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하나가, 어쩌면 거짓말이 아닐지도
난 너의 어떤 부분을 모른다. 부모님의 직업을 모르고, 어떤 책을 읽는지 모르며, 뉴진스의 멤버와 닮은 거 같다는 말이 왜 너를 몸서리치게 하는지 모른다. 인간관계는 파도 같다는 네 탁견의 출처를 모르고, 내 어떤 모습이 너의 미간을 자주 찡그리게 만드는지 모르고 싶다. 윤슬과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부상하는 현상이 왜 흥미로운지 모르겠으며 '지금 가고 있어' 보다 '내가 여기 있어'란 관성이 어떻게 너를 구슬프게 만드는진 더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진심인데, 줄어드는 몸무게는 말수만큼 못 믿겠다. 사랑은 어쩔 수 없이 서로의 영혼에 상해를 입힌다는 걸 납득했고 없는 싸움도 억지로 만들어 내야 하는 순간의 필요성을 무시하고 싶었다. 근데 내가 너를 모를 수 없다고? 그럼 말문을 막는 덩어리가 되지 말았어야지. 또 내 탓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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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애란의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제목을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