 찾기를 즐겨하던 은우도 한참을 헤맸다. 유민이는 피곤해서 못 걷겠다며 진작에 나에게 안겨서 편하게 황제 관광을 만끽하고 있었다. 너무 많이 헤매서 지도를 봐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는 상태. 은우는 그 상황이 재밌는지 연신 뛰어다니면서 헤매는 걸 즐겼다. 한참을 뛰어다니던 은우는 슬슬 지쳤는지 결국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길치인 나도 어쩔 도리가 없어서 결국 벽 짚고 가기를 했다. (모든 미로는 한쪽 벽을 짚고 계속 벽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에는 출구가 나온다.)






여자미로.






벽을 따라 한참을 걸은 끝에 두 번째 여자 미로도 돌파했다. 중간에 있는 휴게소에 앉아서 도시락으로 싸온 피자도 먹고 성취의 종도 울리면서 쉬다가 마지막 세 번째 난이도의 '돌미로'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유민이가 말한다.


유민 : 아빠, 유민이 여기 안 들어가고 싶어.


아빠 : 유민이 많이 피곤하구나?

오빠가 여기 꼭 가보고 싶어 하는데.. 

아빠가 아까처럼 안고 가면 어때?


유민 : 그래도 싫은데..


아빠 : 음.. 어쩌지..


유민이는 아무래도 이리저리 헤매는 것을 상당한 심리적 부담으로 느끼는 것 같다. 어찌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는데 다행히 미로 바깥쪽에 쉬운 길이 있었다. 


아빠 : 유민아. 이길로 가면 나가는데 까지 갈림길 없이 금방 가는데 어때?


유민 : 응. 그럼 걸어갈래.


은우에게는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아빠 : 은우야. 오늘 다 해버리면 나중에 재미가 없으니깐 돌미로는 남겨놓자.

나중에 아빠랑 둘이와 서 이거 한번 풀어보자.


은우 : 응. 알았어.


돌미로 바깥쪽 길은 산책로처럼 외길로 돼있어서 금방 탈출할 수 있었다. 






최고 난이도의 돌미로.






미로탐험을 마치고 미로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박물관 앞에 ‘진실의 입’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빠 : 은우야, 이거 봐 봐. 

이거 ‘진실의 입‘이라는 건데..

여기 입에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콱 물린대.


은우 : 진짜?


아빠 : 손 넣고 한번 해봐.


은우 : 싫어!


아빠 : 거짓말만 안 하면 괜찮아.

아빠가 한번 해볼까?


유민 : 아빠!! 안돼!! ㅜㅜ


아직은 순진한 아이들이다. ^^;;





진실의 입.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온갖 유명한 퍼즐과 미로들이 있었다. 입구에 있는 '하노이의 탑'을 보고 은우가 물었다.


은우 : 아빠, 이거 뭐야?


아빠 : 하노이의 탑이라고 여기 원반을 다른 기둥으로 옮기는 퍼즐인데 64개 원반을 다 옮긴 사람은 없어.


은우 : 왜? 엄청 무거워?


아빠 : 아니, 이게 엄청 오래 걸려서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해도 다 못한대.


은우 : 왜? 금방 할 거 같은데..


아빠 : 그냥 막 하는 게 아니고 이게 방법이 있거든.

하나씩 옮겨야 되고 큰 원반이 작은 원반 위로는 못 가.

이게 원반 개수가 늘어날수록 옮기는 과정이 복잡해져서..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의 은우.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아빠 : 나중에 집에 가서 아빠랑 같이 해보자.





논란의 하노이탑.





박물관 안에는 다른 다양한 퍼즐들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은우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유민이는 어째 시큰둥하다. 유민이는 여자아이라 그런지 은우에 비해 모험심 같은 게 부족한 편이다. 확실하게 자기가 성공할 만한 것이 아니면 섣불리 도전을 하려 하지 않는다. 



아빠 : 유민아, 이건 쉬워서 유민이도 잘할 거 같은데?

아빠랑 같이 해볼까?


유민 : 아니, 유민이는 원래 잘하는데 하고 싶지 않아..


아빠 : 응. 유민아.

근데, 이거는 꼭 성공해야 되고 그런 건 아니야.

