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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Mar 20. 2024

나의 첫 풀코스 마라톤(동아마라톤)

첫 풀코스를 도전하는 날이 찾아왔다.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하는 아침.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가슴이 뛰었다.

아직 장경인대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달리고 싶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출발 20분 전 아내와 작별을 하고 잠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긴장감 속에서 시간은 흘러 출발 신호와 함께 첫 발을 디뎠다.


출발 직전까지 나는 기적을 바랐다.

'제발 통증이 없기를..'

'통증이 오더라도 최대한 늦게 왔으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출발과 동시에 통증은 찾아왔다.

'이거 완주를 할 수 있을까?'


페이스를 신경 쓰지 않았다.

'첫 대회이고, 부상도 있으니, 완주만 하자.'

시작부터 함께한 통증은 내가 달려간 거리만큼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말 수천번도 더 그만 뛰어야 하나 생각했다.

욕심 혹은 고집으로 계속 달렸다.

30km쯤 되어서는 극심한 통증이 왔다.

마음속으로 계속 스스로를 속였다.

'35km까지만 가서 그만두자.'

'3km만 더 뛰자.'

'이제 고작 4km 남았다.'

'후회하지 않겠어?'

'솔직히 죽을 거 같은 건 아니잖아?'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4시간 5분.

부상이 오기 전까지 3시간 30분을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 무리라 판단했고, 완주에 의미를 두었다.

결승선을 통과하니 무릎을 굽힐 수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서있었다.


'이거 봐 포기하지 않으니깐 완주하잖아.'


살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처음으로 자랑스러웠다.

만약 부상이 없었다면?

더 좋은 기록을 만들었겠지.

하지만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완주를 했기에

느낀 바가 더 많았다.


천천히 가더라도 걷지는 말자는 다짐을 지켰다.

포기하더라도 도전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정말 다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포기한다는 마음을 지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감사하다.

얼굴도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들의 작지만 큰 도움.

30km 이후부터 찾아왔던 극심한 갈증.

그 순간마다 건네주신 물 한잔.

'이만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배번표에 이름을 보고 불러주던 사람들.

그 작은 목소리가 큰 울림이 되었고,

그 작은 물 한잔이 나에게는 생명수 같았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응원해 주고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4시간 동안 경험했다.

이만큼 값진 시간은 없었다.

죽을 만큼 힘들지만,

부상이 더 악화되었지만,

다음 대회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이 정도면 훌륭한 첫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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