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과 꼰대
1912년 4월 10일, 사우스햄튼 항구.
"신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며 자신만만하게 출항한 타이타닉호는 불과 며칠 뒤 차가운 북대서양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당시 최고의 기술력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던 타이타닉의 침몰은, 기술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요즘 제 주변에서도 비슷한 오만함을 발견합니다. "AI? 그거 별거 아니야. 우리 일은 AI가 절대 대체 못해." 특히 중간 관리자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마치 타이타닉호의 설계자들이 "이 배는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라고 호언장담했던 것처럼 말이죠.
저도 처음에는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10년 넘게 쌓아온 업무 경험은 AI가 절대 따라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보고서 작성, 회의록 정리, 자료 조사... 이런 일들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경험은 제게 큰 경각심을 주었습니다.
지난달, 후배가 보여준 업무 처리 방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반나절 걸려 작성하던 보고서를 ChatGPT의 도움을 받아 1시간 만에 완성한 거죠. 게다가 더 체계적이고 깔끔했습니다. 마치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마주쳤을 때처럼, 그 순간 저는 제 오만함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타이타닉호는 충분한 구명보트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침몰할 일 없는 배"라는 자만심 때문이었죠. 우리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AI 시대에 대한 준비 없이, 그저 "우리는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요?
저는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AI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부터 버렸습니다. ChatGPT로 회의록을 정리하고, 기초적인 자료 조사도 도움을 받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요령이 생겼습니다. AI의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제 경험과 판단으로 다듬고 보완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고민하며 시간을 허비하던 일들을 이제는 AI와 함께 해결합니다. 시간이 절약되니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업무의 질도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변화와 위험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이 빚어낸 비극이었습니다. 우리는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비슷한 오만함을 보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일은 달라", "AI가 우리를 대체할 수는 없어"라는 말들이 얼마나 타이타닉의 자만심과 닮아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겐 타이타닉이 남긴 교훈이 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기술이라도 적절한 준비와 겸손한 태도 없이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저는 오늘도 조금씩 변화에 적응해 갑니다. AI를 두려워하거나 맹신하지 않으면서,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핵심적인 판단과 결정은 제가 했지만, AI는 자료 정리와 문서 구조화를 훨씬 효율적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제는 AI를 경쟁자가 아닌 든든한 조력자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타이타닉이 침몰한 지 100년이 넘은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변화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을 맹신하지도,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서, 준비된 자세로 이 변화의 시대를 헤쳐나가고 싶습니다.
자, 이제 오늘의 해가 떴고, 오늘의 보고서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이번에는 AI와 함께, 하지만 제 경험과 판단으로 완성해보려 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현명한 방식으로요.
p.s. 오랜만에 영화 <타이타닉> 사진을 보는데 기분이 색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