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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한 Apr 05. 2022

[영국] 전쟁에서 탄생한 "트렌치 코트"

1. Identity


#1 세계 1차 대전(1914~1918)에서 탄생한 트렌치 

여러분들은 Trench의 뜻을 아시나요? Trech Coat에서 Trench란, 참호를 의미합니다. 트렌치 코트란 참호에서 입는 코트를 뜻하죠. 참호란, 적군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 판 깊은 구덩이의 연속입니다. 전쟁 중 참호 안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죠. 비가 오면 구덩이는 물에 잠기고 총과 수류탄을 들고 뛰어다녀야 하며, 피가 튀기기 일쑤입니다. 그런 병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옷이 트렌치 코트죠. 방수 기능의 개버딘 원단으로 병사들이 비에 젖는 것을 막아주며, 긴 기장과 더블 브레스트로 더욱 견고히 병사들을 지켜주었죠. 1차 대전 5년 동안 영국군에 납품한 트렌치 코트가 무려 50만 벌이었다고 합니다.

웨스트 민스터 트렌치 코트 (출처 : 버버리 코리아) 와 참호 사진

1. 후크 (Hook) : 참호의 추위와 돌, 파편들로 신체를 지키기 위해 목까지 여밀 수 있도록 설계된 후크

2. 건 플랩 (Gun-Flap) : 소총이 견착되는 부분으로, 가장 빨리 닳기 때문에 천을 덧대어 마모를 방지

3. 벨트 : 단추 잠글 여유도 없을 때 긴급히 여밀 수 있도록 고안. 유사시 지혈용으로도 사용

4. 견장 : 주로 계급장을 끼울 때 사용. 선글라스나 장갑 등을 매달 때도 사용

5. D링 (D-Ring) : 수류탄이나 탄약 주머니 등 휴대용 군사 물품을 걸기 위한 금속 링

6. 소매 스트랩 : 스트랩을 조여 빗물이나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


생존과 편의를 위해 제작된 디테일들이, 전쟁이 끝나자 하나의 문화와 유행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1940년대 유명한 영화인 <애수>에서는 남자 주인공 로버트 테일러가 트렌치 코트를 입고 나왔죠. 뿐만 아니라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드리 햅번, <카사브랑카> 험프리 보가트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 배우들이 모두 트렌치 코트를 입고 출연했으며,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도 자국 브랜드인 버버리 트렌치 코트를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좌) 영화 애수에서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 주인공과, (우) 트렌치 코트의 전신인 타이로켄 코트


타이로켄 코트, 보어전쟁 (1899~1902)

대중에게 알려진 건 트렌치 코트지만, 버버리에는 그보다 더 앞선 초기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바로 트렌치 코트의 전신인 타이로켄 (tieloken) 코트죠. 영국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간 발발한 보어전쟁에서 병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코트입니다. 타이로켄이 출시되기 전, 레인코트는 고무로 제작되어 상당히 무거웠고, 이는 군인들의 전투에 상당히 비효율적이었죠. 따라서 개버딘 원단을 기반으로 가볍게 만들어, 디테일을 추가한 것이 타이로켄 코트입니다. (트렌치 코트와 달리 싱글 코트이며, 디테일들이 트렌치 코트에 비해 간소화되어있습니다.)


#2 개버딘의 발명

버버리의 창시자 토마스 버버리와 개버딘 원단

타이로켄과 트렌치 코트라는 클래식 아이템의 시작은 개버딘 원단 발명에 있습니다. 영국은 날씨가 변덕스러워, 비가 예상치 못하게 자주 오는 곳이죠. 그러다 보니 방수 코트가 필수였는데 개버딘 원단의 발명 이전에는 무거운 고무 코트를 방수 코트로 입고 다녔다고 합니다.


