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퇴근 후 6시 5분, 8시 30분까지 꿈뻑꿈뻑 금붕어처럼 침대 안에서 누워 숨만 쉬고 있었다. 아 2km는 걸어야하는데 하면서 겨우 일어나서는 아로마요가를 다녀왔다. 아로마요가는 보통 힐링 요가라서 힘이 별로 안들어서 가는데 부담이 없다. 그냥 멍때리러 가는 기분. 요가에 통 집중을 못한 채로 있다가 사바아사나 하는 시간이 금새 찾아왔다.
요가하면서도 어찌나 온갖 잡생각이 들던지 예전엔 요가복입은 내가 나름 괜찮아보였는데 달라붙은 옷에 잡힌 뱃살들, 작아진 옷, 근육은 하나도 없고 살만통통하게 오른 것 같아 내 모습이 또 싫었다. 그 와중에 두피에 지루성피부염으로 생긴 딱지도 거슬렸다.젊은 부부가 항상 요가를 함께 오는데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나도 저렇게 남편이랑 저녁시간에 요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꼬리를 꼬리를 물고, 대부분의 생각들은 나에 대한 미움이나 타인에 대한 부러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고, 나에게 다정한 마음들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요가가 끝나고 드러눕고 싶지만 오늘도 딱 2km만 힘내서 걷기로 했다. 3km도 아니고 2km잖아라고 달래면서. 걸으면서 친구랑 같이 읽을 책을 밀리의서재로 검색해서 선정했다. 걸으면서도 할 일이 있다면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원을 걷다보니 요즘 습할 때 나는 귤꽃냄새인지 무엇인지 도대체 뭔지 모를 향기가 또 풍겨온다. 오늘도 날이 참 습하다.
걸으면서 이 글을 적을 상상을 하니 기분이 괜시리 좋았고, 글을 적고 책을 읽고 자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걷고 글 쓰고 책 읽고, 별 것 아니지만 뭘 해야할지 스스로 방황하다보니 침대에 눕게 되고, 그것이 나를 자꾸만 갉아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틴-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루틴이 없었구나,그래서 매일같이 붕- 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1km를 걸었더니 15분이었다. 갑자기 앞에서 뛰어가는 내 나이 또래의 여성분을 보고, 용기내서 딱 1km만 뛰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뛰었다. 내가 드디어, 자발적으로
한 2분정도 뛰었을 때 생각했다. 아- 오늘 처음으로 내 모습이 맘에 든다고. 뛰고 있는 내 모습이, 뛰는 결심을 한 내 모습이 처음으로 나에게 다정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책을 계속해서 읽고, 좋은 팟캐스트를 계속 듣고, 경제 뉴스를 보고, 주식에서 돈을 조금 벌어도 나한테 분명 좋은 것들을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았는데 그 2분새에 나에게 다정하다고 느꼈다니.
싫어하는 것, 두려운 것, 자신없는 것을 처음으로 행해서 일까. 나를 향해 한 발짝 뛰었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정확히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공원을 4바퀴 뛰었을 때쯤 다음 바퀴를 뛰는 건 왠지 또 결심이라고 느꼈다. 나에게 부담을 주긴 싫었고, 딱 2km까지만 뛰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km를 넘어 다음 바퀴까지 아주 조금 더 뛰었다. 그러니깐 1km를 걸었고, 1km를 뛰었다.
뭐든 괜찮다. 걸어도 좋고 뛰어도 좋다. 욕심내지 말고,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익숙해만지자. 나를 향해 발을 내딛는 것에 익숙해만지자. 잘하고 있고, 잘해왔고, 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