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일일. 페더레이션 광장과 로렌트.
식당에서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우리는 식당에서 나와 다시 플린더스 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플린더스 가 옆에 있는 어떤 커다란 광장이 대성당을 가는 길에 우리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10분 좀 넘게 걸었을까, 우리는 그 광장을 찾을 수 있었다. 페더레이션 광장. 호주 연방 결성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광장으로, 멜버른을 대표하는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가 멜버른을 방문한 첫째 날에는 이렇다 할 공연이 예정돼있지 않아 그냥 썰렁한 광장이었다. 광장에서 하는 공연의 종류나 날짜를 알 길이 없어 그냥 광장을 구경하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지만 우리는 곧 공연을 구경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그 행운은 조금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겠다.
당장은 휑한 광장을 놔두고 우리는 광장 옆에 있는 이안 포터 센터에 들어갔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 건물도 광장의 일부분인 줄 알았지만, 엄연히 다른 건물이며 미술관이라는 건 멜버른을 떠나서야 알았다.
센터에 들어가기 전, 그 옆에는 플린더스 역으로 향하는 철도가 쭈욱 늘어 있었다. 그냥 서너 대가 다니는 철도가 아니고, 10개 이상의 철도가 깔려있었다. 그 엄청난 규모를 배경으로 사진도 잊지 않고 두어 장 찍어갔다.
이안 포터 센터에 들어가 센터 중앙에 있는 벤치에 앉아 쉴 겸 다음에는 어디를 갈지를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미리 세워둔 계획에서 로렌트라는 베이커리가 눈에 띄었다. 밥 다음은 당연히 후식 차례지!
오후 4시 반이 다 돼서 도착한 로렌트에는 마감 시간으로부터 1시간 반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사람이 복작복작했다. 멜버른 대표 빵집으로 유명하다더니 정말 그런 듯싶었다. 들어가면 검은색, 상아색, 그리고 금색을 주로 꾸며진 식탁과 주방이 보였다. 밑에 내가 먹은 디저트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커피잔이나 식탁도 죄다 저 3개 색이 우아하게 조화된 모습이었다. 케이스를 보니 마카롱부터 온갖 종류의 타르트, 다양한 미니 케이크까지 빽빽하게 진열돼 있었다. 가격표도 나열된 종류 앞에 놓여있었는데 그건 보기 좀 불편했다.
케이스 앞에 쪼그리고 앉거나 서성거리면서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한 끝에 우리는 딸기 타르트와 카페 라떼 한 잔을 시켰다. 큼지막한 딸기 하나와 두 동강 난 딸기가 크림치즈 위에 잔뜩 올려진 비주얼에 하트 모양 라떼 아트가 그려진 라떼가 나왔다. 최대한 조심하며 옮겼지만, 라떼가 가득하게 채워져 있던 잔이 찰랑거리더니 약간의 라떼가 쏟아졌다. 많은 양은 아니어서 호다닥 사진을 찍고서는 아까보다 좀 더 조심해서 타르트를 포크로 가르기 시작했다.
베이커리로 유명한 곳이니 커피 맛은 별로 특별하다 생각 못 했지만 딸기 타르트는 정말 기막혔다. 타르트를 좋아하지만 아쉬운 점은 타르트지가 구운 뒤 부술 때 너무 가루처럼 흩어진다는 점이었는데 로렌트의 타르트 쿠키는 정말 딱 내가 가른 모양대로 갈라졌다.
내가 원한 모양대로 갈라진 타르트 쿠키 위에 바닐라 빈이 가득하게 있는 크림치즈와 그 위에 위태롭게 있는 커다란 딸기를 한입에 먹으면 그게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크림치즈라고 하면 일반 치즈보다 좀 더 단단한 식감을 떠올리지만, 이곳의 크림치즈는 일반 치즈와 비슷한 묽기를 갖고 있었다. 흐름성이 조금 있다고 표현하는 게 나으려나…? 흐르지만 적당하게 모양을 갖추며 흐르는 정도다.
타르트를 금방 해치우고서는 라떼를 중간중간 마셨는데 워낙 양이 많은 라떼여서 다 마시지는 못했다. 카페에서 나올 때 이 빈 그릇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다들 그냥 두고 나가길래 우리도 그대로 두고 숙소로 향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숙소와 로렌트는 엘리자베스 가를 하나 사이에 두고 있어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왜 로렌트를 한 번만 다녀왔는지 모를 일이다. 로렌트 마감 시간이 오후 6시로 좀 빨라서 였을까...? 글쎄, 그건 앞으로 멜버른 일기를 쓰다 보면 생각나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