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37일.
달리기를 전혀 하지 않은 기간이었다.
장경인대 통증으로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러고 2주 후 서울 동아마라톤에 참가했었다.
통증을 안고 완주를 했고 4시간 5분이라는 기록을 받았다.
그 후 3주.
역시 치료에만 전념하면서 10m도 뛰어보지 않았다.
그러고 4월 7일 대구마라톤에 참석했다.
'3주 전에 아픈 다리로 4시간 5분을 뛰었는데 운동을 못했지만 4시간 30분 안에는 충분하겠지.'
자만심이었다.
한 번 완주를 했다고 우습게 생각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역시 마라톤은 아주 솔직한 운동이구나."
5시간을 넘어서 들어왔다.
10km쯤 갔을 때 느낌이 왔다.
'아 내가 착각을 했구나.'
'이번 대회는 내가 와서는 안될 대회였구나.'
내 몸은 초기화가 되어 있었다.
26km 이후부터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40km부터는 한 발도 뛸 수 없었다.
단 1%의 행운도 바랄 수 없는 운동이 마라톤.
몸소 체험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포기하고 싶었다.
솔직히 포기하려 했다.
"대구스타디움으로 바로 갈 방법이 없을까요?"
자원봉사자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앰뷸런스에 가셔서 말씀하셔야 해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끝가지 갔다.
엠뷸런스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내가 말을 건넬 시간이 없어 보였다.
부끄러웠다.
기록이 부끄럽다기보다 자만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건방지게 러닝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내가.
이제 고작 한 번 풀코스를 뛰어본 내가.
너무 부끄러워 사진 한 장 남기지 않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기록을 누가 아냐고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내 기록은 나만 알 수 있다.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알기 때문에 나는 부끄러웠다.
메달도 받자마자 목이 아니라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집에 도착해서야 메달을 뜯어보았다.
집으로 오는 한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잘 뛰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하지 않았다.
그동안 훈련하지 않은 나를 탓하지도 않았다.
운동을 했다면 다리가 지금만큼 좋아지지 않았을 테니까.
그저 42.195km를 한 번의 경험으로 쉽게 생각한 나의 건방짐을 자책했다.
그러고 다짐했다.
"완치되면 정말 열심히 달리기를 해보자."
"11월 JTBC마라톤에서 서브 3을 도전해보자!"
목표달성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후회하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