틀려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하는 게 재밌는 거야.

아무튼 아빠가 할 테니깐 유민이가 응원해줘.



이것저것 퍼즐을 맞추는데 나무 조각들을 조립해서 벤치를 만드는 퍼즐이 있었다. 조립을 하다 보니 손이 부족해서 은우와 유민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셋이서 낑낑거리면서 겨우 벤치를 만들었다. 다들 뿌듯해했다. 






미로와 퍼즐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3층 전망대로 나왔더니 밖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신나서 뛰어 내려가는 은우와 유민이. 유민이는 오늘 피곤하고 걷기 힘들다며 하루 종일 나에게 안아달라고 했었는데.. 신이 나서 번개같이 뛰어내려 가는걸 보니 순 거짓말이었나 보다.





전망대와 하늘길.





미로 구경을 마치고 작은 퍼즐이라도 하나 사가려고 기념품 가게를 찾았는데 기념품 가게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매점과 인형 뽑기 하는 곳이 있었다. 얼마 전 은우랑 둘이서 놀러 다닐 때 인형 뽑기 방에 가서 인형을 왕창 뽑은 적이 있었다. 그때 생각이 났는지 은우가 말했다.


은우 : 아빠, 인형 뽑기 하자!


아빠 : 응? 아빠 근데 돈이 없어.


은우 : 카드 있잖아.


아빠 : 이건 카드로 안되고 돈이 있어야 해.


솔직히 말하자면 관광지에 있는 인형 뽑기 기계는 크레인의 잡는 힘을 약하게 설정해놓기 때문에 뽑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러 돈이 없다고 말을 했는데 친절하게도 인형 뽑기 기계 옆에 ATM까지 있었다. 


은우 : 어? 아빠, 저기서 돈 뽑으면 되잖아.


아빠 : 응? 뭐?


은우 : 저거, 저기 기계에 카드 넣으면 돈 나오는 거 아니야?


은우는 ATM이 무슨 도깨비방망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결국 은우의 집요함에 돈을 뽑아서 인형 뽑기를 했다. 유민이는 '이브이'를 뽑아달라고 했는데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도저히 뽑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몰빼미'로 합의를 보고 뽑아줬다. 다른 인형을 뽑으면 서로 갖겠다고 싸울까 봐 은우에게도 똑같은걸 하나 더 뽑아줬다. 기회가 좀 남아서 다른 인형을 뽑아보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다. 


아빠 : 은우야. 아빠 생각에 여기는 집게가 힘도 약하고 일부러 떨어뜨리는 거 같아.


은우 : 왜?


아빠 : 그래야 돈을 많이 버니깐.


은우 : 아까는 뽑았잖아.


아빠 : 한두 개 정도는 뽑게 해 줘야 계속하지 않겠어?


은우 : 나쁘다.


아빠 : 우리가 인형 뽑은데 쓴 돈이면 이거 인형 대여섯 개는 살 수 있을걸?


은우 : 진짜?


아빠 : 응. 원래 돈 주고 사면 훨씬 싸.

대신 우리가 인형 뽑기 하면서 두근두근하고 재밌었잖아.

그리고 인형 뽑기 집 아저씨도 돈을 벌어야지.

그래도 인형 뽑기는 가끔씩만 하자. 돈 아깝잖아.


은우 : 그래.





개당 만오천원짜리 인형이다.






인형 뽑기로 뽑은 인형을 하나씩 들고 차에 탔다. 몸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겨서 뿌듯했다. 무엇보다 은우가 재밌어해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낸 것 같았다. 


모두가 즐거운 기분으로 차에 탔지만 이러한 평온함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미스터리 동화’였다. 평소에 은우랑 유민이가 즐겨 듣곤 하는 동화라서 틀어준 건데 유민이가 졸려서 짜증이 났는지 무서워서 듣기 싫다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유민 : 이거 무섭다고!! 안 듣고 싶다고!! ㅜ.ㅜ


유민이 우는 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 얼른 다음 곡으로 넘겼는데 비슷한 동화가 또 나왔다. 


유민 : 아빠! 유민이 말 안 들려? 유민이 무섭다니깐!! 엉엉엉 ㅜㅜ


아빠 : 그래 유민아. 아빠가 운전 중이라 다른 걸 찾아서 틀어줄 수는 없어.

