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세상을 삼키고 환란으로 지나갔다.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린 임이 오기도 전에
탄식과 눈물로 대지는 물들었다.
꽃다지 개지치 광대나물 씀바귀 괭이밥
꽃마리 황새냉이 민들레 진달래 제비꽃
봄까치꽃 갈퀴나물 금낭화 바람꽃 노루귀
매발톱 복수초 얼레지 원추리 은방울꽃
처녀치마꽃 아카시아 밤꽃
꽃들은 난리 통에 살아 있을까
임들을 기다려 긴 겨울을 견뎌왔는데
다시 눈물을 삼켜야 하나.
나는
애써 서러움 가리고 봄 언덕에 올라섰다.
잿더미 속에서 꿈처럼 다가 설
수줍은 임들을 바라서 긴 한숨을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