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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영 Sep 24. 2021

별자리를 읽는 마음으로

김중식 <물방울은 빈도로써 모래를 뚫지 못한다>

 건넌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사막엔 길이 없다

 뼈는 별.


- 김중식, <물방울은 빈도로써 모래를 뚫지 못한다>, <<황금빛 모서리>>, 문학과지성사, 1993



    “저 별에는 ‘어린 왕자’가 살고 있대.”

    동화책에 그 어린 왕자?

    “그래, 어린 왕자. 그 아이는, 저기에 살고 있어.”     


    우리는 밤 사막을 건너고 있다. 옛날에, 이 사막을 건널 수 있는 법은 낙타를 타고 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건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 정말 사막 횡단에 성공한 사람을 우리는 모른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유명했겠지. 히말라야를 등반한 이들처럼.     


    “요즘 히말라야는 오르기 쉽대. 지금 우리가 사막 위를 날듯이.”     


    그런데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아까 봤던 오아시스가 계속 계속 보여. 저기, 낙타가 목마른지 계속 물을 마시고 있잖아. 그 옆에 낙타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같이.     


    “낙타는 보이지 않아, 오아시스도.”

    그렇다면 이건 신기루인가? 나의 말에 너는 웃는다. 신기루는 더운 낮에 보이는 거라며. 동화 속 어린 왕자는 믿어도, 내 눈에 비치는 신기루를 믿지 않는 너라서 참 슬프다.     


    “저 별들이 보이니? 별자리로 우리가 가는 방향을 알 수 있어. 우리는 길을 잃지 않았어.”

    나는 별자리를 읽을 줄 몰라서, 너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그 자리에 계속 있다. 낙타도, 사람도. 그가 물을 들이킬 때마다 별들이 반짝인다.     

    나는 별자리를 모르지만, 별들의 반짝임으로 길을 알 수 있겠다. 우리, 정말로 길을 잃었네.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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