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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18

소설

by 교관 Feb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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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처제는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다가 경찰들에게 제지를 당했다며 욕을 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어 찍은 사진과 함께 이곳의 상황을 블로그에 올린다고 했다. 이 취재가 조회 수가 많이 나오면 학보사에서 기자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 처제는 재생에너지 연구를 하잖아?”


 “제가 거기에 관심이 있어 보였어요? 형부가 더 잘 알면서. 흥”라고 하더니 사진을 편집해서 블로그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글이 어떤지 좀 봐달라고 했다. 처제가 찍은 사진은 집 근처에 수 백 마리의 고양이들의 모습이었다. 고양이들은 전부 제각각이고 크기도 달랐지만 모든 고양이가 우리 집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고양이들은 서로 싸우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고양이들이 한 마리가 죽을 때까지 싸웠다. 한 마리가 죽으면 여러 고양이들이 몰려들어 죽은 고양이의 몸을 파먹었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구토를 하며 가시를 뱉어냈다. 고양이들이 죽은 고양이의 사체를 파먹을 때 투입된 방역업체 사람들이 막으려고 했지만 고양이들이 되려 그들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헛수고였다. 처제는 뉴스에서 나오지 않는 부분을 블로그에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니는 왜 내려오지 않아요? 동생이 왔는데?”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언니? 이봐 처제. 언니는 취재차 타지방에 갔어. 며칠 있다가 올 거야.”


 “아니에요. 형부. 언니 어제 왔어요. 자 봐요.”


 처제가 보여준 카톡 대화창에는 집에서 사진을 찍은 아내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어제 날짜가 맞았다. 시간을 보니 내가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다. 아내가 언제 집에 들어왔을까. 그리고 왜 다시 나갔을까. 나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나 몰래 집에 들어왔다가 왜 그랬을까.


 안 그러려고 했지만 아내가 점점 의심스러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나에게 출장이 연장되었다고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처제가 거짓말을 하는 거였으면 좋겠지만 처제가 나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처제에게 이 모든 말을 하라고, 나에게 처제를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신빙성이 없다. 의심을 하면 의심하는 쪽으로 자꾸 믿게 된다. 의심의 밑바닥에는 불안이 깔려 있기 때문에 불안은 나의 의지를 계속 무너트린다.


 처제가 나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오늘 아무것도 먹지 못했죠”라며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다. 오므라이스처럼 보였지만 밥은 그저 케첩에 볶았는데 계란을 같이 넣어서 볶은밥이었다. 그 위에 또다시 계란으로 지단을 만들어서 덮었을 뿐이다. 딱히 음식에 불만은 없지만 이런 오므라이스는 처음이었다. 처제는 나에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주고는 다시 블로그 작성에 돌입했다.


 오므라이스는 특별히 맛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 먹을 만큼 이상하지도 않았다. 오므라이스는 평범해 보이는 음식이지만 막상 만들려고 하면 맛있게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평소에 오므라이스를 잘해 먹지 않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분위기가 있지만 아이들 역시 오므라이스를 잘 먹지 않는다.


처제는 어째서 느닷없이 오므라이스를 만들었을까. 만들기 쉽지 않지만 처제는 수월하게 요리를 해서 내 왔다. 이렇게 케첩 맛이 나는 오므라이스를 일부러 만들었다. 케첩 맛이 많이 날 것 같은데 또 그렇지 않았다. 묘한 음식을 묘하게 만들었다.


 먹다가 입 안에 뭔가 걸리는 게 있어서 꺼내보니 머리카락이었다. 머리카락은 아주 길었다. 처제의 머리카락은 아니었다. 처제는 머리카락이 길지 않다.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은 아니었다. 누구의 머리카락일까. 한 가닥의 검은 머리카락을 들고 빛이 들어오는 창에 대고 보니 갈색 빛을 띠었다. 나는 그 머리카락 한 가닥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버리지 않고 있다가 오므라이스를 다 먹은 다음 상자에 머리카락을 넣었다. 그러자 이데아의 머리로 머리카락이 꿈틀꿈틀 기어가더니 박혔다. 조금씩 이데아를 파고들어 수 십, 수 백 가닥의 머리카락을 만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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