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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Aug 23. 2023

디저트를 평가하는 동양인의 기준

 narrative_recipe : 별책부록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런 일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시작할 수 있었던 일이었을 거야. 영국 출판사에서 저작권을 판매하고 관리하는 일이었고 나는 호주 사무실에서 일을 했었지. 출근하고 첫 주부터 교육을 위해 영국으로 가야 했는데 시차 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헤롱헤롱하며 일정을 소화해야겠어. 첫째날 본사 직원들과 같이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내가 밥값을 내는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뉴판에 적힌 밥값은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어. 시드니에서는 그 당시에 10불 - 15불 정도면 보통의 저녁을 사 먹을 수 있었는데 그곳은 딱 두 배더라고. 거기에 자연스럽게 식전메뉴와 음료, 그리고 디저트까지 아주 야무지게 주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놀라지 않은 척을 하고 앉아있었지.


나는 메인만 하나 주문했는데 다들 나에게 왜 푸딩을 안 시키냐고 해서 나는 푸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런 대화가 핑퐁처럼 서너 번 왔다 갔다 하자 누군가가 나를 위해 푸딩을 골라주겠다는 거야. 이제는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지.


식사가 끝날 무렵 하나 둘 디저트가 나왔는데 그 누구의 접시에도  푸딩처럼 생긴 건 없더라고. 왜 푸딩이 없냐고 묻자, 다들 웃으면서 디저트를 여기서는 푸딩이라고 부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해 주더라.


내가 푸딩, 아니 디저트를 마다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나는 입안에 세이보리 한 맛들을 좀 더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야. 그 맛을 백설탕으로 덮어버리고 싶지 않거든.
둘째, 내게 디저트는 너무 달아. 단것을 먹으면 입에 신맛이 나고 나는 그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 그리고 조금 더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어쩔 땐 머리도 아프더라고. 김치 한입 개운하게 먹고 싶은 기분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


"음, 이거 안 달고 맛있다!"

나는 살면서 '달아서 맛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그런데 이 말을 하는 경우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경향이 강해지더라. 그리고 디저트를 먹을 때 이와 같이 칭찬을 하는 사람은 99% 동양사람이라는 데이터는 공식적이진 않지만 Jimmy O. Yang에게 스탠드업 소재로 써달라고 편지를 쓰고 싶은 정도의 신뢰도는 있거든.


우연히 알게 된 목사님 댁에 저녁 초대를 받아서 치즈케이크를 구워서 갔더랬지. 그는 50세 정도의 남성이었는데 '음, 이거 안 달고 맛있네요.'가 칭찬과 감사의 표현이었어. 우리 집에서 임시보호 중인 비글을 입양하고 싶다며 보러 오신 한국인 어머니는 헤어질 때 과자를 안겨주시며 '이거 안 달아, 드셔봐요.'라고 하셨어.


아니, 디저트는 달게 먹자고 먹는 거 아니었어?


동양인 특징. 그들의 디저트를 평가하는 단 하나의 기준, 안 달다 혹은 너무 달다.



달지 않은 그라놀라 레시피

라면 한개 만큼의 납작 귀리

먹고싶음 만큼의 견과류와 건과류

메이플시럽 반컵

마스코바도나 코코넛슈가 3숟가락
코코넛오일 혹은 올리브오일 2숟가락

피넛버터 1숟가락
시나몬 조금

씨솔트 더 조금



귀리와 견과류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잘 섞어서 소스를 만든 후 귀리와 견과류에 버무립니다.

예열된 오븐에서 중간중간 섞어 주면서 180도에서 35분 - 40분 정도 구워내요.

저는 여러 가지 재료를 넣는 것보다 두세 가지의 조합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늘은 코코넛칩과 피스타치오, 그리고 레이즌을 넣었습니다. 안 달고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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