반면 개버딘은 방수와 무게를 동시에 잡았죠. 개버딘은 고급 이집트産 면으로 일차적으로 실 자체에 방수 처리를 한 다음 이차적으로 이 실들을 엮은 소재에 방수 가공을 한 "이중 방수" + "고급 면"인 것이죠. 그럼에도 무게가 가볍고 통기성이 좋았죠. 바람은 잘 통하지만, 비는 막아내는 그런 만능 원단이었던 것입니다. (고기로 따지면 초벌 구이 한 번 하고 또 굽는다고 볼 수 있겠네요)


2. Flow of Brand

#1 Classic or Old?

1, 2차 세계 대전 후 버버리는 소위 핵 인싸들이 입는 옷이 되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카사블랑카> 등 미디어는 물론, 영국 수상 처칠도 버버리를 즐겨 입었으니 그 인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거기다 1955년 영국 왕실 인증 마크를 받았는데, 이는 최고급 품질 보증서로, 왕실에 구입할만큼 퀄리티가 좋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버버리는 전쟁으로 시작해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답니다.

클래식과 올드함은 다르다. 클래식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이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시간만 흘러서는 안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변화를 해야하죠. 여기서 버버리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1945년 전쟁 직후 잘 나가던 스타일을 1990년대에도 고수한 것이죠. 시즌마다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클래식한 체크와 긴 기장에 여유있는 품은 당시 당시 젊은이들에게 잘 맞지 않았습니다. 즉, 클래식보다는 올드함에 가까웠던 것이죠.


거기다 의도치 않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하게 됩니다. 바로 1990년도 영국 차브족이었죠. 차브족은 일종의 비행 청소년으로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스X 아일랜드 , X 브라운을 입은 불량 학생들과 비슷한 부류죠. 그들은 일부러 틀린 문법을 사용하는 것을 Swag으로 알고, 특히 버버리 체크 모자와 프라다 운동화를 즐겨 신었다고 합니다.  화룡점정으로, 라이센스를 남발하여 백화점이 아닌 일반 가게에도 버버리가 입점하게 되자 브랜드 가치가 순식간에 깍여버렸죠.


차브족의 특징과, 영화 "킹스맨"에서 차브족으로 등장한 주인공, 에그시


 이때 심폐소생을 시행한 사람이 새로운 CEO, 로즈 마리 브라보입니다. 1998년 버버리에 취임하자 마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킵니다. 그녀는 질 샌더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로베르도 메니체티를 디자이너로 임명하며 크게 3가지 변화를 일으킵니다.


첫 번째, 버버리 상호 변경 (Burberr'ys -> Buberry)

두 번째, 차브족이 선호하던 기존 노바 체크 지양. 화려한 원색의 노바 체크 사용

세 번째, 타이트한 핏과 짧은 기장의 트렌치 코트 제작. 젊은 세대와 여성 고객군으로 확장                                   

로즈 마리 브라보, 변경 전 버버리 로고(상)와 그녀가 바꾼 버버리 로고(하)


그렇게 로즈마리 브라보와 로베르도 메니체티에 의해 다시 명품의 위계를 되찾은 버버리는 2001년, 전설적인 디자이너를 만나며 17년간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2 크리스토퍼 베일리, 고루함을 벗고 색채를 입다.

2001년, 버버리를 17년간 이끈 수장,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디자인 디렉터로 합류합니다. 로즈마리 브라보로 침체기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좋게 말하면 클래식, 나쁘게 말하면 올드에 발목이 잡혀버립니다. 이를 타계하고 젊은 층으로 버버리의 클래식을 확장한 주인공이 바로 크리스토퍼 베일리죠. 그의 주된 활동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버버리 프로섬 (최고가 라인) 런칭과 다양한 색채

두 번째, 다양한 뮤즈 (광고 모델) 발탁

세 번째, 디지털 친화, SNS 적극 활용 및 See now, buy now 

크리스토퍼 베일리와 그가 종종 사용한 컬러풀한 노바 체크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2014년 캠페인, 젊은 모델들을 기용해 올드함을 탈피

2004년 버버리 프로섬이라는 최고가 라인을 런칭하며, 버버리를 더욱 고급화시킵니다. 특히 2010년경 밀리터리 스타일로 금장 코트, 무스탕 등 럭셔리 아이템을 출시했는데 국내에서도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시X릿 가든의 현X, 아X씨의 원X이 즐겨입었는데 지금 봐도 참 멋지네요.


