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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 Apr 01. 2024

짧은 편지

21. 아빠에게


아빠를 떠나보낸 후, 한동안 휴대폰을 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통화 기록에 남은 아빠라는 글자가 보일까 봐.

난 그걸 볼 자신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 통화했던 아빠가 지금은 계시지 않다는 것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미칠 노릇은 시간이 지나도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가끔씩 그리움이 간절함으로 몰려올 때면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울부짖으며 울었다.

소리 내 울지 않으면 가슴에 그대로 덩어리로 맺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아빠는 어디에도 없다.

이미 돌아가셨는데 난 뭘 어쩌기라도 하려는 듯 자꾸만 생각하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그 생각을 털어내려고 고개를 저어 본다. 몇 번이고 머리를 흔들어본다.

하지만 생각은 덜어지지 않고, 그리움은 짙어진다.

미안하고 애통해서 어쩌지를 못하겠다.

아빠에게 내가 했던 노력과 정성은 연명 의료를 포기한 마지막 한 달로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못된, 못난 딸이 되었다.

그리고 그게 너무 미안해서 죽을 때까지 편치 않을 거 같았다.

아니, 죽고서도 너무 미안할 거 같다.




아빠

내 생활 곳곳에 여전히 너무 생생하게 아빠가 계셔요.

아빠가 알아보래서 검색했던 요양병원 이름이 컴퓨터 화면에 떠서 울고 말았어요.

아빠가 생생해서

아빠와 나눈 대화가 떠올라서

아빠는 돌아가셨는데...     


아빠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날도 많았어요.

그런데 아빠를 생각하면 그런 기억은 떠오르지 않고,

그립고 미안하기만 해요.

좋은 감정은 잠깐이고 나쁜 감정은 참

끈질기게 따라오는 것이 그간의 삶이었는데

아빠에 대한 것은 전혀 다르니 참 이상한 일이에요.

미워하고, 원망만 하면 덜 힘들지 모르는데

그런 맘은 억지로 떠올려보려 해도 그냥 지나가버리고

생각이 이어지지 않아요.

그냥 그립기만 하죠.      


아빠 나 어떻게 살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 어떻게 살면 되는 건가요.

엄마랑 우리 형제 아빠가 없어서, 아빠가 떠나서 너무 슬퍼요.

그냥 아이처럼 조르고 싶고

그래서 엉엉 울어버려도 보고

하지만 늘 그럴 수는 없어서 들썩이며 울음을 참는 날이 대부분이죠.

나의 새벽과 어둔 밤에 늘 아빠가 함께하니

가뜩이나 잠 못하는 나는 더 자기가 힘이 드네요.

아빠, 우리 잊지 말고 다시 꼭 만나요.

나 죽는 날.

아빠를, 그리고 그때쯤이면 더 많은 가족을 만나는 일이 될지 모르겠어요.

아빠 우리 꼭 다시 만나요.

난 다시 아빠 딸 할게요.

많이 많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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