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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 May 14. 2021

왜,안 보여?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눈

아이와 집에 오는 길, 어린이집 담벼락에서 아이 이름을 단 완두콩을 구경하다가 꽃들이 예뻐 한참을 서있었다.

화분마다 빼곡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꽃들을 보다가 문득 빈 화분을 발견하고는 아이에게 물었다




왜 여긴 아무것도 없어?




내 물음에 아이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한다.




엄마 여기서는 클로버가 자라고 있어! 안 보여?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누가 씨를 뿌리지도 않았는데도 화분 모서리에 달라붙어 머리를 내밀고 있는 녀석들.


'맞네. 여기서 클로버가 자라고 있네. 율아 알려줘서 고마워!'



내가 열심히 가꾸고 노력해서 얻은 것들,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 내게 도움된다고 믿는 것들만 소중히 다루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 도움 안되고 귀찮게 하는 것들은 잡초나 해충이란 이름을 붙여 무심하게 뽑고 죽였던 시간들이 미안해진다.


그리고 꽃이나 곤충뿐 아니라 나 자신도 같은 기준을 가지고 바라봤던 시간들이 떠올라 더 미안해졌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 맘에 드는 신체 부위, 삶에 도움되는 능력들이 아닌 것들은 잡초처럼 대했다. 돈을 못 벌거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시간을 낭비하는 삶이라고 자책했다.


내 삶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화분 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삶의 구석구석을 꼼꼼히 관찰해보자. 거기에는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클로버들이 가득 고개를 들고 있을 것이다.




우리 어린이집에는 완두콩, 꽃, 네 잎 클로버, 이름 모를 식물들이 자라는 화분이 있어요. 내 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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