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개버딘은 방수와 무게를 동시에 잡았죠. 개버딘은 고급 이집트産 면으로 일차적으로 실 자체에 방수 처리를 한 다음 이차적으로 이 실들을 엮은 소재에 방수 가공을 한 "이중 방수" + "고급 면"인 것이죠. 그럼에도 무게가 가볍고 통기성이 좋았죠. 바람은 잘 통하지만, 비는 막아내는 그런 만능 원단이었던 것입니다. (고기로 따지면 초벌 구이 한 번 하고 또 굽는다고 볼 수 있겠네요)
1, 2차 세계 대전 후 버버리는 소위 핵 인싸들이 입는 옷이 되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카사블랑카> 등 미디어는 물론, 영국 수상 처칠도 버버리를 즐겨 입었으니 그 인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거기다 1955년 영국 왕실 인증 마크를 받았는데, 이는 최고급 품질 보증서로, 왕실에 구입할만큼 퀄리티가 좋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버버리는 전쟁으로 시작해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답니다.
클래식과 올드함은 다르다. 클래식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이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시간만 흘러서는 안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변화를 해야하죠. 여기서 버버리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1945년 전쟁 직후 잘 나가던 스타일을 1990년대에도 고수한 것이죠. 시즌마다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클래식한 체크와 긴 기장에 여유있는 품은 당시 당시 젊은이들에게 잘 맞지 않았습니다. 즉, 클래식보다는 올드함에 가까웠던 것이죠.
거기다 의도치 않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하게 됩니다. 바로 1990년도 영국 차브족이었죠. 차브족은 일종의 비행 청소년으로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스X 아일랜드 , X 브라운을 입은 불량 학생들과 비슷한 부류죠. 그들은 일부러 틀린 문법을 사용하는 것을 Swag으로 알고, 특히 버버리 체크 모자와 프라다 운동화를 즐겨 신었다고 합니다. 화룡점정으로, 라이센스를 남발하여 백화점이 아닌 일반 가게에도 버버리가 입점하게 되자 브랜드 가치가 순식간에 깍여버렸죠.
이때 심폐소생을 시행한 사람이 새로운 CEO, 로즈 마리 브라보입니다. 1998년 버버리에 취임하자 마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킵니다. 그녀는 질 샌더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로베르도 메니체티를 디자이너로 임명하며 크게 3가지 변화를 일으킵니다.
첫 번째, 버버리 상호 변경 (Burberr'ys -> Buberry)
두 번째, 차브족이 선호하던 기존 노바 체크 지양. 화려한 원색의 노바 체크 사용
세 번째, 타이트한 핏과 짧은 기장의 트렌치 코트 제작. 젊은 세대와 여성 고객군으로 확장
그렇게 로즈마리 브라보와 로베르도 메니체티에 의해 다시 명품의 위계를 되찾은 버버리는 2001년, 전설적인 디자이너를 만나며 17년간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첫 번째,버버리 프로섬 (최고가 라인) 런칭과 다양한 색채
두 번째, 다양한 뮤즈 (광고 모델) 발탁
세 번째, 디지털 친화, SNS 적극 활용 및 See now, buy now
2004년 버버리 프로섬이라는 최고가 라인을 런칭하며, 버버리를 더욱 고급화시킵니다. 특히 2010년경 밀리터리 스타일로 금장 코트, 무스탕 등 럭셔리 아이템을 출시했는데 국내에서도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시X릿 가든의 현X, 아X씨의 원X이 즐겨입었는데 지금 봐도 참 멋지네요.
또한 케이트 모스, 엠마 왓슨 등 트렌드를 주도하던 영국 연예인들을 뮤즈로 발탁하며, 젊은 층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갑니다. 뿐만 아니라 버버리를 디지털 친화적으로 운영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하며 젊은 세대 및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죠.
2018년, 리카르도 티시가 버버리의 총괄 디자이너가 된다는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는 2005년~2017년 지방시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나, 버버리와 색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요. 버버리는 클래식이지만 지방시와 티시는 스트릿이라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우려에도 버버리라는 클래식에 스트릿을 안착시키며 그만의 버버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로즈마리 브라보와 크리스토퍼 베일리 시절에는 로고는 극히 제한하고 노바 체크 등 언뜻 보이는 디테일로 버버버리임을 드러냈죠. 반면 티시의 버버리는 다음 세 가지를 이용해 스트릿한 버버리를 "대놓고" 어필합니다.
첫 번째, TB (Thomas Burberry) 모노그램 "신규" 제작
두 번째, 버버리 로고 변경 (BURBERRY LONDON -> BURBERRY LONDON ENGLAND)
세 번째, 스트릿 품목 (후드, 와이드 팬츠, 스니커즈)의 확장
티시는 버버리가 이전에 사용하지 않던 로고와 모노그램을 적극 활용합니다. 디자이너로 오자마자 "TB 모노그램 제작"과 "버버리 로고 변경"을 진행합니다. 모노그램을 신규 제작하며, 가방과 RTW에 주로 활용하죠. 또한 로고 플레이를 지양하던 이전과 달리, 티시는 후드티와 셔츠 등 물론 그 클래식한 트렌치 코트에도 BURBERRY LONDON ENGLAND를 삽입합니다.
①첼시 : [슬림핏]좁은 어꺠와 강조된 허리선이 돋보이는 가장 슬림한 실루엣
②켄싱턴 : [클래식핏]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실루엣과 실용성으로 가장 사랑받는 디자인.
③워털루 [릴랙스핏] 릴랙스핏의 롱 실루엣으로 레이어링하기 이상적인 핏. 한 갖의 클래식한 기장
④웨스트민스터 오버사이즈핏 유려한 드레이프가 돋보이는 오버 사이즈의 가벼운 실루엣
⑤핌리코 [스트레이트핏] 미니멀한 디테일과 간결한 실루엣의 싱그릅레스트 실루엣
버버리는 2021년 제주에서 쇼룸을 개최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며, 실감 미디어와 AR 기술을 통해 고객 경험 (UX)에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