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그 힘든걸 왜 하는 거야?"
첫 풀코스를 완주하고 왔더니 말이 바뀌었다.
"대단하네"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는 왜 마라톤을 하고 있을까?
며칠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실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처음 3km 달리기가 5km가 되었고,
그것이 10km 그리고 하프가 되었다.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나서 풀코스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마라톤을 완주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나는 꾸준히 계속할 수 있었을까?
우연히 달리기를 시작했고,
달리다 보니 달리기가 즐거웠다.
스트레스와 고민 그리고 몸속의 노폐물까지
흘리는 땀으로,
내뱉는 숨으로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달리면 힘들지만,
달리고 나면 너무나도 개운하고, 즐거웠다.
지난 동아마라톤 직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마라톤 그거 내 돈 쓰면서, 서울까지 가면서 왜 하는 거야?"
"재밌어서"
"제정신이 아니구먼"
그 말을 듣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제정신이 아니다.
달리기에 미쳤고, 마라톤에 빠졌다.
고작 한 번 달려보고 이렇게 말하는 게 우습지만
그 고작 한 번의 경험이 마라톤에 빠지게 만들었다.
통제되어 있는 도로는 마치 나를 위해 길을 터준 느낌이었다.
길가에 응원하는 사람들은 얼굴, 이름도 모르지만 나를 향해 응원하고 있었다.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봉사자들도 나를 위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골인지점에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넘쳐흐르는 도파민.
이 감정들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왜 이 힘든 운동을 계속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마라톤은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운동이 아니다.
마라톤은 우리의 몸을 갉아먹는 운동 또한 아니다.
마라톤은 그 과정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운동이다.
단 1%의 운 혹은 요행도 바랄 수 없는 운동이다.
내가 한 만큼, 딱 그만큼 결과로 나타나는 아주 솔직한 운동이다.
어쩌면 그 과정들이 지루하고 힘들다.
결코 42.195km를 달리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인다면,
이번 대구마라톤에서도 완주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부상도 실력이고, 그로 인해 운동을 하지 못한 나 자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욕심 없이 즐기며 달린다면,
다시 한번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 많은 경험자들이 마라톤에 대한 느낌을 물으면 같은 답을 하는지 알겠다.
이건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아니 마땅히 표현할 말이 없다.
나도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오로지 마라톤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이었다.
아마 이 기분이 너무 좋아서 또 달리러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