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기준이 된다 – 딸이 사랑을 배우는 방식
“아빠는 엄마한테 왜 그렇게 말해?”
“그 말투, 나도 싫어.”
“저런 남자는 진짜 별로야.”
딸이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부모는 깜짝 놀란다.
하지만 이건 비난이 아니라 학습의 신호다.
딸은 자기도 모르게 사랑의 기준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기준의 최초 모델은 바로,
자신이 매일 보고 자란 ‘아빠’다.
딸은 아빠의 말투에서
“사랑은 이렇게 말하는 거구나”를 배운다.
아빠가 엄마에게 말할 때,
딸이 실수했을 때,
누군가에게 화를 낼 때.
이 모든 장면이
딸의 감정 해석틀에 기록된다.
『아빠의 말이 딸의 인생을 결정한다』(김범준, 2020)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의 말과 태도는
딸이 미래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기준점’이 된다.”
아빠가 가족을 대하는 방식,
특히 엄마를 대하는 태도는
딸이 사랑에 대해 갖게 될 생각의 뿌리다.
화날 때 소리를 지르지 않고 말하는 모습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묻는 태도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대화
이런 모습을 보며
딸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라는
귀중한 기준을 배워간다.
반대로, 딸은 ‘그런 남자 만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 말과 닮은 아빠의 행동을 경험할 때
혼란을 느낀다.
말은 ‘이런 사랑하지 말라’고 하는데,
행동은 ‘이런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라’고 보여줄 때,
딸은 기준을 잃고
사랑을 두려워하거나,
스스로를 낮추는 연애를 선택하게 된다.
“너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해.”
“아무리 좋아도 너 자신을 잃으면 안 돼.”
“너는 그런 대접받을 사람이 아니야.”
이런 말들은 ‘조언’이 아니라 ‘기준’이 된다.
딸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든,
아빠가 해준 말로
스스로를 다시 확인한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기준은 사랑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지은(가명)은
친구의 조언 하나로 연애를 시작했지만,
갈수록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문자에 바로 답하지 않으면 눈치를 봐야 하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상대에게도
“내가 예민한가?”라고 스스로를 탓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무심히 건넨 말이 생각났다.
“넌 누가 뭐래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네 생각은 항상 중요해.”
그 말을 떠올리고
그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그 말이
지은에게는 사랑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었다.
“딸이 사랑을 시작했을 때,
‘누굴 만나야 할까?’보다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면,
그 기준을 세워준 사람은
바로 아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