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광이 광고인] 유학생활
토종 한국인이 미국 광고 회사에 취업하는 방법은 총 2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며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방법이다. 특징은 돈이 많이 든다. 돈을 정말 많이 쓰는데, 삶은 정말 빈곤하다. 뉴욕의 가난하고 바쁜 '유학생'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제일 간편하다. 꾸미지 않지만 당당하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산다. 누구보다 간절히 '성공'을 바란다.
크게 4년제 대학교를 진학하거나 2년제 포트폴리오 스쿨을 진학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4년제 대학교에는 대표적으로 School of Visual Arts, BYU, Pratt Institute, Academy of Art University, 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 등이 있다. 대학교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스쿨보다는 더 많은 돈이 든다. 하지만, 학위를 제공하고 진짜 대학교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년제 포트폴리오 스쿨에는 Miami Ad School, Creative Circus, Chicago Portfolio School 등이 있다. 실무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며, 광고 제작자 (카피라이터 혹은 아트디렉터)가 되겠다는 분명한 꿈을 가지고 오는 경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애살이 많다. 대부분, 대학교를 졸업해도 포트폴리오가 없으면 광고 대행사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24 - 30살이 많다. 그런 만큼, 기필코 광고 제작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러 오는 친구들이 다수다.
본인은 2015년에 Miami Ad School의 본교인 마이애미 캠퍼스에 진학하고 2017년에 졸업했다. 여기는 포트폴리오 스쿨이라고 부르며, 대학교처럼 학위를 주지 않는다. 대신에, 2년 과정을 수료 시 diploma이라고 해서 일종의 수료증 같은 것을 준다. 따라서, 학벌을 위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책보다 실무적이고 현실적이다. 2년 내내 광고 책 같은 것은 없다.
선생이 곧 광고 책이다. 선생들은 현업 광고인들이 대부분인데 보편적으로 젊다. 20-30대 정도의 젊은 카피라이터 혹은 아트디렉터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브리프'를 주고 광고를 제작해서 가져가는 것이 수업이다. 말 그대로, 지속적으로 무엇인가를 제작하는 일을 하게 된다. 카메라, 사진, 영상, 디자인부터 카피 라이팅 그리고 스탠드 업 코미디까지. 각 분야의 현직 전문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제작하는 일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친구들은 미래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학비: 2000만 원 / 1년 (쿼터당 대략 500만 원, 1년에 총 4쿼터로 구성)
방값: 1800만 원 / 1년 (월 150만 원 - 위험하지 않은 동네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움 유지)
생활비: 1800만 원 / 1년 (월 150만 원 선 - 친구들과 교류 활동, 식비, 교통비 포함)
기타: 1000만 원 / 1년 (인간은 항상 초과로 쓰게 되는 돈들이 있다...)
참고로 비용만 따지고 보면 모든 선택 사항 중에서 마이애미 애드 스쿨이 가장 저렴했고 취업을 위해서 가장 필요로 하는 실무들만 제공 했다.
유학은 부모님의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루트다.
인정한다. 사실 부모님의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루트다. 2년간 1억이라는 돈을 미리 준비한 20대 혹은 30대가 몇 명이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루트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그걸 이용해 광고 대행사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다.
LinkedIn에서 리쿠르터의 이메일을 알아내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것이 지원하는 방법이다.
Creative Recruiter의 이메일을 확인하는 방법은 정말로 쉽고 간단하다. 즉, 막노동을 하면 다 알아낼 수 있다.
링크드 인에 들어간다. 관심 있는 광고대행사와 함께 Recruiter 혹은 Creative Recruiter를 덧붙여서 검색한다. 프로필이 등장할 것이다. 제작의 경우에는 Creative Recruiter에게 포트폴리오를 보내야 한다. 보통 큰 회사 기준으로 2 -3명 정도의 리쿠르터가 있다. 이름을 알아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광고 대행사의 이메일은 항상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betsy baker 같은 경우에는 betsy.baker@leoburnett.com 이 곧 그녀의 이메일이다. 많은 경우 저런 유형의 이메일 포맷이 많다.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이메일을 유추하고 찾아낼 수 있다. 그렇게 스토킹 한 자료들은 구글 Sheets에 예쁘게 저장을 해두고 훗날 이직할 때 또 꺼내서 찾아보고 업데이트를 해 준다. (리쿠르터들도 이직을 한다)
크리에이티브 리쿠르터의 이메일을 알아냈다.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겠다?
