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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1학년이다

어서 자라라

by 민들레

보건실 문이 열린다.

멀뚱멀뚱한 눈빛, 느린 걸음.

아래로 축 처진 눈썹과 입술.

유독 작은 키와 큰 명찰.

귀여운1학년이다


처치용 의자 앞으로

학생을 데리고 왔다

귀엽다


목소리 한 톤 올려

-어서 와요. 여기 앉아요.

의자에 학생이 앉았다


-어디 아파요?

-배

아직 존댓말은 어려운가 보다

귀엽다


-언제부터 아팠어요?

-방금

왜 아플까?


-어디가 아픈지 손으로 짚어봐요.

-여기

왼쪽 아랫배를 짚는다.

배변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통증척도를 가리키며

-어느 정도 아픈지 손으로 짚어봐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역시, 귀여운1학년이다.


-아침 먹었어요?

-아니요

드디어 '요'를 붙이기 시작했다


-왜 안 먹었어요?

-늦게 일어났어요.

일어나기 힘들었나 보다


-똥 언제 쌓어요?

-몰라

순간 익숙한 반말이 나온다.

귀여운 1학년이다.


-화장실에 가서 똥 싸볼까요?

고개를 끄덕인다.


학생의 손을 잡고 화장실 앞에 갔다.

-선생님?

-왜? 혼자 똥 못 닦아?

-네

-그럼 선생님이 닦아줄게. 여자 화장실로 가자


3학년 여학생들에게

-1학년 남학생인데 사정이 있어 여기 좀 사용할게.

-네. 선생님, 이 애 무섭데요?

-응. 이해하지?

-네.

- 저도 1학년 때 학교 화장실 무서웠어요.

-그래

-우리 나갈게요.


1학년에게

-똥 잘 싸.

'똥 잘 싸'라는 말에 웃음이 나온다.

귀엽다.


-여기 들어가. 선생님 밖에서 기다릴게요.

-네

- 똥 다 싸면 말해요. 닦아줄게요.


그렇게 학생이 화장실에 들어가고 3분 정도 흘렀다.

-선생님?

-왜?

-똥이 안 나와요.

-괜찮아요. 그럼 나와요.


학생을 보건실에 다시 데리고 왔다.

물을 주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눈 알을 돌리면서 마신다.

귀여운 1학년이다.


-배 따뜻하게 하고 좀 누워있자.

-네

침대가 유난히 커 보인다.


대기 중이 학생들을 처치했다.

그때 작은 울음소리가 들린다.

학생에게 다가가

-왜 울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

그래. 1학년 3월은 엄마가 보고 싶지.

귀엽다.


-조금만 있으면 수업 끝나는데 참을 수 있겠어요?

-네.

-아파서 우는 건 아니지요?

-네


1시 7분.

-이제 끝나는 시간이다. 교실 가자.

학생을 교실로 데려다주었다.

아직도 배가 조금 아프단다.

집에 가서 똥 싸면 괜찮을 것이다.


1년 후면 분명

-선생님, 배 아파서 똥 쌓다요. 이제 안 아프다요.

라고 할 것이다.

-선생님, 저 혼자 똥 닦을 수 있다요.

라고 할 것이다.


어서 쑥쑥 쑥 자라라.

귀여운 1학년이다.

3, 4월에만 만날 수 있는

귀여운 1학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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