버버리 프로섬 무스탕과 금장 코트 

또한 케이트 모스, 엠마 왓슨 등 트렌드를 주도하던 영국 연예인들을 뮤즈로 발탁하며, 젊은 층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갑니다. 뿐만 아니라 버버리를 디지털 친화적으로 운영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하며 젊은 세대 및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죠.




#3 리카르도 티시, 클래식에 스트릿을 더하다.

2018년, 리카르도 티시가 버버리의 총괄 디자이너가 된다는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는 2005년~2017년 지방시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나, 버버리와 색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요. 버버리는 클래식이지만 지방시와 티시는 스트릿이라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우려에도 버버리라는 클래식에 스트릿을 안착시키며 그만의 버버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리카르도 티시와 그의 2011년 F/W 지방시 컬렉션


로즈마리 브라보와 크리스토퍼 베일리 시절에는 로고는 극히 제한하고 노바 체크 등 언뜻 보이는 디테일로 버버버리임을 드러냈죠. 반면 티시의 버버리는 다음 세 가지를 이용해 스트릿한 버버리를 "대놓고" 어필합니다.


첫 번째, TB (Thomas Burberry) 모노그램  "신규" 제작

두 번째, 버버리 로고 변경 (BURBERRY LONDON -> BURBERRY LONDON ENGLAND)

세 번째, 스트릿 품목 (후드, 와이드 팬츠, 스니커즈)의 확장


티시는 버버리가 이전에 사용하지 않던 로고와 모노그램을 적극 활용합니다. 디자이너로 오자마자 "TB 모노그램 제작"과 "버버리 로고 변경"을 진행합니다. 모노그램을 신규 제작하며, 가방과 RTW에 주로 활용하죠. 또한 로고 플레이를 지양하던 이전과 달리, 티시는 후드티와 셔츠 등 물론 그 클래식한 트렌치 코트에도 BURBERRY LONDON ENGLAND를 삽입합니다.


리카르도 티시가 새로 고안한 모노그램과 변경한 버버리 로고
리카르도 티시의 2020 S/S 버버리 컬렉션, 로고의 활용화 스트릿(후드, 와이드팬츠, 스니커즈) 품목이 눈에 띈다


3. Brand TMI

#1 차브족 이미지를 다시 활용하다?

버버리는 1990년도 차브족으로 이미지가 추락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그 차브족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버버리 X 고샤 루부친스키 콜라보에서는 노골적으로 차브족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죠. (당시 프라다가 차브족으로 인한 이미지 저하로 영국 한정으로 프라다 운동화 판매 중지한 것과 참 상이한 상황입니다.)

2018 고샤X버버리 콜라보레이션

#2 버버리 트렌치 코트 종류

버버리 트렌치 코트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으며 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버버리 코리아]

(핏은 다섯 가지이며 컬러는 주로 허니가 대표적이며, 블랙과 미드나이트 등도 인기가 많습니다.)


①첼시 : [슬림핏]좁은 어꺠와 강조된 허리선이 돋보이는 가장 슬림한 실루엣

②켄싱턴 : [클래식핏]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실루엣과 실용성으로 가장 사랑받는 디자인. 

③워털루 [릴랙스핏]  릴랙스핏의 롱 실루엣으로 레이어링하기 이상적인 핏. 한 갖의 클래식한 기장 

④웨스트민스터 오버사이즈핏 유려한 드레이프가 돋보이는 오버 사이즈의 가벼운 실루엣

⑤핌리코 [스트레이트핏] 미니멀한 디테일과 간결한  실루엣의 싱그릅레스트 실루엣


#3 버버리 이매진드 랜드 스케이프 인 제주

버버리는 2021년 제주에서 쇼룸을 개최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며, 실감 미디어와 AR 기술을 통해 고객 경험 (UX)에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버버리 쇼룸 [출처 : 버버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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