나는 복사 붙여넣기는 추천하지 않는다. 템플릿 화 시키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실, 가고 싶은 광고대행사를 뽑으면 손에 꼽는 정도이기 때문에 무작정 복사/붙여넣기 식의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상당히 효율이 낮다.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거다. 물론, 결국에는 거의 모든 광고 대행사에 지원을 하게 될 것이지만, 하나하나 정성껏/퍼스널 하게 이메일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3-4 문장과 함께 포트폴리오 링크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끝나게 된다. 3-4 문장 안에는 본인의 소개 및 왜 해당 광고 대행사에 관심이 있으며, 왜 본인이 특출난 지원자인지 어필해야한다. 신입이라면 이력서도 함께 첨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쿠르터에게서 답장이 오고 짧게 전화 인터뷰할 수 있냐고 묻는다.
50% 성공했다고 보면 된다. 다만, 아직 너무 들뜨지는 말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리쿠르터가 답장이 와서,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냐고 묻는 경우, 목적은 분명하다.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들고, 광고 제작팀이 찾고 있는 인재라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는 경우에 리쿠르터가 전하는 말이다. 즉, 지원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인터뷰다. 지원자의 작업 설명 (프레젠테이션 스킬)과 지원자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막말로 리쿠르터도 본인이 추천하는 지원자가 정신병자라거나 이상한 사람이면 안 되기 때문에 확실히 하기 위한 스크리닝 과정이다. 즉, 떨지 말고 있는 그대로 쾌활하고 열정적이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큰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 리쿠르터는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보낸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본인이 함께 일하고 싶은 실력을 가진 지원자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서 첫 번째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리쿠르터들은 3명의 지원자를 추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즉,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는 3명 중 1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므로 각 포트폴리오에서의 첫 번째 작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가차 없이 탈락이라고 보면 된다. 과장 조금 섞고, 첫 번째 작업과 About Me 페이지가 승부수다. (믿거나 말거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운 좋게 나의 작업을 좋아했다고 하자. 이제부터 리쿠르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언제 추가 인터뷰가 가능한 지 묻고, 우리 같은 외국인이라면 비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기 시작한다. 가령, 이 단계까지 도달했던 지원자라면 이제 넘어야 할 두 번째 산이 있음을 어렴풋이 알 것이다.
그렇다, 비자다. 즉, 비자는 외국인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하고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용도다. 가장 크리티컬한 부분이라서 학생 시절부터 이 비자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유학을 떠나기 전부터 고민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비자가 없으면 작업이 아무리 좋아도 취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O1-B 비자만이 취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H1 Visa는 복권 방식으로 회사에서 지원자를 스폰서 해주면 H1 비자에 신청이 가능하다. 보통 2-30%의 확률도 성공이 가능하지만, 본인은 유학을 떠나기 전부터 H1 비자는 없는 수라고 여겼다. 그리고 실제로 H1 Visa를 신청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신청할 계획도 없다. 20%의 확률에 내 2년의 시간을 베팅 하기란 너무나도 무모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O1 Visa를 받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유학을 가기 전, 한국에서부터 했었다.
O-1 Visa는 특기자 비자라고 불리는 비이민 취업비자이다. 신청 자격은 일반적인 예술 분야와 영화 TV 산업 분야에서 비상한 능력 (Extraordinary Abilty)을 가졌거나 국제/국내적인 성취를 이룬 개인이면 가능하다. 신청인이 아카데미상, 에미상, 그래미상, 미국 감독 조합상과 같은 국내 혹은 국제적으로 손꼽이는 상을 받았거나 지명된 경력 그렇지 않으면 아래에 열거한 6가지 조건 중 3가지를 부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 평론, 광고, 언론 보도, 발행물, 계약서, 보증서 등으로 증명할 수 있는 뛰어난 평판의 프로덕션이나 행사에 주연 혹은 중요한 역할을 한 경력
• 미디어나 학술지 혹은 해당 전문분야의 간행물 등에서 다룬 신청인의 해당 분야에서의 국내, 국제적 성취에 대한 기록 (주요 언론매체(뉴스, 신문), 전문 학술지, 간행물, 잡지, 블로그, 카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개인 홈페이지)
• 명망 있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량의 임무를 수행한 경력. 이러한 기관이나 단체의 명성은 신문, 전문 분야 발행지, 그 외 인쇄 매체 또는 사람들의 증언으로 증빙되어야 함
• 예술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제목, 영화나 텔레비전 관람/시청률, 해당 분야에서의 중요성 위치, 평론가의 호평, 박스오피스 기록, 판매량, 그 외에 직업적인 성취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을 거두었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전문 기관 발행지, 주요 신문 외 미디어 매체)
• 신청인이 해당 분야에서 이룩한 성취에 대한 단체, 평론가, 정부 기관 혹은 해당 분야의 인정받는 전문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증거. 이러한 인정하는 증서를 제출하는 사람/기관은 신청인의 성취에 관해 평가할 수 있는 권위와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함.