일단 끄고 가자.


그랬더니 이번에는 은우가 심통이 났다.


은우 : 왜 유민이 말만 들어줘! 난 이거 듣고 싶은데!

아빠 나빠!!



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한 걸까. 은우를 생각해서 듣고 싶었던 교육도 빠지고 멀리까지 다녀온 건데.. 아까의 즐거운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사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그에 대한 보답을 요구하면 안 된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속에서는 자꾸 은우에 대한 섭섭함이 생겨난다. 원래는 이러한 나의 마음에 대해 은우와 대화를 해야 맞는 거지만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삐뚤어진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아빠 : 그래. 아빠가 동화를 괜히 틀었네. 

은우 말대로 아빠가 나쁜 아빠야. 

나쁜 아빠라서 미안해.


유민 : 아빠가 왜 나쁜 아빠야! 나쁜 아빠 아니야!


은우 : 그래. 나쁜 아빠 아니야!


아깐 나쁘다며.. 그래도 아이들이 아니라고 말해주니 기분이 살짝 풀렸다. 


아빠 :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은우야, 은우가 볼 때는 아빠가 유민이 말만 들어준 거 같아서 기분이 나쁜 거 알아.

근데 은우야. 아빠 생각에 이건 누가 양보하고 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유민이가 다른 게 듣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고 무서워서 그렇다는 거잖아.

위험한 거, 무서운 거, 다치는 거.. 이런 것들은 양보하고 할 문제가 아니야.


은우 : 왜? 양보할 수도 있잖아.


아빠 : 그건 아니지, 만약에 아빠가 지금 운전하다가 막 차로 점프해서 공중 1회전을 하고 싶어.


은우 : 응.


아빠 : 근데 그럼 아빠도 너희도 위험하겠지?

근데 아빠가 ‘나 진짜 꼭 하고 싶으니깐 니들이 양보해줘? 알았지?’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야?


은우 : 아니.


아빠 : 아빠 말이 그거야. 

물론 무서운 거랑 위험한 거랑은 좀 상황이 다르긴 해.

유민이가 귀를 막거나 은우가 혼자 조용히 듣거나 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근데 우리가 오늘 즐겁게 잘 놀고 다들 기분 좋았는데 모두의 기분을 망칠 만큼 그 동화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래서 아빠가 섭섭한 거야.


은우 : 그래도 난 듣고 싶어.

아빠는 내 마음 몰라?


아빠 : 은우야. 당연히 은우 맘은 알지.

듣고 싶은데 유민이가 안 듣겠다고 하니깐 심술이 나서 더 듣고 싶은 거까지 아빠는 다 알아.

근데 꼭 그렇게 아빠한테 화내고 소리 지르고 해야 했어?

아빠는 오늘 은우가 좋아하는 거 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은우야 말로 아빠맘은 하나도 안 알아주잖아.


은우 : 아니! 유민이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


아빠 : 그냥 알았다고 하면 안 되니?

그럼 은우는 아까 아빠한테 그렇게 말한 게 잘했다는 거야?


은우 : 아니. 근데 아무도 잘못한 사람 없어.


아빠 : 그럼 대체 지금 우리가 왜 이렇게 싸우는 거야?


유민 : 아빠ㅜㅜ 화내지 말고 이쁘게 말해ㅜㅜ



아.. 오늘은 정말 힘들다. 마무리를 좋게 해야 되는데. 기분이 한껏 좋았던 상황에서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런 내 마음을 막을 방도가 없다. 



아빠 : 일단 지금 하는 이야기는 잠깐 멈추자.

다들 잠깐만 생각하는 시간을 좀 갖자.



한참 뒤..


아빠 : 아빠가 생각해보니 은우 말대로 누가 잘못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고 말하는 방법의 문제인 거 같아.

처음에 아빠가 너희들한테 “동화 들을래? 뭐 들을래?” 물어보고 틀었으면 좋았겠지.

유민이도 짜증내고 울게 아니고 “아빠, 이거 무서우니깐 다른 거 들으면 안 돼요? 오빠, 다른 거 들으면 안 돼?”하고 말했으면 좋았을 거고.

