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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22. 2024

허영만 덕에 찾은 숨은 홍어찌개 맛집, 완주 만경식당



전북 완주군 하고도 고산면이라는 시골 동네에 있는 만경식당을 내가 처음 알게 된 건 같은 완주군 내 숯불돼지갈비 맛집 '자연을 닮은 사람들' 덕분이었다. 해당 음식점에 인기 TV프로그램 '백반기행'으로 유명한 허영만이 다녀갔다는 얘길 듣고 '완주군 허영만 백반기행'이란 키워드로 관련 자료를 찾던 중이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같은 완주군 지역에 또 하나의 방송출연 맛집이 짜잔 하고 나타났던 거다. 홍어찌개 전문점 만경식당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급 호기심이 동한 나는 즉시 관련 뉴스와 포스팅들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보면 볼수록 내 마음을 잡아끄는,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맛집이라는 견적이 나와버렸다. 문을 연 지는 10년이 채 안 됐지만 오직 한 가지 홍어찌개 단일메뉴로만 고집스레 운영해 온 장사 스타일이라든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 반 남짓 문을 열되 재료가 소진되면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는 운영 방침까지 정말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평소 일이 됐건 장사가 됐건 '열심히'보단 '잘' 하는 걸 선호하는 편인 내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고나 할까.


사실 홍어요리는 아내가 아주 매우 많이 좋아하는 편이고, 내 경우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특히 초딩보다 아주 쪼금 나은 입맛을 갖고 있는 터라 제대로 '사쿤' 홍어는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다. 끓일수록 진해지는 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좋아해주기엔 좀 거리감이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래서 살짝 두렵고 망설이는 마음으로, 하지만 허영만이 추천한 맛집에 대한 호기심으로 만경식당을 찾았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맛은 물론 그 냄새까지도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매우 많이 만족스러웠다.





1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홍어찌개 전문점을 해왔으면 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가게 안 구석구석까지 잔뜩 배어 있을 걸로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만경식당은 뭘 어떻게 했는진 몰라도 같은 업종 음식점 대비 매우 쾌적한 상태였고, 삭힌 홍어를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맛이 나 같은 초보 입문자조차 많이 힘들이지 않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요컨대 만경식당이란 음식점은 각고의 노력 끝에 삭힌 홍어를 일부 마니아급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대중적인 홍어찌개 요리로 완성해낸 느낌이라고나 할까. 홍어를 주재료삼아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곳들은 많아도 나 정도 초보 입문자가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곳들은 결코 흔치 않으니까.


한 예로 홍어찌개 류의 찌개요리에 자주, 많이 사용되는 피를 맑게 해주는 음식재료 미나리만 해도 그랬다. 만경식당 홍어찌개의 경우 이 미나리가 아주 듬뿍 들어가 있는데, 삭힌 홍어와 함께 보글보글 끓이다 보면 독한 암모니아 성분에 흐물흐물하단 느낌이 들 정도로 녹아내리곤 하지만 그게 입에 들어갔을 땐 그닥 독하단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환상의 매칭을 이루고 있었다.





주인공인 홍어 역시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마니아들 얘기를 들어보면 제대로 '사쿤' 홍어는 입 안에 넣고 씹는 순간 입 천정이 까질 정도로 독한 기운을 뿜어내기도 한다고 하는데, 마니아들 기준으론 좀 덜 '사쿤' 건지 어쩐지는 몰라도 만경식당 삭힌 홍어는 진한 암모니아 향을 풍기되 큰 저항없이 맛나게 소화되는 맛이었다.


밑반찬은 밑반찬인데 왠지 미끼인 듯 미끼 아닌 미끼 같은 느낌이 드는 수육은 만경식당을 찾는 단골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존맛' 가운데 하나. 홍어찌개 단일메뉴라 해도 좋을 만큼 메뉴가 단촐하기 그지없는 이 집의 거의 유일한 추가메뉴인 이 수육이란 녀석은 한 점 집어먹는 순간 너무 부드럽고 씹히는 맛이 일품이어서 '이거이거 밑반찬이 아니구 미끼 아냣?'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지경이다.


밥을 먹으면서 주변을 한 번 슥 둘러본 결과 이곳 만경식당에서 또 하나 눈에 두드러졌던 건 손님들의 연령비와 구성였다. 홀 쪽에 있는 10여 개 테이블을 기준으로 봤을 때 대다수가 중장년층 손님들로 구성돼 있었고, 사장님과 주고받는 수작질(?)을 봤을 때 단골손님들이 많아보였는데, 한 마디로 맛 좀 안다는 찐단골들이 주를 이루는 찐맛집이라는 얘기 되시겠다.


천려일실 격으로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손님들 테이블에 음식을 세팅하는 서빙방식이었다. 한정된 인력으로 밀어닥치는 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려다 보니 나름 노하우랍시고 그러는 듯 싶었는데, 밑반찬들이 가득 담긴 쟁반째 손님 테이블에 올려놓는 게 그것이었다.






테이블은 좁은데 밑반찬이 빽빽히 채워진 쟁반째 올려놓다 보니 밥그릇 놓을 자리가 옹색해지는 건 물론, 메인요리인 홍어찌개는 테이블 가운데가 아닌 한 옆으로 완전히 빼야 하다 보니 한 그릇 떠먹을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국자질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


장사라는 걸 하다보면 업무 효율성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그 업무 효율성 때문에 누군가 불편해야만 한다면 그건 손님들이 아니라 식당 사장님이나 직원들 쪽이어야 하는 게 정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서 장사가 잘 되는 집일수록 이런 작은 것들에 더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 맛집으로 소문나 맛객들이 몰리고 있는 만경식당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문을 연다. 재료 소진 시 일찍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방문 계획이 있으면 좀 서두는 편이 좋으며, 라스트오더는 오후 1시30분,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다.


음식점 앞뒤로 주차공간이 제법 넉넉한 데다 바로 옆엔 고산시장 공영주차장도 위치하고 있어 끝자리 4, 9일에 열리는 오일장 장날만 피한다면 주차 문제로 불편을 겪을 일은 거의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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