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 되었다.

주름살 이야기 1 Korea

by 역맛살

모든 것은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

그저 모든 게 흘러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온 이른바 ‘인간’ 세계에서 오로지 하나의 진리처럼 생각되는 건 그것뿐이었습니다.


-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중에서



한 해가 저물어 갈 즈음 10초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맞이한 새해, 나는 26살이 되었음과 더불어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그렇게 하나 더 늘어난 호칭만큼이나 한 살을 더 먹었다는 자괴감도, 그리고 마음의 무거운 짐 또한 두 배로 늘어났다.


새해는 새롭게 시작하는 해라고 하지만 단순히 새시작을 알리는 숫자에 불과할 뿐 내게는 그다지 체감할 수 없는 또 다른 해일뿐이었다.

새로운 해라고는 하지만 연도를 고쳐 쓰는 일과 나의 나이를 가끔 착각하는 혼선을 초래하는 거 외에는 역시 별반 다른 것 없는 또 다른 해일 것이다. 다만 내게 이번 연도가 사뭇 달랐던 것은 대학교 4학년이라는 끝자락에서 느끼는 조급함과 불안함이 함께 한 새해였기 때문이다. 이제 단순히 학생이라는 것 말고 취업준비생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부여받게 되었다. 하나 더 늘어난 칭호만큼 한 살을 더 먹었다는 자괴감과 언제나 불안함으로 무거웠던 마음은 두 배는 더 무거워졌다.




누군가는 새로 바뀐 나이의 앞자리에 설렘을 가지고

누군가는 새로 바뀐 나이의 앞자리에 싱숭생숭한 마음이 더해지는 각자의 새해가 찾아왔다.

년도는 뒷자리가 바뀌었지만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어 상심하는 이들, 같이 늙어가며 동지애를 다지는 이들, 성인이 되어 새로운 세계에 성인에게 허락되는 술과 담배를 제약 없이 즐기기 위한 이들.

나름 몇 번 맞이한 새해였지만 내 나이와 년도를 헷갈리게 하는 거 외

년도를 고쳐 쓰는 일과 나의 나이를 가끔 착각하는 혼선을 초래하는 거 외에는 역시 별반 다른 것 없는 새해였다. 단지 몇 분을 기점으로 연도가 나뉘었다고 해서 나의 주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도 아니고 급격한 기력 쇠하가 찾아올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내게 이번 새해가 사뭇 달랐던 것은 4학년이라는 끝자락에서 느끼는 조급함과 불안함이 함께 한 새해였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단순히 학생이라는 것 말고 취업준비생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부여받게 되었다. 하나 더 늘어난 칭호만큼 한 살을 더 먹었다는 자괴감과 언제나 불안함으로 무거웠던 마음은 두 배는 더 무거워졌다.


누군가는 술집 앞에서 그들의 성인이 되었음을 자축하고, 누군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누군가는 바뀐 앞자리에 자괴감을 가지기도, 누군가는 새로운 맘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한 다짐을,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흘러가는 시간이기에 나에게도 20대 후반이 되어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내게 이번 새해가 사뭇 달랐던 것은 4학년이라는 끝자락에서 느끼는 조급함과 불안함이 함께 한 새해였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단순히 학생이라는 것 말고 취업준비생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부여받게 되었다. 하나 더 늘어난 칭호만큼 한 살을 더 먹었다는 자괴감과 언제나 불안함으로 무거웠던 마음은 두 배는 더 무거워졌다.




새로운 설렘과 행복을 주는 선물상자 같은,

혹은 오히려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불청객 같은,

새해가 찾아왔다.


새해가 되니 누군가는 성인이 되었음을 자축하고, 누군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누군가는 늘어난 나이에 자괴감을 가지기도, 누군가는 변화를 위한 굳은 다짐을 했다.

모두에게 빗겨갈 수 없는 공통된 시간이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 또한 새해 분위기에 휩쓸려 오랜만에 술집거리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은 이제 갓 20살이 된 새내기 성인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그들의 혈기왕성한 모습을 보며 엊그제 수능 보고 성인이 된 거 같은데 언제 이리 시간이 빨리 갔나 중얼거리며 입으로 되네었다. 그러나 설렘과 활기로 가득찬 저들도 머지않아 한살 한살 먹어가는 인생사를 자탄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저주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똑같은 시간속에서 제각기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며 살아가지만 결국 어느순간 마치 평행이론처럼 비슷한 운명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순간이 늘어갈수록, 그에 따라 늘어가는 나이에 대하여 책임감을 느끼는 시기가 곧 찾아올 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가능한 부분이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어느순간 새롭게 시작하는 해라는 '새해'의 말뜻과 달리 '새롭게'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보다는 오히려 싱숭생숭한 마음뿐이었다. 사실 처음 성인이 되던 날을 제외하고는 늘 그랬던 것 같다. 다만 수십 번의 새해를 맞이했지만 이번 연도가 사뭇 달랐던 것은 대학교 4학년이라는 끝자락에서 느끼는 조급함과 막연함이 덜컥 크게 느껴지는 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학생이라는 것 말고 취업준비생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부여받게 되었다. 그 덕분에 한 개 더 늘어난 칭호만큼이나 한 살을 더 먹었다는 자괴감과 불안함은 두 배는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래도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해이니만큼 연례행사처럼 반복하는 '올해에 꼭 이루었으면 하는 목표'를 적어보기로 했다. 특별한 날에 대하여 크게 의미 부여하는 편은 아니지만 모처럼 돌아온 새로운 년도의 첫날인만큼 애지중지 하는 마음으로 고심 끝에 몇 가지 목표들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아무리 깊은 고심 끝에 적은 것들도 당장 3일만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고 작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가겠지만, 마치 이렇게 정성 들여 적으면 혹시라도 이번만큼은 뭔가 이뤄지지 않을까라는 괜한 희망을 갖게 했다.


