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에 대한 이야기
수집을 좋아하는 그녀
아이들은 특성상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덟살은 아기 때부터 동물 중 말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집안이 온통 말 장난감으로 가득했다.
새끼손가락 보다 작은 사이즈부터 실제 말처럼 아이가 타고 다니는 큰 사이즈까지 그 수는 무척 많았다. 어디를 가더라도 말을 좋아하고 안고 다녀서, 재력만 된다면 실제 포니를 하나 사주고 싶을 만큼 아이는 말을 좋아했다.
그 다음으로는 부드러운 인형들. 부드럽고 포근하면 대부분 좋아했고, 항상 침대에도 대여섯개씩 올려두고 방안은 인형으로 가득했다. 동물원을 가면 사자, 코끼리, 팬다 등 동물 인형들을, 과학 박물관에 가면 오렌지 우주복을 입고 헬맷까지 쓰고 있는 원숭이 인형을. 어디를 가도 아이는 기프트샵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형들을 데리고 왔다. 나중에 조금 더 커서 인형을 가지고 놀지 않을 무렵, 그것들을 남에게 주거나 버릴려고 큰 비닐봉지에 몰래 담아놨던 것을 들켜서 결국 그 많은 인형들은 벽장에 여전히 쌓여있고, 마흔즈는 틈틈이 몰래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마흔즈 또한 아이 손끝이 묻고 그 뺨을 비비대던 인형들을 버리기엔 마음이 서운하다.
그 후에 여덟살이 수집했던 것은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유행했던 LOL 서프라이즈 인형이다.
아이들의 콜렉터 기질을 이용한 이 상품은 눈이 큰, 작고 귀여운 독특한 인형이 핑크색 플라스틱 공 안에 들어 있다. 인형의 옷과 신발, 주스컵이 각각 포장되어 함께 들어가 있고, 그 공은 현란한 그래픽으로 제작된 비닐로 꽁꽁 진공 포장되어 있었다. 그 포장을 뜯으며 여덟살을 포함 아이들은 신나 하였고, 포장을 다 뜯고 나면 다음 ball을 사고 싶어 하였다. 공안에 인형은 본인이 고를 수 없이 무작위였다. 그래서 아이들의 호기심까지 발동하여 더 안달이었다. 안에 보면 모든 인형 모습이 있는 카탈로그 같은 종이가 있어서 아이들은 어떤 인형들이 존재하는지 알았고,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인형들을 모으고 싶어서 계속 그 볼을 사고 싶어 했다.
내가 봐도 당시 그 인형들은 꽤 귀엽고 참신했다. 마진이 남긴 할까 싶을 만큼 가격대비 제품의 완성도가 높았고, 디테일이 많았다. 디자이너의 정성과 심혈을 느낄 수 있던 장난감이었다. ( 디자이너로서의 마흔즈가 만족하는 장난감 중 하나이다. )
그 브랜드 제품은 인기와 더불어 인형 사이즈가 점점 커져갔고, 펫Pet, OMG 걸, 인형집 Doll house 등 여러가지 다른 기획상품들도 계속 출시되어 인기를 얻는 바람에 회사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회사 성공사에 여덟살도 기여를 한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인형 모음이 끝나갈 무렵, 여덟살은 포켓몬 카드를 모으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포켓몬 고' 게임을 한다. 처음 시작은 팬더믹 때였다. 산책을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깔았던 게임앱인데, 나중에는 가족들이 스페셜 혹은 레전더리 포켓몬을 잡으러 함께 전장에 나가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에 아이는 포켓몬의 특성과 외모, 이름등을 외우고, 포켓몬 TV쇼를 다 보았으며 책들을 사 읽었다. 그러다가 언니 오빠들의 영향으로 포켓몬 카드를 모으기 시작하여 두꺼운 스크랩북으로 한 권을 모았지만, 동네 여자친구들은 카드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없는지라 카드 수집은 시들해졌다.
이런 과정 속에서도 여덟살은 레고 Lego를 펼쳐놓고 만들어 진열해놓고, 학교나 놀이터에 가면 떨어진 나무 잔가지, 나뭇잎, 씨앗, 돌조각들을 도시락 가방에 주워 담아왔었다. 바다에 가면 당연히 작은 조약돌과 조개껍질들을 봉지에 담아왔다.
점점 쓰레기처럼 보이는 잡다한 것들과 부스럭 거리는 흙들이 방과 가방 등 여기저기 보여서 마흔즈는 결국 도시락 가방에 지퍼백을 넣어줬고, 방 안에서 돌을 넣을 수 있게 플라스틱 병들을 사 주었다. 플라스틱 병에 돌을 넣어 전시해 두었다가 허락하에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던 중에 언제부터인가 여덟살은 여행을 가면 돌을 사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GEM이라 부르는데, 원석들이다. 작은 금 gold 원석에서부터 자수정, 크리스탈등 마흔즈 눈에는 조금은 깨끗하고 이쁜 돌들이 모이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겼다. 아이의 흥미를 부추키기 위해 책도 사줬고, 혹은 본인이 책과 젬이 함께 있는 세트를 학교 북페어에서 구입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여덟살은 요즘 돌과 원석을 모으고 있다.
그 외 다이소에서 파는 귀여운 지우개를 모은다.
여덟살이 학교나 공원에서 잔가지와 씨앗들을 주워올 때 가끔 그중에 새의 깃털이 있다. 아이는 떨어진 깃털까지 주워온거다.
