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명상 예순 두 스푼
얼마 전 우리 부부와 다른 지인들이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아내와 나만 부부이고 다른 사람들은 솔로여서 최근에 결혼한 우리에게 질문이 집중되었다.
진짜 행복한지, 어떤 것이 좋은지, 힘들진 않은지
그나저나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혼자만 있던 시간이 없어졌는데' 잘 지내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아마 같이 살게 되면 포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신경 쓰는 것 같았다.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런 시간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다만 우리는 그것을 전부 감수하기로 했다고
그런데 대부분의 솔로이신 분들의 고민을 들어보니
결혼은 하고 싶은데, 혼자 보내는 시간의 즐거움을 놓치기는 싫어하는 듯 보였다.
우리는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전한 선택지가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을 하면 혼자만의 삶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돈을 빌렸다면 갚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술을 먹었다면 다음 날 숙취가 생긴다.
운동을 안 하면 나이가 들었을 때 건강을 잃는다.
투자를 하면 돈을 날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인생은 어떻게든 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상에서)
꼭 결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그리 많지 않더라도 아껴가지고 살아갈 수도 있고,
술을 좀 먹으면서 살 수도 있고,
운동 안 하면서 살 수도 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될 때가
자기가 선택해 놓고 선택해 놓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평, 불만하는 것이다.
결혼을 해 놓고 자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니 불화가 생기고
돈을 빌려놓고 안 갚으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고
간수치가 올라가서 간이 문드러지는데도 술은 먹고 싶고
수익률이 높은 투자는 하고 싶은데 돈은 잃으면 안 되고....
그러고 나서 결혼을 괜히 했네, 결혼을 괜히 안 한다고 했네
돈을 괜히 빌렸네,
술을 먹으며 내가 술을 먹어서 이렇게 되었네, 투자를 괜히 했네 하는 말들을 한다.
아무도 그렇게 행동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적 없다.
사실 이런 문제의 대부분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심으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시키는 것만 하면 되니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혼돈이 온다.
그러다가 남들이 이것도 좋아, 저것도 좋아, 하는 말에 휩쓸린다.
그리고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줄 아주아주 완벽한 선택지를 찾으려 애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런 선택지는 없다.
무언가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외부 세계로 눈을 돌린다.
먼저 앞서 간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정보를 찾는다.
그런데 그것보다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내면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이때까지 어떤 지점에서 많은 인정을 받았는지
어떤 것에 몰입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
이렇게 한 번 찬찬히 자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파악할 수 있다.
건강, 가족, 돈, 커리어, 행복, 인간관계, 종교 등
그 순위에 따라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자기 좋을 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100년도 못 살고 죽는다. 자기 좋은 대로 살면 된다. 선택에 책임만 지면 된다.
자기의 내면을 가장 파악하기 좋은 수단은 명상이다.
호흡을 끝없이 관찰하며 잡생각들을 뜰채로 거르고 거르고 하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진짜 나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순간이 올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