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업(虛業)하는 자들의 편가르기
국가를 구성하는 3요소는 영토, 주권, 국민이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합의를 한 사람, 이후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국가가 정한 일정한 규칙에 부합하다면 '국민'이라는 칭호가 붙고 헌법이 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유지발전을 위한 일정한 의무를 지는 것이 국민이라는 숭고한 존재다. 국민은 다수를 넘어 구성원 전체를 의미한다. 국민 여동생, 국민 가수, 국민 효녀, 국민 영웅. 국민가요. 모두 국민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여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절대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허업(虛業)에 종사하는 높으신 양반들에 의해 국민이라는 말이 오염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꾸만 생겨난다. 어느 정치인이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했다. 기업인들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는 노력해도 과실이 생기면 이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는 일이니, 정치를 속이 빈 허업(虛業)이라고 말을 한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높으신 분들은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실속이 없이 겉으로만 꾸며 놓은 사업' 허업(虛業)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자기 편한 곳에 아무렇게나 가져다 붙이면서 오염시킨다.
국민은 다수가 아닐 전체를 의미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저항, 국민 다수의 의견, 국민 다수의 동의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쓰면서, 국민을 '자기편'이란 이미지를 만들고 '나와 뜻을 같이 하는 무리'라는 의미로 자꾸만 사용한다. 국민을 통합의 개념과 목적이 아닌 편 가르기를 위한 목적으로 너무나 뻔뻔하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은 각기 다른 생각과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존중하고 지켜주겠다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 체제의 시작점이고 존재 이유다. 그러니 100%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하면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해 국민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의견과 여론 수렴이 아니라 여론을 만들어가겠다는 속내. 대중들은 적당히 짖다 조용해지는 개돼지로 묘사한 어느 영화 대사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다름을 이야기해서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모일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름을 듣고 최소한 너와 내가 다름을 이해할 수 만 있다면, 그리고 다름을 이야기하고 행동한다고 해서 위해를 받지 않는 사회적 규칙이 지켜진다면 달라도 모두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국민이고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국민이다.
그런데, 자꾸만 자신, 자신들의 의견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의견을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반복적으로 말한다면, 가만히 있는 국민은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름을, 나는 생각이 다름을, 그리고 나의 이익을 위해 현재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고 있음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말과 행동으로 동조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이끌어 내고 그때 국민이라는 말을 붙이면 된다.
자꾸, 국민. 국민 하니, 듣는 국민은 유감스럽다.