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면서
“통영이 시댁이면 좋으시겠어요.”
결혼 초창기에는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미혼자이면 그러려니 넘어가겠지만 기혼자가, 그것도 기혼 여성이 그런 말을 건네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하고 싶었다. 한국 사회에서 며느리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어른들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들, 여전히 며느리로서 지켜야 할 도리가 존재한다. 그 도리라는 게 아주 많다. 예로부터 쌓이고 쌓여(?) 내려오다 보니, 며느리 도리가 너무나도 많다. 또 집안 분위기와 시부모님의 성향에 따라 도리의 내용(?)들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며느리 노릇을 하기가 참 힘들다.
물론 요즘 사회에서 착한(?) 시부모님 역할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명절이나 제사가 다가오면, 미리 재료며 음식을 준비해서 자식들을 덜 성가시게 해야 한다. 아들네 놀러 가고 싶지만, 며느리 눈치가 보여 가지 않는 시부모님들도 꽤 있다. 우리 시부모님도 명절이나 제삿날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미리 음식을 장만하시곤 한다. 또 집에 놀러 오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려도 “너네 집 사면 갈게”라는 말로 거절하신다(얼른 집을 사야 할 것 같다). 다른 시부모님에 비하면 특별히 유난스럽지 않은데도, 때때로 시부모님께서 던지는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곤 한다. 며느리라서 그런 말을 하신 걸까, 내가 딸이었다면 그렇게 안 하셨을 텐데 하는 못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신혼 때, 처음 접하는 시부모님 성향과 시댁 문화 때문에 남편과 많이 싸웠다(남편 역시 친정 부모님과 친정 문화 때문에 힘들어했다). ‘우리’ 집은 안 그러는데 ‘너네’ 집은 왜 그러냐며 의미 없는 비교를 했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나니 그런 싸움들이 시간 낭비와 감정 소모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사소한 서운함 정도는 있지만, 신혼 때만큼 비꼬아서 받아들이진 않는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듯 시부모님이 그런 말을 건네신 것도, 시댁 문화가 이러한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남편과 나는 여유가 될 때마다 통영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시장에 가서 시부모님과 함께 먹을 것을 장 보고, 같이 드라이브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 애쓰고 있다. 그나마 건강하실 때 같이 여행이라도 가면 좋으련만, 코로나 시국인지라 더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누군가에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 일 것이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미식의 성지’나 ‘예술이 도시’ 일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통영은 ‘(시)부모님의 고향’이다. 시부모님의 삶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 바로 통영이다. 그래서 제대로 알고 싶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