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이일. 멜버른 차이나타운과 칼튼 정원.
멜버른에 도착한 날은 일찍 일정을 마무리했다. 캐리어에 가득 싸 온 짐을 호텔에 정리해야 했고 다음날 일정부터 천천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저녁 내내 알라와 다음날, 그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에 이어 마지막 날까지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했고 그렇게 다음날이 밝았다. 학교에서 공동 구매한 야구잠바를 서로 맞춰 입고 그날따라 잘 된 화장을 뿌듯해하며 향한 곳은 중국식 만두를 전문으로 파는 우리들의 아침 식당이었다.
우리가 묶었던 호텔은 정확하게 멜버른의 남중앙쪽이어서 어느 곳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그곳이 멜버른 북쪽이 아니라면 거리가 비슷비슷하다. 그렇기에 그날도 걸어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첫날에 그렇게 거리를 돌아다녀서 그새 거리의 모습이 눈에 익은 나는 챙겨간 액션 카메라로 도로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두구두구, 그 모습은 곧 공개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길.
그렇게 15분 정도 걸으면 차이나타운이 나타난다. 나는 우리가 꽤 느긋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차이나타운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리가 만두를 먹으려 했던 식당은 후통 덤플링 바 시티 점이었는데, 오픈 시간이 오전 11시 반이어서 11시 좀 넘어 도착해도 기다려야 했다. 어쩌면 식당이 늦게 여니 11시에 돌아다녀도 사람이 별로 없었을 수도 있겠다.
10분 좀 넘게 기다려 식당에 들어가 우리는 중국식 만두인 샤오룽 바오와 우육면을 시켰다. 우리가 첫 손님이어서 자리를 고를 수 있었는데, 기다릴 때 창가 자리에 놓인 창문이 멋스러워 보여 앉고 싶다고 생각한 차였다. 부지런하게(?) 준비한 덕에 앉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샤오롱바오가 먼저 나왔는데 중국식 만두 안에는 국물이 가득해서 잘못 씹으면 국물이 쭉, 나온다는 걸 들었다. 국물이 찍, 나오는 짤도 본 적이 있어서 조심조심 만두를 하나 집어 젓가락으로 갈라보니 정말 고깃국물이 쭈욱, 나왔다. 다행이다. 함부로 막 씹었으면...
샤오룽바오로 유명한 식당이었던 만큼 고기만두는 맛있었지만, 우육면은 그렇게 맛있진 않았다. 국물에 간장을 타서 먹으면 먹을 만했지만 그건 국물이나 국수가 맛있어서는 아니었고 그냥 간장 맛에 먹는 맛, 그 익숙한 맛이라서 그랬다. 자연스레 샤오룽바오를 먼저 다 먹고 나머지 빈속을 국수로 꾸역꾸역 채웠다. 저녁에 더 맛있는 걸 먹자는 다짐을 불태우는 순간이었다.
식당에서 또다시 15분을 걸으면 드디어 오늘 첫 방문지인 멜버른 박물관이 나타난다. 멜버른 박물관은 호주의 역사와 원주민 문화뿐만 아니라 과학과 인문 사회 등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 다루고 있는 박물관이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그리고 박물관 옆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이맥스 영화관도 있다고 한다. 영화가 목적은 아니어서 우리는 굳이 들리진 않았다. 게다가 TMI지만 나는 3D 영화부터는 1시간 이상 시청하면 너무 어지러워서 아이맥스는 더더욱 사양이다.
어쨌든 멜버른 박물관이 있는 도심 블록에 도착해 그곳으로 향하는 도중 우리는 멜버른 박물관이 위치한 칼튼 정원을 지나가게 됐다. 무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원이라는데, 문외한인 내게는 그냥 예쁜 분수가 있는 정원에 지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운데 있는 왕립 전시관이 그때 공사 중이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분수 앞에서 사진을 하나 남기고 멜버른 박물관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