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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22. 2024

동경에서 만난 동경의 대상

곰아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 호시노 미치오

 요즘 호시노 미치오 작가님의 책 다섯 권을 읽으면서 그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가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알래스카를 사랑했고, 알래스카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쉬스마레프 마을 촌장님께 편지를 쓴 것에서 시작한 그의 여정은 아쉽게도 쿠릴 호수에서 끝났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MLB의 전설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또 다른 여행으로 툰드라에도 카리부에도, 그리즐리에도 남아 알래스카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있는 중일 지도 모른다. 다만 호시노 미치오의 익숙한 모습이 아닌 낯선 모습으로 여전히 변함없이 알래스카를 사랑하고 그가 남긴 유작들이 알려지지 않은 알래스카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너무나도 알래스카를 사랑했기에, 자신의 목숨보다 더 알래스카를 사랑한 사람이기에 어쩌면 그의 소원은 죽은 후 알래스카에 뿌려져 알래스카와 동화되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 대자연의 순환을 노래한 <The circle of Life>라는 노래 가사처럼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어쩌면 호시노 미치오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툰드라의 이름 모를 지의류를 보면서 그것을 먹기 위해 알래스카를 이동하는 카리부를 보면서 “바람과 카리부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 모른다”라는 알래스카 원주민의 이야기를 직접 피부로 느끼면서 카리부터 시작되는 생명의 순환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인간이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대자연 그 자체인 알래스카를 탐험하면서 알래스카 본연의 모습을 바라보고 느끼며 알래스카를 더욱 알고자 했다.


 특히 알래스카 평원의 왕인 알래스카 큰 회색 곰, 그리즐리를 보면서 아기 곰을 돌보는 엄마 곰의 모습에서 모성애를 느꼈던 것은 알래스카를 동경한 그의 특별한 시선 때문일 것이다. 호시노 미치오 작가의 시선을 통해 비치는 알래스카의 모습은 그의 사진 책과 작품으로 남아 지금도 우리에게 전해지지만,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진 책과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다.



 호시노 미치오가 알래스카를 처음 알게 된 곳은 도쿄의 간다 중고책거리이다. 그가 살았던 도쿄의 다른 이름은 동경(東京都心)으로 높은 건물이 빼곡히 들어찬 동경에서 광활한 툰드라의 땅, 알래스카를 동경했던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운명이라는 말 외에는 이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꼭 만나고 싶었던 그리즐리를 죽음의 순간이자 인생의 마지막 순간 운명처럼 만났다.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알래스카가 아닌 시베리아 캄차카반도 쿠릴 호수였지만 원래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는 본디 하나였던 땅이었기에 아쉬움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호시노 미치오는 알래스카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여 그리즐리의 몸속 한 부분에 호시노 미치오의 흔적이 남아 그리즐리의 모습 속에서 호시노 미치오를 보게 되는 기적을 체험할지도 모른다. 그가 그토록 보기를 갈망했던 그리즐리를 본다면, 그리즐리를 너무나도 사랑한 그를 만나고 그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 꼭 알래스카를 여행할 계획이지만 책으로 나마 그의 감정을 나도 느끼고 싶다.


곰아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 / 호시노 미치오 / 진선북스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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