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짓는 트라우마

Parker Finn 감독 <Smile>을 보고..

by 라미루이







익명의 거울이 바라본다

한두 번이 아닌데 하루 이틀도 아닌데도

멋쩍어하는 날 뚫어지도록

구부정한 낯을 피하는 난 거울의 바깥

반사된 안쪽의 네 모습, 보란 듯이 거리낌 없이 웃음 짓는다

짙은 머리칼 치렁 늘어뜨리고 크게 더 크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별로라고! 깨진 유리 조각으로

입가를 매만지고 다듬고 찢어 최대한 간략하게 심플한

함박웃음을 그렸다 창백한 면사面紗 위로 번지는

빅 레드 스마일 나이스 멋지다 멋져

인상적인 이미지의 나열 와인드에 리와인드

안과 밖 겉과 속 위와 아래 너와 나 자신

낱낱이 까뒤집어 휘발유를 콸콸 들이부어

네 불타는 눈동자 넘치도록 건배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날려 증류하면 순도 99.9

이토록 맑고도 집요한 악이 탄생하는구나

기특하도다 생의 처음에도 넌 울지 않고 활짝 웃는다니

저긴 미치도록 즐거운데 여기는 경악하고 공포에 만취해

휘청이고 깜짝깜짝 비명을 내지르는 걸 보니

그 바람에 멀쩡한 거울이 산산조각

깨져 버렸잖아 아쉬워도 할 수 없지

이건 끝이 아닌 영원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Birth & Rebirth의 무한 반복을

잊지 마




뭉개진 립스틱으로 타원형 거울에

벌건 눈과 코를 그리고 다음은 입매의 차례

오목하게 웃을까 아니면 볼록하게 울어야 하나

비웃는 바짓단 잡고 매달려야 하나 영문 모르는

잘못했다 반성하고 참회하면 물러설까

어쭈 웃네 여전히 웃고 있어 이래도 쳐 웃을 거야

이 년아 언제까지 웃을 거냐고 쏟아지는 발길질과 주먹세례

와르르 무너지는 눈동자의 파편들 절대 도망칠 수 없는

사각의 방구석 화장대 아래 쭈그려 울부짖는 엄마

널브러진 그녀의 발목 타올라 시퍼런 멍울 휘감아 번져

After 10년 20년.. 안타깝지만 Forever

어서 오라 넌 항상 웰컴이야 VVIP는 언제나 스위트룸 체크인

활활 태우고 폭파시키고 박살을 내고 허물어도

굳건한 부활의 시선으로 몸을 일으켜 날 붙잡고

스토킹 하는 절대 잠들지 않는 끝내 살아남은

불사의 네가 은신하는 Old House, 그 이층집

어둑한 현관이 문을 열어 날 반긴다

손짓한다 날 부른다 어찌할 수 없이

다가가면 발목 잡혀 질질 끌려가면

입을 벌려 통째로 삼킨다 잘근잘근 씹어 버린다

머리칼 발톱 손톱 이빨까지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메스꺼운 트림으로 터지는 네 선명한 웃음

일그러진 내 울음을 증발시킨다 희뿌연

발아래 흐르는 눈물을 뿌리까지 빨아들인다

쓱쓱 지운다 먹먹하게 멍하게, 점점 몽롱하게

더 이상 불투명할 수 없이

100% 투명해질 때까지






* <Smile> Official Trailer (2022 Movie)

https://youtu.be/BcDK7lkzz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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