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은 발전의 시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정치판을 중심으로 '마시던 물에 침 뱉기'란 말이 유행 아닌 유행이다. 정치철새란 말이 유행하면서 뒤 이어 유행의 바턴을 이어받는 모양새다. 대충 미루어 짐작하건대 진영을 옮기면서 과거 자신이 몸 담았던 곳을 비난하거나 더하게는 욕을 하는 경우를 가리켜 '마시던 물에 침을 뱉는다'라고 표현을 하는 것 같다.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를 다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발굴해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해 줬을 뿐 아니라 외풍을 막아주기까지 했는데, 옮겼다고 있던 자리를 욕하는 것은 '바닥'을 드러내는 행태라고 할 수 있다. 프로 축구 선수들이 팀을 옮기고 난 후 고향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더라도 골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모습도 이와 이치를 같이 한다. 충분히 공감하고,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본인의 영달을 위해 자리를 옮기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비단 정치권뿐 아니라 회사를 옮기는 이직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마시던 물에 침을 뱉을 수 있는 마음가짐과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이별,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며 어쩔 수 없는 자리바꿈이라면 모르겠지만, 있던 곳의 땅과 우물이 썩고 부패해서 어쩔 수 없이 떠난 것이 아니라 그곳을 피했다면 머물던 자리, 우물을 향해 침을 뱉는 것은 역설적으로 필요하다. 완전히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면, 총질이 아니라 수리와 개선을 위한 삽질과 망치질의 의미로 침을 뱉어야 한다. 누군가는 밖에 나와서 침을 뱉을 것이 아니라 안에서 노력을 했어야지 비겁하게 혼자 나와서 총질을 하느냐고 말할 수 있다. 내부총질로도 부족해 떠났으면 관심 꺼야지 밖에 나가 총질까지 하느냐는 말이다.
내부에서, 내가 소수자였다면, 의견을 말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면, 내부자의 비판을 용서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면 외부에서 더 힘을 모아 총을 쏘고 침을 뱉어야 한다. 그래야 안에 고인 물이 흔들리고 위기감이 생기고, 생존하기 위해 변화를 시작할 것이다. 떠났다고 더러워서 다시는 그곳을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하고 정을 떼기보단 침을 뱉는 게 애정이다. 안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욕을 먹고 배신자라는 프레임이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마시던 물에 침을 뱉어야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보다 이상적인 것은 조직이 늘 '외부인의 시선'을 수혈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끼리끼리 모여 있어 서로의 행동과 체취에 익숙해져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외부의 시선이 필요하다. 더 건강한 조직이라면 내부자에게 외부인의 시선을 허용하고 자정작용을 만들고 체질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시던 물이 아니라 마시고 있는 물에 침을 뱉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순물을 솎아내는 것에 더 익숙한 대부분의 집단에서 내부자의 '충언'은 불순물 취급을 받고 제거될 가능성이 더 많다. 그러니 밖에서 우리의 모습을 분석하고 우리가 지금 마시고 있는 물에 침을 뱉어줄 외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무작성 떠난 놈이라고 욕하기보다는 마시던 우물에 둥둥 떠다니는 침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욕먹을 용기. 비난받을 용기가 있어야만 마시던 물에 침을 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