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실직이 계속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인가?", "내가 인간관계가 좋지 않아서 그런가?" 하는 자책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다 면접 기회가 생기면 ‘연봉이 낮더라도 일단 다녀야지, 야근하더라도 버텨야지, 무엇이든 시키면 열심히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하지만 급하게 먹는 떡이 체한다.
급하게 사람을 구하는 회사에는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수십 번의 면접을 본 끝에, 설령 떨어질지라도 반드시 질문해야 할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경력자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반 기업에서 경리·회계 업무를 맡은 경력자가 이직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종이 다르고, 대표의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력자라도 신입의 자세로 업무를 배워야 한다.
세무법인의 경우, 일정한 패턴에 따라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세무사사무실마다 특수한 업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병원, 약국, 건설, 도소매업, 수출업 등 특정 업종 위주로 수임하는 곳이 있다.
특히 수출업, 병원·약국, 건설업 회계처리는 학교에서 배운 회계 원리와 차이가 있다. 사용하는 계정과목이 다르고, 세법 적용 방식도 다르다. 십 년 이상 경력을 쌓은 사람이라도 특정 업종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결국 신입과 다름없는 처지에서 다시 배워야 한다.
따라서 면접에서는
- 내가 맡게 될 거래처의 업종은 어떤 곳인지?
- 해당 업종의 장부 기장 방식이 어떤지?
- 신입 직원에게 교육을 맡아줄 사무장이나 실장이 있는지?
이런 부분을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내가 맡아야 할 거래처 수, 업종 등이 필요하다.
막상 취업한 뒤에야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라는 걸 깨닫는 경우가 많다. 세무사사무실의 주 수입원은 기장료와 세금 신고 수수료(법인세·종합소득세 등)이다. 실무자가 직접 처리하는 일이고, 이에 맞춰 인건비가 책정된다.
문제는 전임자가 퇴사하면 거래처를 그대로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재배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어차피 새로 들어온 사람이니까…."라는 이유로 까다로운 거래처나 이의 제기가 잦은 업체를 넘겨받을 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병원 거래처를 맡고 싶지 않다.
의사를 상대하는 일이 내게는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면접에서 꼭 물어봐야 할 것:
- 맡아야 할 거래처 개수는 몇 개인가?
-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업종이 포함되어 있는가?
- 특정 업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곳인가?
거래처 자료 회수, 사장님의 성향, 탈세 위험 확인하기
많게는 100개 이상의 거래처 세금 신고한 적도 있다.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료만 빨리 들어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1분에 600타 이상을 칠 정도로 타자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결산이 늦어지는 이유는 내 손이 느려서가 아니라, 거래처에서 자료를 늦게 보내기 때문이다.
자료 회수가 늦어지면 장부 마감이 지연되고, 결국 세무사가 볼 때는 직원이 일을 느리게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요즘은 전자신고 덕분에 자료가 늦게 들어오는 일이 줄었지만,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추가 서류를 요청해야 할 경우가 많다. 게다가 사장님의 성향에 따라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 하는 분위기가 있는 회사도 있다. 이런 곳은 탈세 위험이 크다.
따라서 면접에서는 반드시
- 거래처 자료 회수 속도는 어떤지?
- 담당 사장님들의 성향은 어떤지?
- 문제가 될 만한 장부 기장 방식(탈세)이 있는지?
이런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전임자의 공석 기간은 얼마나 되는가?
인수인계가 원활해지려면 최소 3일~1주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임자가 퇴사하자마자 후임자를 뽑는 경우가 많다.
회사로서는 전임자와 후임자의 인건비가 동시에 나가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또한, 전임자는 빨리 퇴사하고 싶어 하고, 회사는 인건비 절약을 위해 후임자가 오기 전에 전임자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만약 전임자가 퇴사한 후 오랜 기간 공석이었다면?
새로 들어온 사람은 한 달 월급을 받고 6개월 치의 장부를 기장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면접에서는
전임자는 언제 퇴사했는지?
공석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직원 중에 가족이 있는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가족끼리 일하는 것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무사사무실에서 세무사 본인의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가 함께 일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경력 없는 가족 직원이 사무실에 있다면, 실무자에게 부담이 커진다.
가족이니까 어지간한 일은 넘어가게 되고, 업무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도 강하게 피드백하기 어렵다.
면접 자리에서는 가족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데려올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면접에서 확인해야 할 질문:
- 직원 중 가족이 근무하고 있는가?
- 가족이 있다면 업무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마지막으로….
면접을 보면서 연봉, 복지, 업무량 등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질문들만큼은 반드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