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명상 열네 스푼
저는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걷는 시간이 5분, 지하철 역에서 회사까지 걷는 시간이 10분 정도 됩니다.
이 시간은 생각 방황의 파티입니다.
'21분 지하철을 놓치면 안 되는데 빨리 가자'
'아침에 도착하면 순서대로 A..B..C 순서대로 일 처리 해야겠다.'
'환자들은 잘 있으려나?'
'아침을 좀 먹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걷습니다. 생각은 미래로 이리저리 날 뜁니다.
그렇기에 매일 경험하는 15분의 출퇴근 시간의 걷기의 시간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걷는 순간에 집중하기보다 주로 걸은 후 도착하는 목적지에서 할 일을 떠올립니다.
요즘은 걸으면서 스마트 폰을 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럴 경우 내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 채 다리의 자동 항법 장치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을 경험하실 것입니다.
내 정신은 드라마 한 편을 보았을 뿐인데, 눈을 떠보니 직장이고, 눈을 떠보니 집에 있는 겁니다.
최근 들어 제가 정적 명상(앉아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것)만을 하고, 동적 명상(움직임에 세밀한 주의를 기울이는 명상)은 소홀히 한 것 같아, 걷기 명상을 해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일부러 걷기 명상을 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 출퇴근 시간에 걷는 시간을 이용해서 명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걷기 명상을 시작할 때 1~2초 정도 잠깐 멈춥니다.
발바닥과 닿고 있는 내 발바닥 전체의 감각을 느껴봅니다.
제 발은 왼쪽 발이 평발이 더 심해서 발바닥 지면이 더 많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한 발자국을 떼며 나아갑니다.
우측 발의 엄지발가락이 지면을 박차면서 올라갑니다.
맨처음 우측 발의 발뒤꿈치가 닿고 이후 발의 가쪽 부분... 발가락들이 차례대로 닿게 되자 좌측 발이 허공으로 날아오릅니다
이렇게 저는 우측 발 좌측 발 번갈아 가면서 걸어 나갑니다.
그러면서 내 호흡이 어떤지 관찰합니다. 조금 빨리 걸어 나가자 숨이 약간 가쁘게 뜁니다.
부풀어 오르는 복부의 느낌, 코 끝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을 느껴봅니다.
걷는 순간에도 현재에 오롯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순간에 마음을 가져온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잘 압니다.
특히 처음 명상을 할 때 눈을 감고 가부좌를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든 행위라는 걸 잘 압니다.
몸은 꼼지락거리고 움직이고 싶습니다. 생각은 자꾸만 납니다.
명상이 처음에 힘드신 분들은 '걷기 명상'을 추천드립니다.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걷는 내 발의 감각에 마음을 모아보는 것입니다.
다른 생각이 나서 방황하게 되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고 잠깐 그 자리에 멈춥니다.
그 후 다시 걸음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걷기 명상을 하면서, 잡생각이 나서 잘 안되었다고 할지라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시간 동안 걸으며 소화도 되고 운동도 되었으니까요.
걷기 명상은 잘 되면 이 순간으로 마음을 모을 수 있는 명상도 될 수 있고, 잘 안 된다고 할지라도 운동이 되니 이래나 저래나 나에게 무조건 좋은 행위입니다.
거기에 더불어서 무조건 걸어야 하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한다면 내 삶은 걷기 명상 시간을 알아서 확보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이 할 것은 오로지 발바닥의 감각과, 호흡에만 집중하기만 하면 됩니다.
손해는 0이고, 이득은 많은 걷기 명상
내일 출근길부터 한 번 해보심이 어떨까요?
로맨틱 펀치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https://youtu.be/xvM2Er9VtuE?si=ZBsz5n1K8DZokIi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