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대하는 태도
속도 터지고, 타이어도 터지고, 이제 어떤게 더 터질래나? 로또가 터질래나?
지난달, 몸속 장기에 난 혹이 터지면서 급하게 수술을 받은 딸내미가 병원 다녀오는 길에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를 겪고 난 후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
타지에 혼자 사는 딸 아이가 저녁 늦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이의 목소리가 아닌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수술을 해야한다.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긴급한 수술이지 어려운 수술은 아니다. 감기처럼 종종 발생하는 케이스다. 너무 걱정 마시라.’
달래듯, 안심시키는 의사와 통화를 마치고 급하게 병원으로 갔다. 자신감 있던 의사의 말처럼 수술은 잘 되었고 회복도 빠르게 되었다.
그날을 돌이켜보면 두렵고, 무섭고, 겁났다. 부모인 나와 아내에게도 그랬는데, 다급하고 난처한 상황을 처음 겪어보는 딸 아이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싶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서 보았을 때는 통증이 너무 큰 탓이었는지 몸이 아픔만 표현했던 녀석이, 퇴원하고 몸조리하러 본가에 와서 아빠를 보고는 아이 같은 울음을 터트렸다. 그 울음 속에 혼자 감당해야 했던 두려움과 무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였다.
그렇게 춘천에서 요양하던 중 마지막 치료를 위해 병원가던 길에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까지 겪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펑크가 나는 바람에 갓길에 주차를 하고 보험사를 기다리는 시간 역시 무섭고 두려웠다고 한다.
힘들고 두려운 일을 겹쳐서 겪게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부정적 사고를 자연스레 하게 된다. 그런 일이 두 번만 겹쳐도 부정적 일이 나의 일상이 된냥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우리에게는 있다. 난 왜 이리 재수가 없지.. 라면서.
하지만, 딸은 달랐다. ‘속도 터지고, 타이어도 터지고, 이제 로또만 터지면 되는데… 로또를 사야겠어’라며 너스레를 떤다.
타고난 낙관적 성향에 감정 표현이 자유로운 딸 아이 성격이 드러나는 행동이다. 하지만 부모 마음에는,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으면 저렇게 방어기제를 쓰나 싶어 안쓰럽기도 하다. 반면, 긍정적 사고를 할 줄 아는 녀석이 대견하기도 하다.
헬렌켈러가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신발이 없다고 울었지만,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난 이후로 더는 그러지 않았다”
우리의 삶은 예측 불가능한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이 사건들은 때때로 우리를 뒤흔들고,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우연한 사건 경험들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하느냐이다.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보다, 그 경험을 나의 발전적인 변화와 성장 기회로 어떻게 삼을 것인지가 우리 삶의 궤적을 결정한다.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한 모두가 헬렌켈러와 같은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속이 터지고, 타이어가 터지는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재수없는 사고의 연속으로 받아들여져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장면이 될 것이다. 반면, 누군가에게는 한 번 돌아보고 그 경험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을 찾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무조건적 긍정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비예보가 있어 약속된 등산 일정을 어찌 할지 상의하던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누군가는 ‘괜찮아, 비 안와.’라고 근거없는 긍정성을 보인다. 대책없는 사고이다. 이는 해로운 긍정주의이다. 반면, 한 친구는 ‘비가 오면 코스를 바꿔서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가자.’라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상황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점들을 찾아 대비하며 긍정적으로 대처한다. 건강한 낙관주의이다.
삶의 사건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우리의 선택이다. 건강한 낙관으로 경험을 수용할 때, 우리는 성장한다. 어쩌면 그 과정이야말로 진짜 로또가 터지는 순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