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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Sep 09. 2021

아빠와 딸의 대 격전

제1차 선전포고


어느 날 퇴근하고 여느 때와 같이 별 생각없이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무심코 앞을 보니 현관 중문에 뭔가 붙어 있는 거다. 원래도 아이들이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여놓았지만, 이 날은 처음 보는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아니 이것이 무엇인고? 문 앞에서 흰둥이는 왜 빨리 안 들어오냐고 냐옹거리고 있는데 이걸 보고 그냥 들어갈 수가 없었음. ㅋㅋㅋ


딸내미가 나도 모르게 붙여놓은 웬 포고문안내문이었다. 이름하여 <제1회 아빠 괴롭히기 올림픽 안내문>!! 두둥!! 2020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도 해서 그런지, 올림픽의 여운이 남았던 것일까요.


안내문에는 일시와 장소가 깨알같이 적혀 있고, 아래 작은 글씨로는 이런 자세한 안내문이 쓰여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 보송흰둥소이회사는 이번 토요일을 맞아 아빠 괴롭히기 대회를 열려고 합니다. 요즘 여러분들은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못 하니까 집에서 저희 고양이 '보송이' 직원처럼 조금 살이 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가 이번주 금요일에 몸도 풀 겸 운동으로 아빠 괴롭히기 대회를 열려고 합니다. 저희 회사가 열심히 준비한 거니까 많이 참가해 주세요!~


사실 우리집 아이들이 아빠 퇴근 후나 주말에 침대에 누워서 많이 하는 주문 중에 하나가 이 말이다.


아빠 괴롭혀줘~!!!!


이 말인즉슨, 침대에 아빠가 와서 우리를 간지럽히거나 레슬링을 하면서 몸으로 놀아달라!! 하는 외침이랄까. 그걸 넘어서서 이젠 아예 아빠에게 선전포고를 하면서 좋아 우리가 아빠를 괴롭혀주겠숴~하며 쓰긴 했는데 그 어조가 넘나 경쾌한것 ㅋㅋㅋ


그래서 경기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주최자인 보송흰둥(우리집냥이들 이름임)회사 대표피셜, "코로나19 때문에 2주 뒤로 연기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어제 그 '아빠'에게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두둥~!!!

안방에다 붙여두겠다고. ㅎㅎㅎ


우리집에서 가장 먼저 잠드는 사람은 아이들도 냥이도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인데-_-; 최근 며칠 간 아이들이 밤늦게 잔다고 안방에 소란스럽게 들어오는 바람에 자꾸 잠을 깨버려서 중간에 잠들지를 못하고 말똥말똥한 채로 밤을 보내게 되곤 했다.


원래 그렇더라도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의 사람인데, 최근엔 직장일로 신경쓸 것도 있고, 아무튼 수면의 질에 문제가 생긴 것. 남편에게 아오 잠 못자서 힘드러 하면서 고통을 호소했더니 내린 처방이 바로 이것이었다. ㅎㅎㅎ


그리고 결국 어젯밤 안방 문에 붙은 경고문안내문. 역시나 안방 문에도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그 사이에 낑겨서 붙인 문서다.


특히 아래 악당들은 반드시 시간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아들과 딸은 이걸 보고 *^%*&(*)&)*((^*$#$%&^&


웅꺄꺄거리며 아빠에게 달려들었다는 후문입니다. 아빠의 눈물겨운(?) 반격 덕분일까요, 이날만큼은 모처럼 꿀잠을 잤습니다.




아빠가 퇴근하기만 하면 양쪽에 달라붙어서 재잘재잘 짹짹 말을 쏟아내기 바쁜 아이들. 거기다 나까지 남편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으면 세 사람 중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나 난감해하는, 그옛날 교회오빠​ㅋㅋㅋ 나의 남편.


둘에서 셋으로, 셋에서 넷으로 이렇게 우당탕탕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들어보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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