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기성복(RTW) 시장은 폴로-타미힐피거가 거의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 톰포드 같은 하이엔드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제외) 워낙 대중적인 브랜들이다 보니, 특색이 강하다기보단 대중성을 위해 다소 무난한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죠. 수트도 그렇습니다. 화려하지도, 핏하지도 않게 미국식 수트는 다소 품이 크고 그 기장도 긴 편인데요. 톰 브라운은 이러한 미국 기성복 시장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톰 브라운은 타 브랜드와 달리 그 정체성이 아주 강합니다. 삼선탭과 사선바 덕분에 누가 봐도 톰 브라운인 것을 알 수 있죠. 거기다 핏하고 짧은 기장의 수트는 기존 미국식 수트와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차별화된 방식은 "유니폼"인데요, 특정 직업군만 입던 유니폼을 일상복으로 빠르게 확장한 브랜드로는 톰 브라운이 최초이자 최대라고 볼 수 있죠. 제복이 모자~상/하의~신발, 가방까지 통일되듯, 톰 브라운도 양말~셔츠~가디건~수트~구두까지 통일을 하면 그 브랜드 색상이 가장 잘 나타납니다. (물론 가격은 천 만원이 넘어가지요..) 톰 브라운 입는 방법도 매뉴얼화 되어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이외에도 "가디건은 위쪽 두 버튼만 채운다", "자켓의 리얼 버튼 마지막은 잠그지 않는다." "톰브라운 코트를 입는다면 풀어 입거나 가운데 단추만 잠근다 ." 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시그니처 수트 외에도 일반 수트와 비슷한 클래식 라인도 판매하고 있답니다.)
2001년, 36살의 톰 브라운은 뉴욕에 본인의 이름을 딴 "톰 브라운"을 런칭합니다. 이때 5개 종류의 맞춤 수트를 판매했는데, 의류 택에 자필로 고객 이름/판매연도 등을 기입했었죠. 지금은 자필로 남기지 않지만 여전히 의류 택에 톰브라운/색상or생산지/사이즈를 기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제작 판매인만큼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려 판매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소품종 소량 생산이다보니, 판매량과 마진이 높지 않았고, 브랜드라기보단 맞춤 의류 판매점에 가까웠던 것이죠. 이때 휘청거리던 톰 브라운을 2009년, 2016년 각기 다른 회사들이 인수합니다.
2009년 일본의 의류업체인 Stripe International (구 Cross Company)에서 20%의 지분을 취득하며 대량 생산 체제로 탈바꿈합니다. 이제 브랜드로서 그 입지를 다져가기 시작한 것이죠. 이후 2015년 에서 67% 경영권을 인수하며 사실상 일본 회사가 되었으나, 2016년 미국 사모펀드 Sand Bridge Capital에서 톰 브라운 경영권을 인수하며 다시 미국으로 흐름이 돌아옵니다.
2018년 8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모기업인 제냐 그룹에서 톰 브라운을 약 5,500억 원에 인수합니다. 톰 브라운 지분의 85%에 해당하는 규모로 패션계를 흔들어 놓았죠. (톰 브라운 본인은 2대 주주로서 남은 1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패션 기업이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은데, 두 기업 모두 인수합병으로 이득은 있습니다. 제냐는 200년이 넘는 럭셔리&클래식 브랜드지만 고급 수트 위주다 보니 40대 전후의 고객들이 많죠. 반면 톰 브라운은 2-30대 위주의 젊은 고객들도 많고 신선하고 트렌디한 이미지죠. 따라서 각 브랜드들은 서로의 부족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미국, 유럽으로 판매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인수합병인 셈입니다.
톰브라운의 시그니처는 "삼선탭(RWB,Red-White-Blue)"과 "사선바(4-Bar)가 유명하죠. 삼선탭은 프랑스 국기를 연상시키는데, 프랑스 명품 브랜드 느낌을 표방하기 위함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다만, 추정일 뿐이고 그냥 예뻐서 사용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사선바(4-Bar)는 처음에 3선이었다가 아디다스에게 소송을 당하고 4선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3선이었으면 한국에서는 정말 상복처럼 보였을테니 불행 중 다행이죠)
2) 톰 브라운은 패션 비전공자로,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1988년, 23살에 배우가 되기 위해 LA에서 거주하다가 포기하고, 97년 31살이 되던 해 뉴욕으로 돌아와 아르마니 판매 사원을 시작했죠. 이후 클럽 모나코에서 자리를 옮겨 판매사원이 아닌 디자이너로서 첫 경력을 시작합니다. 당시 클럽모나코는 랄프로렌에 인수되었었는데, 이때 랄프로렌의 보조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죠
[브룩스 브라더스, 2006년~2015년]
1818년 설립한 미국 프레피룩의 대표 브룩스브라더스와 콜라보, Black Fleece 라인 런칭
[몽클레어 감마블루,2008년~2017년]
1952년 설립한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몽클레어와 콜라보, 감마블루(남성라인) 의류 출시
[삼성전자, 2020년~]
2020년 3월 Z플립, 8월 갤럭시 Z폴드2, 2021년 3월 Z폴드 3갤럭시&Z플립 3 콜라보
2013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미셸 오바마가 톰 브라운의 제작 의류를 입어 화제가 되었죠. 바로 직전 해인 2012년 뉴욕 패션 위크에서 톰 브라운의 여성복 컬렉션이 첫 런칭되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군요.
2019년, 톰 브라운 자신은 생일인 09.27.65 숫자로 브랜드 네이밍 제작하며 01~05로 향수를 제작했다.
09.26.65, 오 드 퍼퓸(베티버 앱솔루트)
09.27.65.01, 오 드 퍼퓸 (베티버 앤 큐컴버)
09.27.65.02, 오 드 퍼퓸 (베티버 앤 그레이프 루트)
09.27.65.03, 오 드 퍼퓸 (베티버 앤 로즈)
09.27.65.04, 오 드 퍼퓸 (베티버 앤 위스키)
09.27.65.05, 오 드 퍼퓸 (베티버 앤 스모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