올해에 이루었으면 하는 목표

1. 취업 성공하기
2. 여자 친구 만들기
3. 굴곡진 멋진 몸만들기
4. 1년에 독서 20권 이상 하기
5. (···)


역시나 반전 없는 진부한 스토리처럼 나 취업준비생의 일 순위는 단연 취업성공이다.




취업 준비라는 이름에는 낙인처럼 늘 따라다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불안이었다.

직장인들에게 만성적인 피로가 있었다면 취준생은 만성적인 불안이 있었다. 그래서 취준생이라는 수식어에 사로잡힌 이후로는 무엇을 하든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대학교 1학년 때보다 고작 4계단 높아졌을 뿐인데 마치 히말라야 고원에 있는 것처럼 숨이 차오르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사람에게는 자고로 때가 있는 법이고, 나는 때가 되었으니 이 막막한 트랙 위에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의지보다는 강제에 의해 서게 된 이 트랙 앞에서 결승점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눈앞의 펼쳐진 길은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달려간다. 그 무리 속에서 나도 마지못해 터벅터벅 따라가며 주어진 타이틀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생각해보면 대학교 1학년 때보다 고작 4계단 높아졌을 뿐인데 마치 히말라야 고원에 있는 것처럼 숨이 차오르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이렇게 취준생이 되니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사람들이 더 이상 내게 꿈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에 사람들은 내가 가고 싶은 기업이 어디인지 물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취직이 곧 나의 꿈이었기에, 어디에 취직하고 싶은지 묻는 사람들의 질문은 어쩌면 내 꿈을 물어보는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버렸을까. 정말이지 한 것도 없는데 속절없이 세월만 흘러 어느새 끝자락까지 왔다. 그리고 이렇게 끝자락에 오니 해야 할 것은 많고 시간은 없다. 또 막상 해 놓은 것은 없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다. 걱정의 늪에서 살아가니 여유를 가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끊임없는 생각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잠시라도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곰곰히 생각하고 싶지만, 이쯤 되면 하고 싶냐의 문제보다는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요즘 섣불리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나서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인생길을 돌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앞에 놓인 작은 다이어리는 바쁘게 사는 주인녀석을 빼다 박았는지 여백 하나 없이 빼곡한 하루 일정과 수많은 채용 일정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니 잡생각을 빨리 접고 당장 코앞까지 다가온 상반기 공채를 준비해야 한다.



청춘이라 좋겠네. 어른들이 흔히 내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내게 청춘이란 그리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다. 인생의 황금기라는 청춘은 취준생에게 단지 인고의 시간일 뿐이었고, 건빵 한 뭉치를 입에 넣은 것처럼 막막하기만 했다. 그리고 막막한 현실 앞에서, 일단 뭐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불안한 것은 여전했다. 세상은 늘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정직한 세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사계절은 시간이 지나며 봄나물이 돋고, 잎이 무성 해지며, 형형색색의 단풍비가 내리고, 차가운 눈이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계절의 체감도 없이 옷장 냄새 그득하게 밴 옷을 꺼내 입고 적막한 하루를 맞이한다.

내일도 똑같이 태양은 떠오르는 것이고 나도 그에 따라 몸을 일으켜 도서관을 향할 것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의 반복 속에서 모든 것은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 거울과 같은 하루가 끝이나고 침대에 누우면 가끔 내가 맞게 살고 있는 것인지 공허한 물음이 생긴 적도 많다.

하지만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수많은 이들도 다들 이렇게 사니까, 나 혼자만 힘든 건 아니니까. 그러니 이렇게 버티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으며 다시 찾아온 하루를 묵묵히 견뎌본다.





새해에도 작은 희망을 품고 달려가는 이들이 존재하는 도서관은 환히 빛나고 있다.

언젠가 나의 막연함도 저기 빛나는 빛처럼 환하고 뚜렷히 비춰지길.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보니 자조섞인 푸념만 늘어놓을 수만은 없다. 도서관으로 가야지.


묵묵히 안개가 드리워진 길을 걷다보면, 그렇게 걷다보면 안개 걷힌 나의 길이 보이겠지.


삶이 뚜렷하고 확고한 삶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연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공허한 물음이 생긴 적도 많다

그런 순간도 있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가다가 과연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허한 물음이 생긴 적.

하지만 지금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지금 당장 찾지 않아도 된다.

훗날 내가 가게 될 직장이 내가 살아온 삶을 증명하고 나의 정체성을 부여해줄 테니.












낭만 없는 여행 에세이 담고 있습니다.


글/ 사진_ Instagram@jongmin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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