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 시베리안 허스키
2학년 땡땡이가 보건실에 왔다. 혈색이 좋다. 전혀 아프지 않은 것 같다. 놀러 온 것 같다.
-오랜만이다. 어디 아파?
-감기 걸렸어요.
-그래.
사정하니 특별한 이상 없다.
-선생님, 저 주택으로 이사 갔어요.
-어쩐지? 요즘 아파트에서 안보이더라.
땡땡이는 나랑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
-왜, 이사 갔어?
-선생님, 1학년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버려진 상자에서 강아지 소리가 나서 가봤는데 강아지가 있었어요. 저를 귀엽게 바라봐서 집에 데리고 갔어요. 엄청 귀엽게 생겼었어요. 다행히 엄마가 불쌍하다고 키우자고 했어요. 그때는 강아지였는데 금방금방 자라더니 지금은 몸무게가 40킬로나 되고 키도 엄청 커요. 아랫집에 할머니가 아픈데 그 강아지, 아니 튼실이 때문에 못 쉰데요. 튼실이 때문에 시끄럽데요. 그래서 이사 갔어요.
-아이고, 별일이 다 있다. 튼실이 품종이 뭐야?
-아빠가 허스키래요.
-시베리안 허스키?
-네
믿기지 않아 시베리안 허스키를 컴퓨터에서 찾아 보여주고
-이 품종 맞아?
-네.
-어쩌냐?
-근데 귀여워요. 선생님, 주택 엄청 추워요. 바퀴벌레도 있어요. 저 집이 추워 감기 걸린 것 같아요
-열 안 나고 감기 증상도 없으니까 일단은 좀 더 지켜보자.
-네. 선생님, 저는 튼실이 산책 못 시켜요. 아빠가 튼실이가 저를 산책시킨데요. 튼실이는 아빠 없이는 산책 못해요.
-어쩌냐?
-근데 아빠가 튼실이 산책시킨다고 매일 빨리 퇴근해요. 엄마는 나랑 동생 때문에 튼실이 산책 못 시켜요. 엄마는 아빠가 술 안 마시고 빨리 와서 좋데요.
-너도 좋아?
-집은 좀 춥고, 벌레도 나오는데요. 뛰어도 되고 아빠랑 튼실이랑 맨날 산책 가서 좋아요.
-그래. 튼실이가 복뎅이다. 아빠도 빨리 들어오게 하고.
-네. 엄마도 그랬어요. 선생님, 저 정말 쿵쿵 집에서 뛰어다녀요. 우리 집 밑에 사람 안 살고 벌레들이 살아요. 엄마가 벌레 죽이려면 쿵쿵 뛰어야 된데요.
말하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개 한 마리가 이 가족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튼실이랑 추억 많이 만들어라. 너희 엄마도 아빠도 참 멋지다. 살아 숨 쉬는 교육을 너에게 시키고 있구나. 부럽다.
-사진출처:네이버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