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이좋은 가족일수록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많듯이, 애견인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고 여행하는 시간을 소중히 간직한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장거리 여행의 경우, 개를 동반하는 과정과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그 와중에 본인이 지쳐 포기하거나, 개가 너무 힘들까 봐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맡겨놓고 떠나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든 나의 사랑하는 개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싶다면, 선택 가능한 옵션은 3가지다. 기내 동반탑승과 위탁수하물 운송 그리고 별도의 화물전용기 운반. 가장 선호하는 방법인 기내 동반탑승의 경우, 항공사별로 무게 제한(케이지 포함)이 있으니 사전에 잘 확인해야 한다. 국내선(대한항공, 아시아나)은 7㎏ 이하이고 국제선, 특히 유럽 항공사들은 8~10㎏ 이하다.
항공 티켓을 예약하면서 반드시 항공사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반려견 탑승 허락을 받아야 한다. 기종별로 허용되는 반입 수량이 제한적이니, 최대한 빨리 운송 예약을 해 놓아야 한다. 운송용기인 케이지의 규격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기내 좌석 하단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생각보다 케이지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소형견이라도 불편해할 수 있다.
개와 함께 비행기를 타는 방법은 기내 동반탑승, 위탁수하물 운송, 별도 화물기 운반 등 3가지다
기내 탑승이 불가능한 중소형견들은 위탁수하물로 운송된다. 이 경우에도 항공사별로 무게 제한이 있는데, 대략 32~45㎏이 최대 허용치다. 일반 수화물과는 별개로 조심스럽게 운반되고 환풍이 잘 되는 별도의 공간에 보관된다. 따라서 장시간 개가 지내야 하는 케이지도 견고한 재질, 방수 처리, 잠금장치 등 항공사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내 또는 수하물 탑승 수량 제한이 걸려 운송이 불가능하거나 아예 반려견과 동반 입국을 거부하는 국가로 떠날 경우에는 카르고라 불리는 별도의 화물전용 비행기에 실어 보내야 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인데, 대행업체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별도 항공으로 운송해야 한다. 검역절차 역시 까다로워서 반려견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크리스마스 여행지를 몰타로 결정한 이후, 우리 집 강아지 말티즈 자두와 함께 비행기를 무사히 타기 위한 007 작전이 시작되었다. 첫 단계는 기내 동반탑승이 가능한지 여부다. 자두 몸무게 6.2㎏에 항공 전용 케이지 1.2㎏을 합치니 7.4㎏으로 무게 제한 8㎏을 간신히 통과했다. 하지만 항공 규격에 맞춘 케이지가 자두 덩치에 비해 너무 작아서 과연 비행시간 동안 버틸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항공용 특수가방이 도착한 날부터, 자두가 익숙하게 케이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매일 저녁 특훈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케이지에 들어가기는커녕 쳐다보지도 않던 자두가 사료와 간식으로 유인하니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케이지 안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번에는 케이지를 손에 들고 마루를 한 바퀴 돌며 이동 시 흔들림에도 적응할 수 있게 훈련했다.
항공 규격에 맞춘 케이지는 자두가 평상시 이용하는 케이지보다 절반 이상 작았다
항공용 케이지에 자두를 앉히고 "몰타 가자" 노래하며 마루 한 바퀴 특훈을 매일 실시했다
사실 개와 함께 비행기 여행을 처음 하는 것이라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해야 했다. 궁금한 일이 있거나 예약 신청을 할 때마다 오스트리아 항공과 몰타 항공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다. 통화 연결도 힘들고 중간에 끊어지기도 했다. 안내 음성을 들으며 한참 기다리다가 겨우 연결되면 간신히 용건을 설명할 수 있었다. 전화를 받는 담당자가 항상 바뀌기 때문에 이름과 예약번호 같은 신상정보를 매번 또박또박 말해줘야 했다.
