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풀코스를 도전하는 날이 찾아왔다.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하는 아침.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가슴이 뛰었다.
아직 장경인대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달리고 싶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출발 20분 전 아내와 작별을 하고 잠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긴장감 속에서 시간은 흘러 출발 신호와 함께 첫 발을 디뎠다.
출발 직전까지 나는 기적을 바랐다.
'제발 통증이 없기를..'
'통증이 오더라도 최대한 늦게 왔으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출발과 동시에 통증은 찾아왔다.
'이거 완주를 할 수 있을까?'
페이스를 신경 쓰지 않았다.
'첫 대회이고, 부상도 있으니, 완주만 하자.'
시작부터 함께한 통증은 내가 달려간 거리만큼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말 수천번도 더 그만 뛰어야 하나 생각했다.
욕심 혹은 고집으로 계속 달렸다.
30km쯤 되어서는 극심한 통증이 왔다.
마음속으로 계속 스스로를 속였다.
'35km까지만 가서 그만두자.'
'3km만 더 뛰자.'
'이제 고작 4km 남았다.'
'후회하지 않겠어?'
'솔직히 죽을 거 같은 건 아니잖아?'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4시간 5분.
부상이 오기 전까지 3시간 30분을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 무리라 판단했고, 완주에 의미를 두었다.
결승선을 통과하니 무릎을 굽힐 수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서있었다.
'이거 봐 포기하지 않으니깐 완주하잖아.'
살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처음으로 자랑스러웠다.
만약 부상이 없었다면?
더 좋은 기록을 만들었겠지.
하지만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완주를 했기에
느낀 바가 더 많았다.
천천히 가더라도 걷지는 말자는 다짐을 지켰다.
포기하더라도 도전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정말 다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포기한다는 마음을 지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감사하다.
얼굴도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들의 작지만 큰 도움.
30km 이후부터 찾아왔던 극심한 갈증.
그 순간마다 건네주신 물 한잔.
'이만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배번표에 이름을 보고 불러주던 사람들.
그 작은 목소리가 큰 울림이 되었고,
그 작은 물 한잔이 나에게는 생명수 같았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응원해 주고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4시간 동안 경험했다.
이만큼 값진 시간은 없었다.
죽을 만큼 힘들지만,
부상이 더 악화되었지만,
다음 대회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이 정도면 훌륭한 첫 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