그다음에 아빠가 “은우야, 유민이가 이거 무서워하는데 다른 거 들어도 될까?” 했으면 좋았겠지.

마지막으로 은우도 “네, 그럼 집에 가서는 내가 듣고 싶은 거 들을게요.” 이렇게 말하는 방법도 있었을 거야.

우리가 아까는 기분이 좋았다가 지금은 안 좋아졌잖아.

근데 오늘 하루가 끝난 게 아니고 충분히 되돌릴 수 있어.

우리 전에 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해보자.


은우 : 어떻게?


아빠 : ‘되돌리기’ 알지? 

아까 상황을 다시 한번 되돌려서 똑같이 해보는 거야.

아빠가 다시 동화를 틀어주는 상황부터 시작할 테니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자.

자, 시작!

“얘들아 우리 동화 들으면서 갈까? 미스터리 동화 어때?”


유민 : 아빠!! 유민이 이거 무섭다고!!! 엉엉엉 ㅜㅜ


유민이는 이해를 제대로 못했나 보다..


아빠 : 에휴... 그래..

그럼 동화를 틀었다고 치고 다시 해보자.


유민 : 엉엉엉ㅜㅜ


아빠 : 아빠가 유민이 역할도 할게.

“오빠~ 유민이 이거 무서운데 다른 거 들으면 안 될까?”

자, 은우 차례.


은우 : 그래.


아빠 : “와~ 오빠 고마워~”

자, 이렇게 하면 모두가 다시 기분이 좋아지겠지? ^^;;


은우 :.....


유민 : 엉엉엉 ㅜㅜ


분명 전에는 잘 통했는데 오늘은 어째 영 효과가 없다. 이후 한참을 운전하면서 가는 동안 차 안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아빠 : 은우야, 아빠가 오늘도 하나 깨달은 게 있어.


은우 : 뭔데?


아빠 : 남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는 게 쉬운 게 아닌 거 같아.

아빠는 은우랑 유민이 맘을 먼저 알아주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아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잖아.


은우 : 아니야, 내가 아빠 맘을 알아주잖아.


아빠 : 응. 고마워.

근데 원래 엄마가 아빠맘을 알아줬는데 지금 엄마가 없으니깐, 음.. 뭐랄까.

지갑에서 돈을 계속 꺼내 쓰는 거 같아.

지금은 돈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너희 마음을 먼저 알아주기 힘든 거고.

누군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남의 마음도 알아줄 수 있나 봐.


은우 : 그게 깨달은 거야?


아빠 : 아니, 그래서 결국 깨달은 건..

아빠가 당직하고 할 때 엄마도 같은 상황이었을 거 같다는 거.

너희는 엄마가 마음도 몰라주고 화만 낸다고 하지만 정작 엄마맘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잖아.

아빠는 이제는 엄마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 거 같아.

우리 엄마 돌아오면 정말 마음도 잘 알아주고 잘 하자.


은우 : 응. 그러자, 아빠.



나는 결국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버렸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아내는 ‘화를 잘 내는 엄마’이고 나는 ‘화를 안내는 좋은 아빠’였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의 평가의 차이는 아내가 정말 화를 잘 내는 성격이고 내가 화를 안내는 성격이라서가 아니었다. 나는 단지 아이들이랑 같이 지내는 시간이 아내만큼 많지 않았고, 그마저도 항상 곁에서 아내가 지지해주고 있었기에 어려움 없이 ‘좋은 아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다툼도 나에게 큰 깨달음을 하나 주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분위기가 저절로 풀어졌다. 다행히도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에는 다시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일주일 동안 떨어져 있던 아내가 귀국하는 날. 아이들도 나처럼 설레나 보다. 


집으로 돌아와서 서둘러 저녁 준비를 했다. 오늘의 메뉴는 샤부샤부. 나는 멸치와 다시마, 쯔유로 육수를 끓였고 은우는 버섯과 야채들을 손질했다. 거실에 상을 차리고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샤브샤브





아빠 : 자~ 손님들~ 샤부샤부 가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각자 먹고 싶은 야채를 냄비에 넣어주세요~


야채를 좋아하는 은우는 다양한 버섯과 청경채, 양파까지 골고루 담았다.