•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이나 보수를 받았거나 받을 것이라는 증거(계약서, 소득 금액증명원 등)
[네이버 지식백과] 미국 특기자 비자 / O-1B 비자 [O-1B VISA] - 일반적인 예술 분야와 영화 TV 산업 분야 (미국 비자)
빡세다 빡세. 아니 대체 어떻게 아카데미상, 그래미상을 토종 한국인이 받을 수 있는가?! 이거 미국에서 광고 회사 취업하기 너무 힘든 거 아냐?!
아카데미상, 그래미상 굳이 안 받아도 괜찮다. 대신에, 칸느 광고제, 클리오 광고제, 원쇼 광고제, D&AD 등 국제적인 유수의 광고제에서 상을 받으면 된다. 학생인데 어떻게 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게 말이 되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근데 말이 된다. 노력을 하고 열정을 가지고 분명한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인다면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루어 냈다.
먼저, 5대 국제 광고제의 학생부 상을 먼저 받아야 한다. (클리오, 원쇼, 뉴욕 페스티벌, D&AD, 칸느 퓨처 라이온즈) 쇼트리스트거나 파이널리스트라도 괜찮다. 저 유수의 광고제에 내 이름과 내 작업을 올리는 일이 먼저다. 한 광고제에서 상을 받았으면, 굳이 또 다른 상을 받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결국에는 저 광고제에서 상 받았어요. 라고 인증하는 일이 목적이기 때문에 굳이 금상을 안 받아도 괜찮다.
또한, Graphis Awards나 Lurzer's Archive 같이 매년 책을 출간하는 광고제도 있다. 이 광고제 같은 경우에는 Publication이기 때문에 O1 Visa에서 요구하는 하나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게 된다. 이렇듯, 비자가 요구하는 사항을 미리 알고 그 사항들을 준비하는 것이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O1 Visa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미리 알고 그것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성과들을 모으고, 자료화하고 문서화하면 비로소 500 페이지 가량의 책 한 권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민 변호사와 함께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민 변호사가 O1 Visa의 요구 사항들을 충족시키는 나의 성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정리된 문서를 USCIS (미국 이민국)에 보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민국에 보내는 비용 (2주 만에 결과를 들을 수 있는 프리미엄 절차)까지 포함하면 대략 $6000의 돈이 든다. 흔히 말하는 변호사 값이라고 하는 돈이 대략 600-700만원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대행사에서 스폰서를 해준다고 하면, 이 돈과 그 절차들을 대행사와 연결되어 있는 전문 law Firm과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 지원자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자를 스폰서 하지 않고 고용할 수 있는 토종 미국인이 수없이 많은데 이 경쟁에서 이기고 신입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말 압도적으로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흔히 다 이기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자 이렇게, 미국 비자까지 받고 나야 비로소 미국 광고 회사에 취직을 했다.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돈은 안 드는데 노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주 많이 든다. 필자도 감히 성공하지 못한 방법이고 시도조차 꿈꾸지 못한 극한의 루트임에는 틀림없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년 넘게 공부한 영어의 부재. 토종 한국인들의 영어 실력은 20년이 지나도 쉽게 늘지 않는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이 주요 업인 광고인에게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본인이 영어를 무지막지하게 잘하고 미국의 해당 문화를 이해할 수준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한국에서는 정말 어렵다. 솔직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토플 점수 80점 만드는 것도 정말 빡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있고 꿈이 있다면 이룰 수 있다.
1번부터 7번까지 다 이루기 위해서 2년이면 가능할까? 2년이면 다 이룰 수 있는 거면, 도전해 볼 만하고 본다. 다만, 진짜 이 악물고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고 하는 거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많은 분들께서 미국에서 광고회사 취업하기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솔직히, 말도 안되는 수준의 노력과 성과들이 있어야지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썼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꿈 꿨으면 좋겠습니다. 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