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는 날
주 4~5회 이상 러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 비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쯤은 날씨를 핑계 삼아 쉬어도 된다고 본다. 하지만 장마로 비가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린다면? 혹은 살을 애는 강추위가 계속된다면 계속 운동을 쉬어야 할까?? 그럴 때는 실내에서 러닝에 도움이 되는 '근력운동'을 하면 된다. 이것은 꼭 러닝을 못 하는 날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해 주는 게 좋다. 그런데 러닝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고 나서도 '아~~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자고로 '러닝'이라 함은 밖에 나가서 달리는 것이 정석이라 생각하고 나도 그것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실내에서도 달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못 만드는 것 빼고 다 만들어내는 우리 똑똑한 인류가 만들어 놓은 '달리는 기계'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 집에도 작년에 그 달리는 기계를 들여놓았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각종 운동기구로 안방을 헬스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잠은 거실에서 잠 ㅡㅡ) 사실 그동안 꼭 필요하다며 나를 설득해서 산 제품 중에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방치되어 버려진 것들도 있다. 그래서 남편이 실내에서 달리는 기계를 사고 싶다고 했을 때도 처음엔 시큰둥했었다. 그것도 얼마 안 가 여느 집처럼 빨래 건조대로 사용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ㅎㅎ 그런데 한창 러닝에 푹 빠져있던 남편의 불타는 눈빛과 애타는 브리핑에 넘어가 며칠 만에 허락하고 말았다. 지금보다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았던 때라, 겨우 할 수 있는 주말에도 날씨가 안 좋으면 러닝 훈련을 할 수 없어, 남편은 많이 속상해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그 기계는 다른 운동기기보다는 나도 많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구매한 것은 바로 '무동력 트레드밀'이었다. 예전에 헬스장에서 써봤던 모터의 힘으로 돌아가던 러닝머신과는 좀 달랐다. 내가 달리면서 발로 벨트를 미는 힘으로 바닥이 돌아가며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게 되는 원리였다. 그래서 빠르게 달릴수록 벨트도 빨리 돌아가기 때문에 내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경사도를 조절하여 업힐 구간을 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사실 내가 가장 우려했던 점은 '소음'이었다. 우리 집은 1층이 주차장인 2층이라 아래층에 고통을 줄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다세대가 사는 곳이라 윗집이나 옆집이 혹시 시끄러울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은 소음이 적다는 것으로 고르고 골라 구입했지만, 실제로 거실에 설치하고 처음 남편이 달릴 때에는 벨트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들리는지 들어보았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우리 집 내에서 들리는 소리에는 차츰 적응이 되었고, 다행히 이웃들의 민원제기는 없었다.
다만 트레드밀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특히 무동력이라 내가 바닥을 차고 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내 생각대로 잘 안 굴러갔다. 그리고 밖에서 땅을 밟고 달릴 때보다 다리에도 힘이 더 들어가 힘들었다. 다행히 그 아이와의 어색함은 일주일 내에 사라졌고 이젠 비가 오거나 운동을 빨리 끝내야 할 때 유용한 기기로 우리 집에서 사랑받고 있다. 특히 TV를 보며 달릴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고, 아이들과도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러닝 시간은 나는 30분까지가 마지노선이었다. 그냥 그 정도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충분히 힘들었다. 유산소 운동의 효과는 만점이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피곤해서 꼼짝 하기 싫은 날도 분명 있지만, 이제는 며칠 달리지 않으면 몸이 더 찌뿌둥한걸 보면 러닝이 습관이 돼버린 걸까? ㅎㅎ 오늘도 거실에서 숨길 수 없는 누나 미소를 지으며 아이돌의 재롱을 보면서, 다리로는 트레드밀을 열심히 굴리고 있다. 그렇게 내 인생을 열심히 달려 나가기 위한 체력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