은우 : 아빠, 근데 노루 궁둥이 버섯도 있어?


아빠 : 아니, 그건 없는데.


은우 : 먹고 싶은데..

나 그거 먹어본 적 있어?


아빠 : 없을걸? 

아빠 병원 근처에 버섯 샤부샤부 식당에서 노루 궁둥이 버섯도 나오거든.

담에 아빠랑 먹으러 가자.


반면 유민이는 야채는 거의 없고 고기만 먹는다. 


아빠 : 유민아, 야채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어.


유민 : 유민이는 고기만 먹고 싶어.


아빠 : 그래.. 우리 유민이는 참 한결같다. ^^;;


재료가 다 익어서 각자 접시에 담아줬다. 잔뜩 기대했던 은우가 한입 먹더니 표정이 안 좋다.


은우 : 아빠, 근데 맛이 좀 없는데?


아빠 : 원래 첫 접시는 좀 심심하고 그래.

근데 야채랑 고기를 계속 익혀 먹다 보면 국물에 재료의 맛이 배어 나오거든.

나중에는 진짜 맛있어져.


은우 : 그럼 그때 우동 넣어서 먹어?


아빠 : 응. 지금 넣어서 먹어도 되는데 이따 먹는 게 더 맛있을 거야.


은우가 야채를, 유민이가 고기를 분담해서 열심히 먹다 보니 국물이 점점 맛있어졌다. 우동 사리를 끓여서 나눠주니 반응이 뜨겁다.


은우 : 오! 아빠! 진짜 맛있어졌어!

아빠 말이 맞네!


유민 : 맛있다!


아빠 : 맛있지?

원래는 여기 국물에 밥이랑 계란 넣고 죽까지 끓여먹으면 더 맛있어.


유민 : 유민이 먹을래!


아빠 : 냉장고에 식은 밥이 약간 남아있긴 해.

그럼 우동 먹고 죽도 끓여 먹자.


죽까지 끓여서 알뜰살뜰하게 먹고 나니 셋다 배가 빵빵하다. 






인기 만점이었던 우동.





아빠 : 자, 이제 집 정리 좀 하고 양치하고 누워있자.

엄마 지금 비행기 타고 오고 있대.


은우 : 좋아!


엄마가 온다니 다들 신이 났다.


아빠 : 자는 척하고 있다가 엄마 놀라게 해 줄까?


은우 : 응!


아빠 : 그럼 양치하고 침대에 누워서 눈감고 자는 척하고 있어~

엄마 오면 아빠가 너희들 잔다고 할게.

엄마가 너희들 보려고 방에 들어왔을 때 놀라게 해 주는 거야.


유민 : 좋아!



아내가 집에 오려면 한 시간 정도 남은 상황이어서 아이들이 자는척하다가 그대로 잠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낸 아이디어였다. 둘 다 많이 피곤하고 졸린 상태라 자는 척하다가 잠들만한 상황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둘 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버텨서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자는 척.





아내가 근처에 다 왔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을 나갔다. 얼마 만에 보는 아내인가. 골목으로 들어오는 택시의 헤드라이트를 불빛을 보니 첫 데이트 때처럼 두근두근거렸다. 택시가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는 아내. 참 반갑고 애틋하다. 나의 환영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가는 아내. 그리고 아내를 놀라게 하기 위해 한참을 기다린 아이들.


아빠 : 자기야~ 애들은 기다리다가 잠들었어.

(아내에게는 아이들의 계획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했다.)


아내 : 그래? 아쉽네. 애들 얼굴이라도 보고 가야겠다.


은우 & 유민 : 왁~! 놀랬지~!!

심한 장난!!



은우는 아내를 보자마자 아기처럼 매달려서 안겨있었다. 하지만 유민이는 약간 거리를 두고 앉아서는 어색한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충분히 보충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건 아닐 테고.. 아마도 며칠 못 봤다고 낯을 가리는 거 같은데. 진짜 유민이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눈물의 가족상봉.






아내의 복귀와 동시에 참 많은 깨달음과 추억을 남긴 나의 첫 독박 육아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와인을 한잔 하면서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둘 다 수면부족에 피곤에 쩌들어 있었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을 담은 에필로그가 이어집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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