몰타 항공 홈페이지의 항공 예약 사이트에는 '개와 함께 여행하기'라는 세션이 있다. 우리가 선택한 기내 탑승을 PETC(Pets carried in the passenser cabin)이라 부르며, 준비절차와 유의사항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나머지 옵션인 위탁수하물 운송은 AVIH(Pet as Accompanied Checked in Baggage), 별도 화물전용기 운반은 Pet in Cargo hold로 구분되어 역시 상세한 설명이 기재되어 있다.
또한 우리는 자두의 검역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비행기 타기 3일 전에 수의사로부터 건강 확인 증명을 받아야 했다. 자두의 팻 패스포트에 광견병 접종을 비롯한 예방주사 기록도 제대로 체크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우리 가족 역시 출발을 앞두고 코로나 음성 확인 검사를 받았다. 혹시라도 자두가 좁은 케이지에서 불편해할까 봐, 전용 미용실에서 깔끔하게 털을 잘랐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우리는 공항으로 출발했다.
첫 번째 관문인 비엔나 공항에서 보딩패스를 받고 자두가 항공 케이지 속에 들어간 채 무게를 재는 일이 무사히 끝났다. 우리는 자두가 어릴 때 사용하던 작은 케이지도 함께 준비했다. 여행지에서 자두가 편하게 쉬기 위한 용도이지만, 혹시라도 기내에서 항공 케이지를 대체할 수 있으면 자두를 옮겨 담을 계획이었다. 다행히도 기내 좌석 아래에 우리가 준비한 케이지가 들어갈 수 있었고, 자두는 편안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항공 케이지와 집에 있는 케이지를 함께 준비해서 적절하게 활용했다
비행기 기내 좌석 밑에 놓여진 케이지에서 잠시 얼굴을 내밀고 주위를 확인하는 자두 모습
몰타 항공기는 코로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내 좌석을 한 칸씩 비워 배치했다. 덕분에 나와 주니 사이의 빈 좌석 아래에 케이지를 놓을 수 있었고, 우리는 비행기에서 편하게 다리를 펴고 앉게 되었다. 2시간 이상의 비행시간 동안 자두는 기대 이상으로 잘 견뎌주었다. 가끔 힘들어하면 얼굴만 살짝 밖으로 내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우리가 바로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안심하고 다시 잠을 자곤 했다.
혹시라도 비좁은 케이지 속에서 버둥거리거나 기압 변화로 힘들어할까 봐, 강아지 신경안정 효과가 있는 허브 원액을 출발하기 5일 전부터 간식에 섞여 먹였다. 유럽에서는 개가 집에 혼자 있을 때나 장거리 이동을 할 때 그리고 12월 31일 밤에 도시 곳곳에서 축하 폭죽을 터트릴 때, 미리 신경안정제를 먹이곤 한다. 우리가 자두에게 먹인 허브 원액은 효과가 약한 편이고, 좀 더 강력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면제를 먹이기도 한다.
무사히 몰타 여행을 마치고 비엔나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갈 때는 경유였지만, 올 때는 직항이어서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항공기 기종이 달라서 우리가 별도로 준비한 케이지가 좌석 밑으로 들어가질 않았다. 나와 주니 사이의 빈 좌석에 케이지를 올려놓고 2시간 내내 승무원 눈치를 봐야 했다. 원칙적으로 케이지를 좌석 위에 두면 안 되지만, 워낙 승객이 적기에 승무원들은 못 본 척 우리를 배려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두와의 비행기 여행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힘들었던 준비과정에 비해 실전에서는 생각보다 잘 넘어갔다. 앞으로 몇 차례 더 개와 함께 비행기를 타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기내 동반탑승을 했지만, 다음에는 수하물 운송이나 카르고 운반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하루하루 성숙해지고 있는 우리 자두가 힘든 비행기 여행을 잘 견뎌내리라 믿어본다.
난생처음 개와 함께 비행기 여행을 하게 된 우리는 마치 어드벤처 영화처럼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고생한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