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카페에서 나눴던 일화
얼마 전, 늦은 저녁 친한 지인과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같이 시골에서 온 공통점도 있고, 무엇보다 이 험난한 취업 시장에서 거의 동시에 취업 준비를 시작한 점이 그 지인과 나를 더 돈독히 맺어준 계기가 되었다. 가까스로 정한 일본 가정식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후식으로 그 지역에서 나름 유명하다던 한 카페에 가게 되었다. 남자 둘이 왠 카페냐 싶지만은 필자가 술을 일체 못 마셔서 술 집은 안타깝게도 갈 수 없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결혼’ 문제가 나왔다. 아직 취업도 하기 전이라 결혼이 왠 말인가 싶었지만 얘기를 할수록 우리 대화는 조금씩 더 깊어졌다.
“주영아, 나는 사랑한다면 돈이 조금 부족해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이를 안 갖는 것도 난 사실 조금은 비겁한 핑계라고 생각해. ”
필자의 지인은 결혼의 전제 조건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면, 필자는 돈이 없으면 행복한 결혼도, 아니 많이 양보해서 결혼은 한 다할지라도, 돈이 없다면 결코 아이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형, 그건 너무 유치한 생각이야! 결혼은 현실이라구. 돈 없으면 그 결혼 십중팔구 불행해지는 게 기정사실이야! 더군다나 아이?!”
다소 좁은 카페라 옆 자리 사람의 소근거림도 다 들릴 카페에서 난 왠지 핏대를 세우며 결혼도 아이도 갖고 싶다는 그 지인의 작은 바램을 극구 유치찬란한 소망이라며 비난했다. 그렇게 몇 분이고 혼자서 돈 없으면 결혼을 하면 안 되는, 많은 이유를 되었다. 10분이나 흘렀을까, 한참을 듣고서 필자의 지인이 한 마디 했다.
“주영아, 가끔은 우리가 너무 돈, 돈, 돈 한다는 생각은 안 들어?......”
소란스러운 카페의 왁자지껄함 속에서 지인의 그 한마디는 문득 내 자신을 잠시나마 돌아보게 하였다.
‘언제부터 내가 돈이 사랑보다 더 중요했지……?’
필자는 늘 항상 사랑과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가 우리 내 삶에서 더 중요하다고, 일신의 화려함보다는 보이지 않는 감정들이 더 소중했다고 믿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정 반대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다른 한편으로는, 필자의 성격도 요즘 좀 더 날카로워지고 거친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대학교 시절 알바를 하면서 보냈던 수많은 나날들과 시험기간이 다가와도 공부할 시간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날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말할 수 없었던 주머니 속 사정, 어릴 적 세 남매를 키우느라 늘 항상 남에게 돈을 빌리러 가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 가치관을 갖게 해준 것 같았다.
그렇게 찰나의 회상에서 돌아와 다시 지인과 남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지인의 그 한 마디로는 여전히 돈과 결혼, 아이들에 관한 문제에 있어 필자의 생각을 바꾸진 못했다. 그러나, 어쩌면 내가 바쁘고 고단한 현실의 삶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잊고 살고 있을 순 있다는 의심은 들게 만들었다. 사실 필자도, 언젠가는 돈보다는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지인의 한 마디에 그저 수긍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