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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아 Dec 11. 2021

21. 편의점

'편의점' 하면 세계맥주 네 캔에 만원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예전엔 그래서 자주 갔지만, 요즘은 필요한 생활용품이나 간식을 사러 카드만 들고 자주 가게 된다. 사실 올해 3월 초까지는 편의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다.


3월 31일, 새벽부터 위가 조금씩 아프더니 출근하자마자 속이 뒤틀리듯 아파서 지갑만 들고 내과에 갔다가 38도가 넘어서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했다. 대학병원에서도 격리실에서 2주 만에 코로나 재검사 후 음성으로 나왔지만 결국 4일간 입원했다. 마비성 장폐색증, 급성 위장염, 결장염으로 갑작스러운 고열이 동반되었다. 근무 도중 근처 내과에 약이나 주사 처방만 받으러 나온 거였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증상이라 아무런 준비물도 없이 바로 입원했고, 코로나로 인해 상주할 보호자 1인만 출입이 가능해서 엄마, 지인들이 면회를 올 수 없었다. 손등에 주사가 꽂힌 상태로 샤워를 하고 환자복을 갈아입으며 머리를 감는 게 힘들었고, 종일 마스크를 쓰고 병실에 누워 수액만 계속 맞는 게 답답했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기에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회사 업무와 방송이 밀린다는 생각에 걱정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병원에 편의점이 없었다면 불편한 입원 생활이지 않았을까? 수액을 맞으면서 겨우 찾아간 편의점에서 세면도구, 수건, 속옷, 아이폰 충전기와 슬리퍼까지 쉽게 살 수 있었다. 편의점이 없었다면 당장 씻기 어렵고 갈아입을 속옷이 없어서 찝찝하고, 배터리 방전으로 연락 두절 및 유튜브도 못 보고, 슬리퍼가 없어 배식판을 반납할 때마다 불편했을 것이다. 외국으로 봉사활동을 갔을 때나 자유여행이었던 뉴욕에서도 편의점은 늘 편리하게 이용했다.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하는 메트로 카드도 구입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편의점에 들어가서 구입하고...


돌아보면 참 소중한 게 많은데 종종 잊거나 놓치면서 불평이 늘곤 한다. 조금만 주위를 더 둘러보며 감사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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