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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Oct 20. 2024

들배지기 / 권분자

짧고 긴 사유

   



들배지기  


권분자


              

휩쓰는 폭우에 나뭇잎이 와르르 떨어져 내리는 걸 

아파트 8층에서 내려다보다가 

마치, 파도 거센 하늘 갈매기처럼 

해묵은 깃털들을 다 뽑아 던지고 싶어졌다 

     

1톤 무게를 훌쩍 넘는 캠핑 차량이 종잇장처럼 날아가면서 

‘이런 난리는 생전 처음이야!’ 외친다     


폭우가 동반한 폭풍의 팔은 길어서 

사람도, 차량도, 도심도 한꺼번에 들어올린다 

    

집어삼킨 물살에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는 난민들 

    

한바탕 전쟁이 지나간 뒤의 쑥대밭에는 숨지거나 실종, 이재민들 

지구의 기상이변에 몸살을 앓는다   

  

나무의 뿌리를 들어 올린 것은 물이고

일순간 밀어 넘어뜨린 건 바람 

한판 놀라운 씨름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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