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책모임이 있었습니다. 어떤 모임보다도 즐거운 나들이지요. 글공부하러 도서관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어느 할머니들처럼 저도 한 달에 한 번 있는 이 날을 참 좋아해요.
회원 모두가 바쁜 관계로 저녁 8시나 되어야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 저녁을 부랴부랴 챙기고 약속 장소로 향합니다. 우선 약속 장소를 검색해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해봅니다. 맛집을 잘 아는 회원 한 분이 있어 매번 좋은 곳에서 모임을 갖는데요. 그래 봐야 동네를 많이 벗어나진 않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거리가 머네요. 버스로는 25분, 걸어서는 40분이 걸린다고 길찾기가 말해줍니다. 고민이 좀 되지만 운동삼아 걸어가 보자고 다짐합니다.
골목골목 내비가 알려주는 도보 최단거리가 꽤 복잡스럽네요. 내비 보고 길을 걷다 잠시 전화가 와 한눈팔다 길을 잃기도 했습니다. 제가 걷는 데는 많이 아쉬운 길치 및 방향치라 초행길만 나서면 스마트폰 길찾기 기능에 무척 의존한답니다. 중간에 길을 잃게 돼 다시 리셋하여 나서서 한참을 다시 걸어 나오니 아~ 결국은 제가 아는 큰 도로가 나오는 거 있죠. 바로 눈앞에 보인 길만 보고 전체 큰 그림인 루트를 확인하지 못해 생긴 참사입니다. 사는 것도 그렇겠죠. 먼 앞으로 내다볼 수 있는 지혜만 있다면 이렇게 현재 아웅다웅하며 살 필요가 없을 텐데요.
헤매다 도착해보니 회원들 모두 먼저 와있었고 음식도 벌써 좌악 차려져 있었습니다. 냉수 한 컵 들이키고 저도 한자리 차지하고 얘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책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었습니다. 뜨거운 태양 때문에 방아쇠를 당겨버린 뫼르소를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이 노릇은 어찌할까요.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보고자 책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뒷부분 해설도 읽어봤는데 더 어렵긴 매한가지입니다. 도대체 카뮈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나마 책모임으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몰랐던 것을 듣게 되고 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경험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책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혼자 걷는 밤길은 꽃은 여전히 예쁘지만 좀 무섭습니다
만보를 채울 수 있으리라 외출할 때는 생각 못했어요.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려는데 버스를 20분이나 기다려야 하더라고요. 그럴 바엔 동네가 같은 방향인 회원과 함께 걸어가자 했습니다. 흔쾌히 우리는 두런두런 얘기하며 걸었죠. 둘이 걸을 때는 괜찮은데 헤어지고 나서 혼자 걸으려니 시간이 늦어 좀 무섭더라고요. 그나마 늦게까지 공부하고 귀가하는 학생들이 종종 보여 좀 안심이 됐어요. 한편으론 그 시간까지 공부하고 들어가는 아이들이 애처롭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