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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들을 아시나요?

: 잃어버린 아이들

by 윌버와 샬롯
'잃어버린 아이들'은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이어진 수단 내전 중에 총알받이로 납치되거나 이러한 군인들의 횡포를 피해 국경을 넘어 도망친 아이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오랜 기간 계속된 내전은 500,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고 수많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무려 어린이 27,000명이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황야 이곳저곳을 방황했고 이때부터 이 어린이들을 ‘잃어버린 아이들’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아이들'은 현재 케냐, 수단 그리고 우간다 난민 캠프에 머무르며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 유니세프 코리아


난 어쩜 이렇게나 세상을 모르고 살았을까. 이 작은 그림책에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라는 수단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내전으로 인해 고통받는 수단 아이들 사정을 알아버렸다.


글쓴이 메리 윌리엄스는 그들에 대한 관심과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한다. 그는 내전으로 인해 부모와 집을 잃고 에티오피아로 다시 케냐로 이동하는 난민 아이들의 실제 이야기를 듣고 그림책으로 엮었다.



가족과 함께 소를 키우며 평화롭게 살던 여덟 살 '가랑 뎅'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소를 치던 중에 마을이 공격을 당한다. 가족들을 한순간 잃게 되고 혼자가 된 가랑은 자기와 처지가 같은 아이들의 무리를 발견한다.


그 무리는 다섯 살부터 많아봐야 열다섯 살의 아이들로 이루어졌다. 수천 명의 행렬은 소위 움직이는 마을이었다. 그들은 서로 무리를 나누고 우두머리를 뽑아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을 챙기며 희망을 찾아 에티오피아로 길을 찾아 떠난다.


밤에는 걷고 낮에는 군인들을 피해 숲에서 잠을 자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도중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날은 덥고 배고픔에 시달렸지만 그들은 에티오피아 난민 캠프에 도착한다. 그곳도 역시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그나마 배울 수 있었고 먹을 것이 있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에서마저 전쟁이 일어나 아이들은 그곳에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된다. 다시 그들은 케냐로 이동하게 된다. 장장 1600킬로미터의 여정이었다.


아버지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네 마음과 정신은 강하단다. 네가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어요.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내기 위한 힘을 찾고야 말 테니까요. 나는 새로운 미래를 찾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가랑은 새로운 도전의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아버지 말씀을 기억하며 용기를 낸다. 메리 윌리엄스는 재단을 통해서 수단의 난민 아이들이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익숙하게 살아온 캠프를 떠나는 것을 가랑은 망설인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살아낸 것도 기적이긴 하지만 낯선 미국에서의 삶이 그에게 호락호락하기만 할까. 그럼에도 가랑은 새로운 미래를 찾겠다고 마음먹으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그림책과 같은 소재로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뷰티플 라이>가 있다. 실제 '잃어버린 아이들' 출신인 네 명이 영화에 직접 출연한다. 이야기가 더욱 생생할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의 평화로운 삶을 영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특별해서인가. 결코 아니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졌지만 병을 이겨낸 어느 의사가 말했다. 수술할 수 있는 환경인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감사하다고. 단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남이 이렇게 삶의 질, 아니 생사를 가르는 것이 과연 정의인 걸까. 허무한 죽음이 만연한 말도 안 되는 일은 왜 일어나야만 하는 걸까. 절대 그 답을 모를 이런 슬픈 물음을 난 계속 되뇔 뿐이다.


우리는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는 걸까? 최근 미얀마 소식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희생당하는 민간인들 모습이 우리의 근대사와 다르지 않 때문이다. 그 희생을 보고도 어느 누구도 어느 나라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왜 인류는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미얀마인들을 그저 지지만 하는 수밖에 없는 것에 참 무력감이 느껴진다. 언제쯤이면 그들에게 평화가 찾아올까?


로페즈 로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미국 선수 대표단 기수로 활약한 로페즈 로몽(Lopez Lomong)은 내전과 인종학살로 유명한 수단 다르푸르 출신입니다. 로몽은 6살에 군인들에게 납치되어 소년병 양성소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매일 죽어 나가는 친구들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케냐 난민 캠프에서 10년을 보낸 로몽은 2001년 난민 구제방침에 따라 미국으로 입양되었고, 이후 본격적으로 육상을 시작하며 올림픽 스타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이후 난민 소년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자서전을 발간하고 수단의 남겨진 '잃어버린 아이들'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되어 국제 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영화 <신이 찾은 아이들>에도 출연하였고 현재는 난민 인권운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존 다우(John Dau)는 수단 딘카부족 출신입니다. 내전 중에 정부군의 탄압으로 가족과 헤어진 후 14년 동안 1,600km를 방황하며 도망 다녔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이후에는 무려 일주일에 60시간씩 3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대학에서 학위도 취득하는 치열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자리 잡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하여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유니세프 코리아


그림책 주인공 가랑은 결국 용기를 내 미국으로 가게 됐을까? 가랑은 육상 선수가 된 로페즈 로몽이나 성공한 사업가 존 다우처럼 되었을까?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여전히 암담한 수단의 현실에 희망을 얘기하고 싶은 건 나만의 판타지일까. 수단뿐만이 아닌 여러 나라에서는 지금까지도 종교나 다른 여러 이해관계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역사는 예전에 비해 전쟁은 줄어들었다 말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의미 없는 죽음이 지금 이 시간에도 너무나 많다.


수단 내전의 원인은 결국 영국과 미국 같은 강대국들이 아프리카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면서 원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데서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뭉클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실제로 아랍계인 북수단은 러시아에서 지원하고, 기독교계인 남수단은 미국, 영국 등의 지원을 받은 대리전쟁의 와중에서 벌어지는 인간 드라마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남수단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복음을 전파하면서, 아이들이 예레미야, 테오, 폴 등의 기독교식 이름을 갖고 피난 중에도 성경만은 꼭 지니고 가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서방국가들은 수단에서 오랫동안 석유와 광물자원들을 착취해 왔으면서도 막상 내전이 일어나자 아무런 주민 보호 수단을 생각하지 않는다. 겨우 국경 밖에 난민 보호소를 설치한 것이 전부이다.

10년이 넘도록 난민 캠프를 벗어나지 못한 채 표류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수단 난민들의 삶은 강대국이 얼마나 무책임한가를 잘 보여준다. 수십만 명이 희생되고, 10만 이상의 난민들이 난민촌에서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직업도 없이 살아가는데도 미국이 귀화민으로 받아들인 남수단 난민들은 고작 2천여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큰 병을 안기고도 이를 치료하기 위해 나눠준 약은 너무도 적은 형국이다.

영화 <뷰티플 라이>, 수단 내전과 강대국의 두 얼굴
박상태(문학평론가), 프레스바이플


영화 <뷰티플 라이> 관련 기사를 찾다가 수단에 대한 강대국의 이면을 알게 됐다. 내밀한 진실을 알게 되니 더 답답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적지 않은 '잃어버린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자라났다. 미국의 육상 국가대표,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영화 <뷰티플 라이>에서처럼 '잃어버린 아이들'은 '착한'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눈물겨운 이별을 선택할 만큼 참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부러울 정도로 끈끈한 가족애와 따스한 인간애도 지녔다. 또한 그런 그들을 지켜주고 도와주며 연대하는 사람이 곁에 있기 하다.


인간은 잔인하며 연약하다. 그러면서 또 위대하다. 영화 <뷰티플 라이> 마지막에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나온다. 서로 의지하며 수백 킬로미터를 걸은 아이들이 바로 그 희망의 증거다. 그러니 희망은 절대 헛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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