"헉.. 깃털까지.. 여덟살아 왜?!(이건 왜 주웠니)"
마흔즈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이뻐서. Look at this! "
라며 작은 손으로 지퍼백에 담긴 주워온 깃털을 꺼내 보여주었다. 회색빛속에 무지개 빛깔이 반짝이는 매끈하고 큰 깃털이었다. 어떤건 작고 지저분해 보이는 비둘기 깃털도 보였다. 그걸 보면 마흔즈 눈에는 왠지 돌맹이 조각보다 깃털이 더 비위생적으로 보여서 몇개는 합의하에 정리를 한다.
여덟살은 어려서부터 새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새를 쫓아다니기 좋아한다. 여덟살도 마찬가지로 새만 보면 뛰어가서 잡으려 하거나, 혹은 졸졸 따라다닌다. 그래서 여행 사진을 보면 아이가 비둘기, 오리, 닭, 공작새, 앵무새들을 쫓아다니고 있는 사진이 많다.
한번은 닭크기 만한 까마귀를 쫓아가서 식겁했다.
가끔 여덟살은 커다란 깃털을 주워왔는데, 깃털도 아이도 신기하다. 그런게 눈에 보이는가 보다. 어른들은 무시하고 지나갈 오브젝트를 아이들은 매의 눈으로 보고 줍는 듯하다.
이런 모든 수집 때문에 둘째의 방은 자잘한 게 가득이다.
엄마인 마흔즈의 눈에는 그 방이 정신없다. 어느 친구가 언제 준건지, 내가 본 적 없는 물건들도 가득이다. 여덟살은 LOL 인형 하우스에 집안 살림과 소품과 인형들을 비롯 다른 자잘한 수집품들을 나름 가지런히 정리를 해놓긴 하는데, 언제부턴가 서랍장과 책상 위까지 어째 점점 전시장 Show room 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듯하다.
달팽이, 사마귀와 같은 벌레를 잡아 키우는 아이들. 더하여 리자드 ( 도마뱀의 일종. 캘리포니아지역에 많이 돌아다닌다.)를 잡아서 키우는 여덟살의 친구들이 있다.
일단 곤충이나 파충류가 아님에 감사히 여기며 마흔즈는 아이의 수집에 아직은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종류별로 분류하여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결국 커서도 세상에 수많은 정보를 모으고 나누어서 버릴건 버리고, 정리하여 저장하고, 관리해야하므로.
또한 이쁘고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는 재미도 아이가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다. 어린 나이에 더 브로드 뮤지움 The Broad에 가서 최고의 예술 작품을 바라보며 즐기는 행복보다 본인의 방에 전시된 숱한 수집품들이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할거 같다.
(사족: 사실 더 브로드에서 세 벽을 채운 무라카미 다카시의 기괴한 대작앞에서 5살 아이는 오히려 무서워하였다. 아이들 보다 너무 큰 거대한 사이즈의 예술작품들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
마흔즈는 어릴 때 특별히 무언가를 모은 기억이 없다. 한때 유행했던 우표를 잠시 모았으나 크게 흥미롭지 않았다. 오히려 마흔즈는 마흔이 다 되어서야 수집의 취미가 생겼다. 여행을 다닐 때 언제부터인가 호텔키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사도 어디선가 사라지는 것이 허무하고, 부피가 큰 물건이면 결국 버려지게 되기에 그냥 호텔키에 여행 날짜와 장소를 기입하여 박스에 하나하나 모으고 있다.
그리고 뉴욕의 St. 패트릭 성당이나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성당과 같은 명소에 갔을 때,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오너먼트가 있다면 구입한다. 그래서 그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때 그 오너먼트를 달며 여행과 가족의 추억을 되새긴다.
언젠가 남편이 어린 시절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오래된 야구카드를 정리해 둔 스크랩북을 본 적 있다. 요즘 아이들이 포켓몬 카드를 모은다면 8090년대 당시는 야구카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모으는 습성이 있는 듯하다.
문제는... 그런 습성을 이용해서 콜렉팅 제품들이 계속 나온다.
어른들을 위한 수집용 제품들도 많다. 비싼 피규어부터 시작해서 리미티드 에디션 운동화까지.
어른들의 수집품들은 그래도 착용 할 수 있고, 싫증이 나면 재판매를 해서 투자용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 콜렉팅 장난감들은...?
아이들 장난감 섹션에 가면 새인기 제품이 또 나왔다. <미니 브랜드 Mini Brands!> 가게 시리즈들.
위에 언급했던 LOL 인형 아이디어를 카피한 듯, 물건만 다를 뿐 같은 개념으로 아이들을 유혹한다. 박스 속 모델이 무엇인지 모른채 사서 그 포장을 뜯고 서프라이징 하는 재미.
일단 스토어 종류가 장난감가게, 편의점, 디즈니 스토어등 여러가지다. 그 가게를 채울 내용품들은, 디즈니 스토어라면 초미니 사이즈의 디즈니 캐릭터 인형과 가방등의 제품들 , 미니 마켓이라면 초미니 도시락과 피자등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벤토 스타일의 까만 플라스틱 도시락속 돈까스와 밥은 꺼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디테일이 있다.
하지만,
엄마 입장에선 '새로운 콜렉팅 시리즈가 또 나와?'
그만 좀 나와라며 그런 시리즈 장난감들이 반갑지만은 않다. 그러나 마흔즈가 사주지 않아도 선물로 어디선가 들어오기에, 결국 모으게 된다.
L.O.L 이전에도 큰 유행을 휩쓸었던 샵킨스 shopkins, 알에서 나오는 미니 동물 인형 해치몰 Hatchimal등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수집용 장난감은 계속 출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계속 다음 제품을 또 만들어간다.
마켓에서 데려오는 수집품이든, 자연속에서 주워오는 수집품이든..
수집을 좋아하는 여덟살 딸램 덕에
아무래도,
미니멀라이프는 당분간 포기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